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D-3]미군 유해 발굴·송환도 의제에…신뢰 구축 주요 사안
양국 신뢰 구축, 대화 지속 차원 의미 깊은 사안
1차 회담 후 작년 7월 미군 유해 55구 돌려받아
참전 미군 유해 5300여구 북한에 매장 추산돼
유해 송환 위한 북미 간 상시기구 구성 가능성
비건 "송환 확대, 비용 지급 합의문 명시될 수도"
남북 공동유해발굴 미측 참여 가능성 없지 않아
【평택=뉴시스】최진석 기자 = 북한으로부터 돌려받은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가 본국으로 송환되 전 기념식을 하기 위해 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대기하고 있다. 2018.08.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오종택 기자 =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6·25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발굴해 미국 본토로 송환하는 문제가 의제 중 하나로 다뤄질 전망이다.
'비핵화'와 '제재완화'라는 핵심 키워드에 가려져 있지만 미군 유해 발굴·송환 문제는 양국 간 신뢰구축과 대화의 지속성 차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조처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역사적인 두 번째 만남을 한다.
지난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전 세계에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발굴 및 송환이라는 큰 틀의 합의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1차 북미회담 이후 다른 3개 항목의 합의에 비해 미군 유해 발굴·송환 문제는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북미는 지난해 7월15일 9년 만에 장성급회담을 열어 이 문제를 협의했다. 그리고 불과 보름도 채 지나지 않은 7월27일 미군 유해 55구가 미국으로 송환됐다.
두 달 뒤 다시 열린 장성급회담에서 미국은 장진호 전투와 운산·청천 전투 지역 등 미군 유해가 다수 묻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공동 유해 발굴을 제안했다. 북미 간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유해 발굴 논의도 중단됐지만 2차 정상회담 이후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와이=AP/뉴시스】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펄하버-히캄 합동기지에서 북한이 송환한 미군 유해 55구에 대한 공식 봉환식이 거행되고 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내에서도 미군 유해 발굴을 위한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며 기대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그동안 북한 인민군 측과 의사소통을 해왔으나 공식협상 날짜와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미군 유해 발굴과 관련한 북미 간 의사소통 내용은 매일 백악관에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미 당국이 서신과 문서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유해 발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했고, 관련 정보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제재완화를 핵심 의제로 놓고 두 정상 간 팽팽한 기싸움이 펼쳐질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 미군 유해 발굴·송환은 대화를 풀어가는 협상 카드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회담의 의제를 조율하는데 있어 전면에 나서고 있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지난달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한 강연에서 "이번 합의에서는 유해 발굴과 송환 작업에 미국 측이 참여해 송환을 확대하는 방안과 미국의 관련 비용 지급에 대한 합의가 명시될 수 있을 걸로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양국 간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유지하는 효과적인 명분이자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트럼프 미 대통령도 대북 협상의 주요 성과를 강조할 때면 북한으로부터 돌려받은 유해 55구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미 국방부는 한국전쟁 참전 미군 중 7835명을 실종자로 분류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함경남도 장진호 전투 지역에 1024구, 평안북도 운산군과 청천강 지역에 1495구 등 5300여구가 북한에 매장됐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당한 유해가 여전히 북한지역에 있는 만큼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유해 발굴·송환이 비중 있게 다뤄질 경우 북미 간에 이를 논의하고 이행 계획 등을 수립하는 상시기구 설치 방안이 합의문에 담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에 미군 유해 송환에 대해 미국이 활동 지원 비용 등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지만 대북 제재 완화 등의 조치가 병행될 경우 보상 문제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이를 다루게 될 상시기구 구성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합의문에 담길 수도 있다.
【서울=뉴시스】 국방부는 19일 남북 공동유해발굴을 위해 지뢰제거 작업을 진행 중인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 고지 일대에서 5구의 유해가 추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군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하는 모습. 2018.11.19. (사진=국방부 제공) [email protected]
남북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공동 유해발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이 일대에서 지뢰 제거와 도로 개설 작업을 벌였고, 조만간 남북 공동으로 80~100명 규모의 유해발굴사업단을 구성해 4월부터 10월까지 공동 유해발굴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화살머리고지에는 미군의 유해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남북이 공동 유해발굴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 한 만큼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서 만족스러운 합의가 나올 경우 미국의 참여로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란 예측도 해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남북 공동유해발굴사업에) 미국이 합류하는 문제는 현재로서는 논의된 바가 없다"면서도 "관련국들이 이 문제를 이해 관계가 아닌 인도적 차원의 문제로 접근해 풀어가려고 노력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참여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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