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기자회견에 질의응답까지…北 여론전 파격 변화
북한 관료들 이례적으로 기자회견, 육성 입장 발표
최선희, 멜리아호텔서 기자들 접근 뿌리치지 않아
북미 협상 재개 회의적이면서도 비핵화 진정성 강조
김정은도 외국 기자 질문에 처음으로 답변해 눈길
【하노이=AP/뉴시스】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리 외무상은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미국이 오히려 영변 핵 시설 폐기 외에 '한 가지'를 더 요구했기 때문에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9.03.01.
북한은 보통 문서 형태로 된 입장을 당이 운영하는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등 매체에 보도하는 형식으로 여론전을 편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자회견이라는 방식으로 언론에 직접 설명했다.
북미회담이 결렬된 지 11시간 가량 지난 1일 오전 0시15분(한국시간 오전 2시15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멜리아호텔에서 심야 기자회견을 열어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전했다.
리 외무상이 공개된 자리에서 입장문을 발표한 것은 2016년 8월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 의장 성명에 북한 핵실험에 대한 우려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에 관한 문구가 담겼을 때 이후 처음이다.
기자회견을 통한 북측 입장을 보면, 비록 이번 협상에서 영변 핵시설에 대한 입장 차는 확실하게 드러났지만 향후 비핵화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리 외무상은 "앞으로 미국 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최후통첩 식의 발언도 했으나, 큰 틀에서는 북한의 요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왜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했다.
【하노이=AP/뉴시스】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리용호 외무상은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미국이 오히려 영변 핵 시설 폐기 외에 '한 가지'를 더 요구했기 때문에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9.03.01.
북한은 당시 "일방적인 핵포기만 강요하려 든다면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감정적으로 반응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전격 취소를 선언하며 무산 위기까지 치달았다.
나아가 최선희 외무부 부상은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피하지 않고 마치 대변인처럼 나서서 북한의 입장을 재차 설명했다. 북한의 관료가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최 부상은 심야회견에 이어 같은 날 오후에도 자신을 향해 접근하는 기자들을 뿌리치지 않았다. 호텔 로비에 있던 최 부상은 남측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을 땐 잠시 머뭇거렸으나 이내 답변에 나섰다.
최 부상은 기자들 앞에서 협상 재개에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최 부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미 거래에 의욕을 잃지 않았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회담을 계속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노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확대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확대 회담에 미국 측에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배석했고 북측에서는 리용호 외무상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함께했다.백악관이 공지한 2차 북미 정상회담 2일 차 일정은 '양자 단독회담-확대 양자 회담-업무 오찬-합의문 서명식' 등의 순서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02.28.
앞서 김 위원장도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확대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할 결심이 섰나'라는 백악관 출입 기자의 질문에 "그런 의지가 없었다면 여기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이 외국 기자의 질문에 답한 것은 이 자리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언급은 김 위원장이 육성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받은 바 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