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화랑, 대규모 민화전 하는 이유...갤러리현대×두가헌까지
7월4일부터 '민화, 현대를 만나다: 조선시대 꽃그림'展
박명자 회장×정병모 교수×고연희 교수 전시 기획
화초도 연화도, 모란도 꽃자수등 병풍(100틀)전시
【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은 7월 4일부터 '민화, 현대를 만나다:조선시대 꽃그림'전을 갤러리현대, 두가헌갤러리에서 동시에 펼친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상업화랑에서 다루지 않던 민화를 대규모로 선보이는 전시가 서울 삼청로 현대화랑에서 열린다.
오는 7월 4일부터 '민화, 현대를 만나다: 조선시대 꽃그림'전을 현대화랑과 갤러리현대, 두가헌에서 동시에 펼친다. 화초도, 화초영모도, 연화도, 모란도, 꽃자수 등 민화의 최고 걸작을 선보인다. 현대회화에 버금가는 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화풍이 돋보이는 60여점이 전시된다.
온양민속박물관, 가회민화박물관, 조선민화박물관, OCI미술관등 사립박물관 소장의 꽃그림 명품들과 조자용 김기창등 유명한 민화 컬렉터 컬렉션의 소장품이 경쟁하듯 나왔다. 야나기 무네요시가 사랑한 민화 꽃그림과 일본에서 가장 명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일본 개인 컬렉션의 '화조도' 1점도 소개된다. 8폭중 1폭을 대여받은 작품이다.
현대화랑과 함께 이번 전시를 공동 기획한 정병모 경주대 교수는 "화랑에서 대대적인 민화전을 한다는 것은 현대미술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이벤트"라면서 "이번 전시는 민화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국내외에 알리는 민화 운동"이라고 밝혔다.
국내 현대미술을 이끌던 현대화랑의 변신일까. 지난 40여년간 현대화랑은 민화전이나, 민화 작가전을 한번도 열지 않았다.
1970년 문을 연 현대화랑은 그동안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이응노 천경자 전시를 열며 국내 현대미술에 집중했다. 한국미술로 세계로 알려진 '단색화가' 박서보 정상화 안영일 등과 김창열 이왈종 노은님 황영성등 국내 유명 중견 원로작가들이 현대화랑을 통해 알려졌다.국내 현대회화사의 산실인 셈이다.
현대화랑이 '민화 애정'을 갖게 된 배경은 있다.
지난 2016년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과 공동으로 '문자도-책거리'전을 연 이후 '민화'에 꽂혔다. 연장 전시를 할만큼 호응을 받았던 책거리 전시는 미국 뉴욕 찰스왕센터, 캔자스 스펜서미술관,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 책거리 순회전을 열기도 했다. 당시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는 소장 회화 하이라이트 도록에 책거리 그림을 싣고 '조선의 정물화'라고 소개했다. 이 전시와 관련 정병모 교수는 "책거리 순회전은 민화의 세계화에 큰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현대화랑 박명자 회장은 "1970년 인사동에 현대화랑을 개관하면서부터 조선시대 민화를 접했다"고 했다. "민화는 조선시대 무명 천재화가들의 그림이었다"고 생각한다는 박 회장은 "운보 김기창 화백은 생전에 민화에는 천상의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심취해 그 유명한 바보산수가 탄생했고, 김종학 화백도 화조도와 자수에 매료되어 본인의 작품에 반영되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27일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민화, 현대를 만나다:조선시대 꽃그림'전을 기획한 경주대 정병모 교수가 19세기 화조도 병풍에 나온 절구찧는 토끼가 1980년대 체신부에서 발행한 민화 우표시리즈에 나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조선시대 민화 병풍 명품(100틀)이 나오는 이번 전시는 미술관·박물관급에서 할만한 전시여서 더욱 주목된다. 반면 상업화랑에서 열리는 만큼 색안경도 있다. '민화 마케팅'이 본격화됐다는 것. 화랑에서 전시는 곧 작품가격으로 이어지는 만큼 쉽게 말해 '민화 띄우기'라는 시선이다.
