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상황]韓, 가계빚 증가세 OECD 4위…소득보다 빠르게 늘어
부채·소득 증가율 격차 3.1%p…평균치 웃돌아
명목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 84.8%로 증가
취약차주 부채 85.1조…신용대출 비중 43%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빠르게 불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로 증가세가 가팔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상황(2018년 9월)'에 따르면 지난 2009~2016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자금순환 기준)와 처분가능소득 증가율간 격차는 3.1%p로 OECD 평균치인 0.4%p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슬로바키아(7.4%p), 벨기에(3.6%p), 룩셈부르크(3.5%p)에 이어 4위 수준이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가계신용 기준)도 올 2분기말 기준 84.8%로 지난해 말(83.8%)보다 1.0%p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161.1%로 치솟았다. 처분가능소득은 가계의 연간 소득에서 세금 등 비소비성 지출을 제외하고 소비, 저축 등에 쓸 수 있는 소득이다. 1년간 벌어 쓸 수 있는 돈보다 갚아야 할 돈이 1.6배 많다는 것이다. 이 비율은 지난 2015년 말 142.9%에서 2016년 말 154.6%, 2017년 말 159.8%로 꾸준히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올 2분기말 가계신용 잔액은 1493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상황이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액과 카드사, 백화점 등 판매신용액을 더한 수치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누증된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계속 상회할 경우 우리 경제의 소비와 성장을 제약하고 금융시스템의 잠재 리스크를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가운데 취약차주 부채 역시 크게 늘어났다. 여기서 취약차주는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이거나 저신용(7~10등급)에 해당하는 차주를 말한다. 이들 대출 규모는 올 2분기말 기준 85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4000억원 늘어났다. 가계대출액 1409조9000억원의 약 6%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 모두에 해당하는 차주는 40만5000명으로 이들 부채 규모도 12조8000억원에 달했다.
금융기관별로는 취약차주의 경우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대부업 등 비은행 가계대출 비중이 65.5%를 차지해 은행 비중(34.5%)을 크게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취약차주의 은행 가계대출 비중이 58.5%, 비은행 비중은 41.5%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특히 취약차주의 경우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대출에 대한 점유비중도 43.1%로 비취약차주(23.6%)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았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오르면 취약차주 채무상환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정책적 대응 노력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소득과 신용등급별 가계부채 구성에서는 대체로 고소득(상위 30%)·고신용(1~3등급) 차주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고소득 차주의 대출 비중은 올 2분기 64.1%로 지난해 말(65.9%)보다 소폭 줄긴 했으나 여전히 높았다. 중소득(30~70%) 차주의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23.1%에서 24.6%로 늘어났다. 고신용 차주의 비중도 69.7%로 지난해 말보다 1.0%p 올라갔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와 분할상환 대출비중은 각 47.5%, 55%로 4년 전인 지난 2014년 23.6%, 26.5% 보다 높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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