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여론 수렴 첫 토론회서 '기업 지불능력' 찬반 논쟁(종합)
결정체계 개편 첫 여론수점…'전문가 토론회' 열려
"적정한 임금인상 감소시킬 수" vs "중요한 상징성"
이원화, 옥상옥 우려·순차배제 문제점도 지적 나와
고용부 "2월 입법 일정 지연되면 최종 고시 연기"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 초안' 관련 토론회에는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과), 박귀천 이화여대 교수(법학과), 전윤구 경기대 교수(법학과),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태호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 등이 참석해 2시간 가량 갑론을박을 벌였다.
특히 최저임금 결정기준과 관련해 정부 초안에 '기업 지불능력'을 포함한 것을 두고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정부 초안에는 현행 근로자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외에 새롭게 '고용 수준', '기업 지불능력', '경제성장률을 포함한 경제 상황' 등을 추가로 명시하기로 했다.
경기대 전윤구 교수는 "헌법 32조는 근로자 권리를 규정하면서 국가는 고용의 증진과 적정한 임금 보장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노동 시장은 규제를 받는 시장인 것이고 규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최저임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시장에서 존속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결정기준에 고용과 경제 효과를 반영한다는 부분은 최저임금법의 목적이나 헌법 32조의 규정 관점에서 바람직하지만 고용 경제 상황과 관련한 지표 중에서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하겠다는 게 독립적인 지표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기업 지불능력이 고용 효과라는 부분에서 구간설정위원회 전문가들이 당연히 고려하지 않겠느냐"라면서 "고용 수준의 하위 범주에서 일반적인 기업의 지불능력은 당연히 고려할 텐데 고용 수준과 대등한 지표로 설정한다면 적정한 임금 인상을 감소시킬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귀천 이화여대 교수도 "기업의 지불능력이라는 게 천차만별인데 이런 추상적 기준을 법에 넣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지불능력을 결정기준에서 뺐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세부 결정 기준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며 "세부 산식으로 구체화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기업 상황을 봤을 때 하나의 잣대로 결정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업 지불능력이라는 지표는 굉장히 중요한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헌법 123조에는 정부가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육성만 언급하지 않고 보호를 같이 언급한 것은 중소기업이 약자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최저임금이라는 게 정책임금이고 기준임금인데 노사 간 교섭에 의한 임금결정 방식을 따르다 보니 교섭임금 형태로 됨에 따라 법이 목표로 하고 있는 정책임금이나 기준임금으로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매년 결정과정에서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임금 수요자와 공급자의 이해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정공식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를 이원화하는 방안이 불필요한 이중의 일을 하는 옥상옥으로 작용해 자칫 갈등만 두 번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윤구 교수는 "이원화 방안의 문제점은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정부 초안 중 노사정이 각각 추천하는 구간설정위원회 2안과 같은 방식의 결정위원회 2안이 결합된다면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방식만은 피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박귀천 교수는 이원화 방식이 객관성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교수는 "갈등 과정을 두 번 겪는 것 아니냐는 옥상옥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전문가 그룹이 1년 내내 운영되면 지금보다는 전문가들이 다양한 기준과 실증적인 자료를 가지고 논의할 수 있다"며 "어느 정도 구간을 제시해 한번 걸러내는 역할을 하고 걸러진 안을 가지고 논의를 하게 되면 두 번 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다소 객관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간설정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노민선 연구위원은 "구간성정위 만들어진다면 논의가 치열해 지도록 유도해줄 필요가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의결 요건이 50%가 아니라 조금 더 상향조정해서 전문가들끼리 최대한 타협점을 모색할 수 있게끔 해서 뒷 단계 결정위원회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구간설정위원회의 전문성 확보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전윤구 교수는 "구간설정위원회 위원 구성에 있어서 신뢰를 확보를 하는 게 핵심"이라며 "위원들의 전문성, 독립성, 중립성을 어떻게 실현하고 구현할지가 가장 중요하다. 독립성은 전문성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추천된 공익위원을 노사가 순차배제하는 방안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박귀천 교수는 "순차배제 안이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현재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노동위원회의 경우 워낙 전국적으로 풀(pool)이 많기 때문에 배제가 되더라도 다양한 다른 위원들이 참여하는 식으로 보완이 되지만 9~10명으로 구성될 때 순차배제 방식을 사용하게 되면 열심히 연구하고 소신을 밝히는 분이 배제될 수 있는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최태호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정부에서 결정체계 개편 논의를 시작하는 출발점으로서 논의 초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기본적으로는 최저임금위원회 TF안을 토대로 했고 일부 내용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기준, 일부 국가 최저임금 제도를 기초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논의 초안은 확정적인 안을 제시한 것이 아니고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보완될 수 있는 초안일 뿐"이라며 "전문가와 노사, 국민 의견들이 모아지면 그 내용을 토대로 수정되고 보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과장은 또 "1월에 공론화 작업을 마무리 하고 2월 초에 수정된 정부안을 마련해서 입법 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만약 일정이 지연되면 입법 과정에서 결정되겠지만 최종 고시가 8월 5일 이후로 연기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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