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쿠팡, 주52시간 꼼수?...강제 휴무배정에 실시간 배송체크
쿠팡맨 컨디션·일정 배제한 휴무 배정 프로그램
경우에 따라 10일 연속 일하는 날도
쿠팡 "52시간 근무와 관련 없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실시간으로 배송업무량을 체크해 공유하는 제도까지 운영하고 있어 과도한 노무관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일 복수의 쿠팡 관계자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5월부터 ‘휴무일 강제 배정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오토 휴무’라고 불리는 해당 시스템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휴무일을 자동으로 배정받는 제도다. 사용자 입장에선 균일한 업무량 소화가 가능해지고, 직원들에 대한 노무 관리가 쉬워지지만, 직원들의 컨디션이나 개인일정 등은 반영될 여지가 거의 없다.
쿠팡맨 개인이 선호하는 휴무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오토 휴무 프로그램은 참고만 할 뿐이고, 한번 휴무를 지정받으면 바꿀 수가 없다. 꼭 쉬어야 하는 날이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날에 휴무를 배정 받은 동료에게 찾아가 휴무일을 바꿔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경우에 따라 10일 연속으로 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다른 변수에 대한 고려 없이 주 6일 근무 당 1회 쉬는 것으로 프로그래밍 돼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달 2일과 3일 연속으로 휴무를 배정 받은 뒤, 10일 후인 14, 15일 연속으로 휴무를 배정받는 경우도 생긴다. 그나마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된 이달부터는 주 5일 근무 당 1회 쉬는 것으로 바뀌었다.
일부 쿠팡맨들 사이에서는 '오토 휴무'에 대해 주 52시간 근무 시대에도 업무량을 유지하기 위한 ‘꼼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근무 시간 감소로 배송 인력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노무관리를 회사 입맛에 맞게 운영해 예전과 같은 물량을 소화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쿠팡은 최근 업무 소화량을 유지하기 위해 배송직군이 아닌 사무직군까지 배송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
쿠팡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기계는 데이터만 보니까 사람이 며칠 동안 일하면 언제 지칠지 모르고, 계산하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회사에서는 스마트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사용자 위주의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제로 배정받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우리는 휴무를 ‘뿌린다’고 얘기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쿠팡 내부 관계자도 “예상 물량에 대비해서 캠프에서 소화할 수 있는 물량과 인원을 예측해서 휴무를 넣는 것”이라면서 “내부에서 불만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쿠팡맨이 비정규직이다 보니 불만 제기를 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쿠팡은 일부 지역에서 배송 업무량을 강제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쿠팡맨들의 업무량을 전산으로 체크해 공유하는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행아웃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부장 또는 관리자가 쿠팡맨들의 배송량과 배송 속도를 엑셀 파일로 정리한 뒤 수시로 올리는 방식이다.
사회적으로 주 52시간 근무가 언급되기 전부터 시행됐지만, 배송업무량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다보니 쿠팡맨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되고,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쿠팡 내부 다른 관계자는 "배송속도 체크를 하다보면 사람들이 그걸 보고 빨리 해야겠다면서 경쟁심리가 붙는다”면서 “그러니까 밥도 안 먹고 뛰어다니고 물량을 다 소화해버리는 그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쿠팡 측은 오토 휴무 시스템에 대해 주 52시간 근무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맨들의 휴무 선호일을 지정 받고, 그에 따라 우선순위를 부여한다”면서 “서비스 도입 초기에 알고리즘에 오류들이 있긴 해서 연속해서 일하는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10일 연속 일하는 경우 같은 건 지금은 없다”고 해명했다.
행아웃 단체 채팅방을 통해 경쟁을 유도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쿠팡 측은 현장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은 다양하기 때문에 없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경쟁을 부추길 필요가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쿠팡 관계자는 “경쟁을 해서 돈을 더 많이 받는 게 아니다”라면서 “쿠팡맨 개개인이 정해진 월급을 받는 회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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