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4박5일 베트남 방문, 화려한 입성 씁쓸한 귀국
비핵화 협상에 몰두했으나 '하노이선언' 불발로 귀결
외교 일정만 최소한으로 수행하고 귀국 일정 앞당겨
'영변 폐기-제재 완화' 카드 물거품…고심 깊어질 듯
【랑선(베트남)=뉴시스】고승민 기자 =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하루 앞둔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특별열차를 타고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번 회담에서 북미가 영변 핵시설의 가치에 대해 현저히 다르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비핵화 협상이 계속될 수 있을지 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2일 오전 하노이 바딘광장 인근에 있는 호찌민 전 베트남 국가주석묘 방문을 끝으로 공식일정을 마친 뒤, 베트남-중국 접경지역의 동당역에서 전용열차에 올라 평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엿새 전 김 위원장은 화려하게 하노이에 입성했다. 중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65시간 열차 대장정 이벤트로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처럼 하노이에서도 전날 깜짝 야행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기자들이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동선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숙소 앞을 지키기도 했다.
【하노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현지시간) 하노이 중심가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원탁 테이블 친교 만찬을 하고 있다. 2019.02.27.
김 위원장은 회담 첫날인 27일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친교만찬 외에 다른 공개일정을 잡지 않았다. 이번 베트남 방문에서는 핵 담판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였다.
대신 김 위원장의 경제·외교 참모들이 관광도시인 하롱베이, 완성차 공장이 있는 하이퐁 등 인근 도시를 시찰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북미회담 이후 이곳들을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27일 오후 메트로폴호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260일 만에 재회했다. 북미 정상은 약 2시간20분에 걸친 환담, 단독회담, 친교만찬에서 신뢰와 우의를 강조했다.
【하노이=AP/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2019.02.28.
28일 오전 두 정상은 본격적인 핵 담판을 벌이기 위해 메트로폴호텔에 다시 모였다. 김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 의지가 없었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하노이 공동선언이 주목됐다.
그러나 북미 정상은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았다.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업무오찬과 공동서명식은 보류한 채 결국 회담은 결렬됐다. 두 정상이 회담을 시작한 지 4시간30여분 만이었다.
북미는 각각 회담 무산 배경에 대해 장외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미국은 북한이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고 주장했고, 북한은 미국이 영변 외 추가적인 비핵화를 할 것을 고집했다고 맞섰다.
【하노이=AP/뉴시스】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주석궁을 방문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과 악수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01.
김 위원장은 당초 1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하고, 2일 오전에는 응우옌 쑤언 푹 총리,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을 면담한 뒤 오후에 귀국할 계획이었다.
이런 일정은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면서 하나씩 앞으로 당겨졌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 정부 고위 관계자들 면담 일정을 1일 오후에 모두 소화했다. 북한 지도자가 베트남을 방문하기는 54년 만이었지만 김 위원장의 이날 표정은 대체로 무거웠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선언'을 안고 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빈손으로 귀환하게 됐다.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겠다고는 밝혔지만 '영변 폐기-제재 완화' 카드가 물거품이 되면서 김 위원장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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