전시기획자도 이러한 분위기를 숨기지 않았다. 민화를 '미래 먹거리'로 내다봤다.
정병모 교수는 "민화가 갖고 있는 현대성을 살려서 앞으로 미술시장을 활성화시키는 한 장르로 띄우는 것"이라면서 "최근 옥션에서 억단위로 올라가는게 민화, 채색화다.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문인화와 달리 민화는 생명력이 오래간다. 현대화랑도 그 미래 가능성을 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 조선시대 화조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민화, 현대를 만나다: 조선시대 꽃그림'전이 상업화랑에서는 처음으로 대규모로 열린다. 화조도는 19세기 후반부터 성행했던 민화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 받았던 장르로 현실과 이상세계를 넘나드는 꽃과 새의 이미지 속에 특유의 밝고 따듯한 정서를 담아낸다.
민화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축복용 교육용 장식용 감상용등 다양한 목적과 내용으로 제작된 크고 작은 병풍에 담기 그림이다.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축복을 구하고자 건물 곳곳에 붙이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시장에서 판매하는 그림이라 '속화'또는 문에 붙이는 그림이라 '문배 그림'으로 불리기도했다. 무명화가들에 의해 제작되었다고 하여 민화라고 부른다. 이 탓에 민화는 예술품이라기보다, '일상 그림'으로 치부되어 낮게 여겼다.
하지만 우리 현대회화사에 이름을 남긴 화가들, 김기창 이우환 장욱진 김종학등이 민화의 예술성에 감탄하여 곁에 민화를 두었다고 전해지면서 민화의 존재감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정 교수는 "민화는 자유다"면서 예찬했다. "궁중회화나 문인화처럼 틀속에 갇힌 상상력이 아니고, 틀을 깨버리고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이라면서 "민화는 국내 현대회화 원류"라고 했다.
"이번 전시에 나온 민화는 시대불문하고 작품으로만 봤다"는 정 교수는 "지난 2년간 박명자 회장과 직접 섭외하고 선정한 작품성 높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작품 전시한다고 소문이 나니 개인컬렉터들이 좋은 작품을 가지고 왔다. 작품수로는 몇점 아니지만, 예술성, 작품성이 높은 작품들로 선별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 소장품은 국공립소장품보다 수준이 높다"고 했다. "국공립박물관에서 민화에 관심을 안보인 덕이죠. 화가 이우환이 평생 모은 민화를 프랑스 기메박물관에 기증한 이유기도 한데, 그 덕에 개인소장자가 보물창고입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 27일 '민화, 현대를 만나다:조선시대 꽃그림'전을 기획한 고연희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19세기말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8첩 병풍 '낙도'를 설명하고 있다.
'민화, 현대를 만나다' 전시는 총 3관으로 나누어 구성된 대규모 전시로, 각 공간은 화조의 성격에 따라크게 사랑, 행복, 부귀영화 세 테마로 선보인다.
17~18세기에 제작된 화초영모도부터, 연화도까지 다양한 크기와 구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갤러리현대에서는 화조도 중에서도 강렬한 화려함을 자랑하는 '모란도'와 현대적 패턴의 조형미를 찾을 수 있는 화초영모도, 다양한 모티프가 등장하는 낙도 등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화조도를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함께 기획한 고연희(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과)교수는 "민화에서 흔히 보이는 모란의 상징은 부귀영화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결혼을 축복하는 그림으로 빠지지 않는 장식물이었다"며 "중국 당나라의 황실에서 하늘의 상서로운 기운을 받은 특별한 꽃으로 인정되어 모란도가 그려지면서, 동아시아에서 널리 애호를 받았다. 3~6가지 색의 모란이한 화면에 그려진 모란병은 조선 왕실의 혼례와 장례에 두루 사용되었다"고 소개했다.
현대화랑→갤러리현대에서 이어지는 두가헌갤러리에는 생활용품인 베개를 아름답게 장식한 베갯모 662점을 쌓아 거대한 벽화처럼 전시했다. 또 우리나라 최고의 활옷을 비롯한 자수 작품을 볼수 있다. 전시는 8월19일까지. 관람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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