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영화 속 드리프트와 현실의 격차...BMW '스노우 드라이빙'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매년 겨울 운영
고성능 차량으로 눈길 주행·드리프트 교육
여름·겨울용 타이어 성능 격차도 직접 체험
(사진 제공 = BMW코리아)
【서울=뉴시스】박민기 기자 = 2006년 여름 개봉한 영화 '패스트 앤 퓨리어스-도쿄 드리프트'는 당시 학생이었던 기자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복잡한 도쿄 도심 한복판과 구불구불한 산길을 내달리며 자유자재로 드리프트(코너를 돌 때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며 뒷바퀴를 슬라이딩 시키는 기술)를 하는 스포츠카. 거기에 타이어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심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리는 주인공의 여유는 여태껏 머리 속에 한 장면으로 남아있다.
그때로부터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17일, 드디어 마음 속에 접어뒀던 드리프트 열정을 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BMW그룹이 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BMW 드라이빙센터의 겨울 프로그램 '스노우 드라이빙'을 통해서다.
BMW 드라이빙센터는 BMW그룹이 2014년 8월 한국 인천에 아시아 지역 최초로 개장한 트랙 주행·전시장 등이 결합된 복합문화센터다. 센터 건립에는 약 6200만 유로(한화 약 770억원)의 금액이 투입됐으며 방문객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약 75만명을 넘어섰다.
'고객이 차를 몰아보며 BMW의 가치를 직접 느껴봐야 한다'는 가치관을 강조하는 BMW 드라이빙센터에는 직진과 코너링 구간 등으로 구성된 2.6㎞ 길이의 드라이빙 트랙부터 오프로드 코스, 다이내믹 코스, 원형 코스 등이 마련돼 있다. 고객들은 언제든지 센터를 방문해 BMW 차량으로 다양한 코스를 돌아보며 차량 성능을 피부로 느껴볼 수 있다.
이날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스노우 드라이빙 프로그램에는 BMW '330i 후륜구동 모델', '520d 4륜구동 모델', '430i 컨버터블 후륜구동 모델' 등이 투입됐다. 다양한 차종을 직접 몰아보고 눈길 위에서 후륜과 4륜의 성능 차이를 체험해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타이어 역시 각 차종별로 여름용 타이어와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해 운전자가 '왜 눈이 내리는 겨울철에는 겨울용 타이어를 사용해야 하는지'를 직접 느껴볼 수 있게 했다. 330i와 520d 모델에는 겨울용 타이어가, 430i 컨버터블에는 여름용 타이어가 장착됐다.
본격적인 드리프트에 도전하기 앞서 다목적 코스에서 차량을 가볍게 몰아보며 주행 감각을 깨우는 '워밍업' 시간을 가졌다. 다목적 코스는 슬라럼(장애물 주행)과 급가속 등을 통해 차량의 기본 조작 방법을 익히고 드라이빙 적응도를 높일 수 있는 코스다.
(사진 제공 = BMW코리아)
새하얀 인공눈을 덮어쓴 코스 위에서 차종을 바꿔가며 5~6바퀴씩 돌아봤다. 급가속과 감속, 슬라럼 주행 등을 직접 해보자 미끄러운 눈길 위에서의 여름용 타이어와 겨울용 타이어 성능 차이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여름용 타이어가 장착된 430i 컨버터블은 눈길 위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 급가속을 할 때는 바퀴가 하염없이 헛돌며 시속 5~10㎞ 수준을 유지했고 좌우로 방향 전환을 즉각적으로 해야 하는 S자형 슬라럼 주행에서는 매번 미끄러지며 나아갈 방향을 잃었다.
반면 겨울용 타이어가 장착된 520d 모델은 한층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보여줬다. 급가속을 할 때도 빙판에 바퀴가 미끄러지기는 했지만 출발부터 20~30㎞의 꾸준한 속도를 냈고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의 정지 거리 역시 430i 모델에 비해 현저히 짧게 나왔다.
슬라럼 주행에서도 스티어링휠을 급격하게 꺾을 경우 약간의 미끄러짐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운전자가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방향을 잃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던 여름용과 겨울용 타이어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예열을 마치고 메인 프로그램인 드리프트에 도전하기 위해 330i를 타고 인공눈이 깔려 있는 원형 코스로 이동했다.
곳곳에 놓여 있는 삼각콘들을 따라가며 각 코너에서 드리프트를 이어가는 코스였다. 10여년 전부터 꿈꿔왔던 드리프트를 드디어 직접 해볼 수 있다는 설렘과 긴장감을 안고 스티어링휠을 꽉 쥐었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마자 있는 힘껏 가속페달을 밟았다. 거침없이 회전하는 뒷바퀴가 눈을 사방으로 뿌려대는 동시에 차량은 앞으로 돌진했다.
(사진 제공 = BMW코리아)
첫 번째 코너에서 스티어링휠을 힘껏 틀며 추진력을 얻기 위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뒷바퀴가 더욱 세게 회전하며 속도가 붙었고 이내 '오버스티어(자동차의 뒷바퀴가 접지력을 잃고 헛도는 상황)' 단계에 들어갔다.
드리프트의 핵심은 차체가 어느 정도 회전했다고 느껴지는 순간 즉시 핸들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며 방향을 조절하는 것이다. 동시에 부분 가속을 위해 가속페달을 밟았다 뗐다를 반복하는 섬세한 페달링을 이어가야 한다.
처음 패스트 앤 퓨리어스 영화를 본 이후 머릿속으로 수백 번을 상상해온 동작이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일반 도로주행에서는 절대로 겪어볼 수 없는 과격한 핸들링과 함께 눈길에 하염없이 미끄러지는 차체를 동시에 컨트롤해야 하는 상황에서 초보자가 영화와 같은 드리프트를 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코스를 5~6차례 돌면서 계속 노력했지만 '조금 감각을 익혔다' 싶으면 차량은 여지없이 빙글빙글 돌았다. 영화 속 주인공이 해내던 깔끔한 드리프트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멋지게 드리프트를 해내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차에서 내리겠다는 꿈도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처음에는 원래 다 그래요. 전문가들도 꾸준히 연습해야 완벽하게 해낼 수 있습니다."
풀죽은 표정으로 차에서 내리는 기자에게 드라이빙센터 인스트럭터가 말했다. 어쩐지 그 말을 듣자 조금은 위로가 됐다. 양 손에는 어느새 BMW코리아 측에서 준 '스노우 드라이빙 코스 수료증'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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