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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그라운드에 '전설' 남기고 떠나는 '국민타자' 이승엽

등록 2017.10.03 2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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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3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2017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 경기 8회말 삼성 이승엽이 마지막 타석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구단 제공)

【서울=뉴시스】 3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2017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 경기 8회말 삼성 이승엽이 마지막 타석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구단 제공)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23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다이아몬드에 빼곡히 '전설'을 새긴 '국민타자'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이 그라운드에 작별을 고했다.

 2016시즌 시작 전 올 시즌을 선수 생활의 마지막 시즌으로 점찍은 이승엽은 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펼쳐진 삼성과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현역 시절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KBO리그에서 통산 1906경기에 출전한 이승엽은 통산 타율 0.302(7132타수 2156안타) 467홈런 1498타점 1355득점을 기록했다. 일본에서 뛴 8년간의 공백에도 써낸 전설적인 기록이다.

 이승엽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지바 롯데 마린스, 요미우리 자이언츠, 오릭스 버펄로스를 거치며 일본프로야구에서 뛴 8년간 타율 0.257 159홈런 439타점을 기록했다.

 ◇한일 통산 626홈런…이승엽이 남긴 대기록들

 이승엽을 대표하는 기록은 역시 홈런이다.

 이승엽은 KBO리그 통산 467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일본에서 뛴 8년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단연 독보적이다.

 KBO리그에서 40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낸 것은 이승엽이 유일하다.  역대 KBO리그 통산 홈런 2위인 양준혁은 351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일본에서 뛰는 8년간 797경기에서 159개의 홈런을 친 이승엽은 한일 통산 626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100년이 훌쩍 넘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600홈런 이상을 친 타자는 배리 본즈, 행크 애런, 베이브 루스, 알렉스 로드리게스, 윌리 메이스, 켄 그리피 주니어, 짐 토미, 새미 소사 등 단 8명 뿐이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오 사다하루, 노무라 가쓰야 2명만이 통산 600홈런을 넘어섰다.

 삼성의 통계에 따르면 이승엽이 국내에서 날린 홈런 비거리를 모두 더하면 5만4705m에 달한다. 일본에서 친 홈런의 비거리 합은 1만9370m다.

 이승엽의 홈런 한일 통산 홈런 비거리는 7만4075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8848m) 산을 8개 쌓을 수 있는 거리다.

 KBO리그 홈런 관련 각종 기록은 이승엽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최연소 100홈런이 이승엽의 손에서 만들어졌고, 최연소·최소경기 200·250·300홈런 기록도 모두 이승엽이 보유하고 있다.

 1999년 5월 5일 대구 현대전에서 22세 8개월 17일의 나이로 100홈런 고지를 밟아 최연소 기록을 세운 이승엽은 2001년 6월 21일 대구 한화전에서 24세 10개월 3일의 나이에 816경기 만에 200홈런을 달성해 KBO리그 최연소·최소경기 기록을 모두 다시 썼다.

 25세 11개월 5일이었던 2002년 7월 23일 대구 현대전에서 959경기 만에 250홈런을 달성한 이승엽은 2003년 6월 22일 대구 SK전에서 26세 10개월 4일의 나이에 300홈런 고지를 점령했다.

 이는 세계 최연소 300홈런 달성 기록이다. 이승엽 이전에는 오 사다하루가 1967년 기록한 27세 3개월 11일이 세계 최연소 300홈런 달성 기록이었다. 당시 1075경기 만에 300홈런 고지를 밟아 KBO리그 최소경기 300홈런 기록도 갈아치웠다.

 2012년 KBO리그에 복귀한 이승엽은 2013년 6월 15일 마산 NC전에서 개인 통산 351호 홈런을 쳐 통산 홈런 타이기록을, 같은 해 6월 20일 문학 SK전에서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을 작성했다.

【서울=뉴시스】 3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 경기 1회말 1사 3루에서 삼성 이승엽이 선제 투런 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구단 제공)

【서울=뉴시스】 3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 경기 1회말 1사 3루에서 삼성 이승엽이 선제 투런 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구단 제공)


 이승엽은 1999년 54개의 홈런을 쳐 사상 최초로 KBO리그에서 한 시즌 50홈런을 넘어선 선수가 됐다.

 2003년에는 56개의 홈런을 쳐 오 사다하루가 1964년 세운 당시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55개)을 갈아치웠다. 이는 10년이나 지난 뒤인 2013년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활약한 블라디미르 발렌틴이 60홈런을 터뜨리면서 깨졌다.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자리를 내줬지만, 이승엽의 2003년 56홈런은 여전히 14년째 KBO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승엽은 8시즌 연속(1997년~2003년·2012년) 20개 이상의 홈런을 쳐 역대최다 연속 시즌 20홈런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7시즌(1997~2003년) 연속 30홈런을 기록한 것은 이승엽이 유일하다.

 이승엽은 지난해 9월 14일 대구 한화전에서 한·일 통산 600홈런 고지를 밟았다.

 뿐만 아니라 이승엽은 통산 최다 타점과 득점, 루타(4077루타)에서도 통산 1위 자리에 이름을 남겨놨다.

 ◇태극마크 달고 맹활약…'라이언 킹'에서 '국민타자'로

 이승엽이 '국민타자'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은 단지 전설적인 기록을 남겨서만은 아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설 때마다 인상깊은 장면을 연출하며 국민들에게 행복을 선사한 덕이다.

 1999년 벌어진 2000년 시드니올림픽 예선부터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48경기에 국가대표로 나선 이승엽은 타율 0.296 11홈런 49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2006년 제1회 WBC에서는 7경기에서 5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한국의 4강행에 큰 힘을 더했다.

 이승엽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3·4위전에서 당시 일본의 에이스이던 마쓰자카 다이스케(현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상대로 8회 결정적인 2타점 2루타를 때려내 한국 야구에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선사했다.

 2006년 WBC에서는 도쿄돔에서 펼쳐진 1라운드 일본전에서 1-2로 뒤진 8회 1사 1루에서 역전 투런포를 터뜨려 한일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승엽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내내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결정적인 한 방을 쏘아올렸다.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이승엽은 2-2로 맞선 8회 1사 1루에서 당시 일본의 최고 마무리 투수이던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2점 홈런을 작렬, 한국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쿠바와의 결승에서도 선제 홈런을 쏘아올리며 한국의 3-2 승리에 힘을 보탰다.

 당시 한국은 '9전 전승'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프로야구]그라운드에 '전설' 남기고 떠나는 '국민타자' 이승엽

◇사상 최초로 열린 은퇴 투어…전설을 떠나보내다

 떠나는 '전설'을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나머지 9개 구단들도 예우를 갖췄다. 바로 KBO리그 최초로 은퇴 투어를 실시하기로 한 것.

 KBO는 올해 7월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개최된 올스타전에서도 이승엽의 마지막 올스타전을 축하했다.

 이승엽은 올스타전을 앞두고 단독 팬사인회를 진행했다. 경기 전 두 아들 은혁(13), 은준(7)군과 함께 시구와 시타, 시포 행사도 가졌다.

 이승엽은 지난달 11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부터 은퇴 투어를 시작했다.

 한화는 이승엽이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기록한 28개 홈런의 누적 거리가 보문산 정상까지 닿을 수 있다고 계산해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선물했다. 응원 메시지를 적은 베이스와 대전에서 달성한 기록이 담긴 현판도 함께 증정했다.

 kt 위즈는 생일인 8월 18일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마지막 수원 원정을 치른 이승엽에 생일 케이크를 선물했다. 또 수원시 기념품인 화령전운한각이 그려진 인두화도 선사했다.

 8월 23일 마지막 고척 원정에 나선 이승엽을 위해 넥센 히어로즈가 준비한 선물은 실제 고척돔에서 쓰이는 잔디 위에 선수들의 메시지가 적힌 유니폼을 얹은 액자였다. 이날 넥센 선수들은 모두 이승엽의 등번호인 36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SK 와이번스는 9월 1일 열린 은퇴 투어에서 이승엽에 등번호 36번이 새겨진 여행용 캐리어와 해먹을 선물,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며 추억을 쌓기를 바랐다.

 이어 9월 3일 마지막 잠실 두산전 원정에 나선 이승엽은 두산 베어스로부터 이천 특산품인 도자기를 선물 받았다.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이승엽의 좌우명이 담긴 백자 달항아리였다.

 롯데 자이언츠는 9월 8일 은퇴 투어에서 대형 잠자리채라는 특별한 선물을 선사했다. 이승엽이 2003년 아시아 신기록인 56호 홈런을 노릴 당시 야구장에 등장한 잠자리채였다. 롯데는 순금 10돈 크기의 모형 잠자리채도 제작해 이승엽에 전달했다.

 KIA 타이거즈는 이승엽이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때려낸 곳이 광주라는 점에 착안해 9월 10일 열린 은퇴 투어에서 무등구장의 관중석 의자를 선물로 준비했다. 이승엽의 첫 홈런이 때려낸 위치의 관중석을 떼 와 첫 홈런을 친 날짜를 새겨 전달했다.

 NC 다이노스는 지난달 15일 은퇴 투어를 열고 이승엽에 창원을 대표하는 상징물 '누비자 자전거 모형'과 타격 장면이 담긴 기념 액자를 선물로 줬다. NC 선수들은 '함께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액자를 마련했다.

 9월 30일 마지막 잠실 LG전 원정에 나선 이승엽을 위해 LG 트윈스가 마련한 선물은 이승엽의 스윙 장면을 새긴 목각 기념패였다. 이승엽의 배트 제작에 쓰이는 캐나다산 하드 메이플로 만들어진 목각 기념패에서 이승엽의 응원가가 흘러나오도록 제작했다.

 이승엽의 은퇴 투어 종착역은 10월 3일 홈구장에서 열린 은퇴 경기였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 앞에서 이승엽은 연타석 홈런을 쏘아올리며 그답게 안녕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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