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화 궤도 이탈 현실로…文 중재 '공든 탑' 무너지나
대화 창구 닫은 北…'한반도 시계' 작년 4월 前 회귀 우려
남북 관계서 역진 가능성 확인 최초 사례, 정부도 타격
'판문점 선언' 첫 조항마저 얼마든지 번복 뼈아픈 대목
한반도 중재자 역할 자임 문 대통령 노력 회의론 고개
"北, 남측 역할 불필요하거나 무의미하다 판단 가능성"
"김정은 밝힌 '새로운 길' 발표 임박한 신호일 수 있어"
북한은 22일 오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북 연락대표 간 접촉을 통해 "북측 연락사무소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통일부는 "북측의 이번 철수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북측이 조속히 복귀해 남북 간 합의대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정상 운영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로써 '판문점 선언' 후속조치 일환으로 마련됐던 남북 간 공식 대화창구는 가동 6개월 만에 잠정 중단의 위기를 맞았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는 판문점 선언 1조 3항에 따라 지난해 9월14일 이뤄졌다.
24시간 상시 소통채널을 통해 주요 현안을 긴밀하게 논의, 한반도 평화 정착의 교두보 역할을 하기를 바랐던 남북 공통의 꿈은 6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지난해 9월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위태로운 급물살이 흐르는 한반도에서 남북을 잇는 튼실한 다리가 놓인 느낌"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남북 관계에서 역진 가능성이 확인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입을 타격이 적지 않아 보인다. 남북 관계발전의 초석인 판문점 선언 첫 조항마저 얼마든지 번복할 수 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연락사무소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긴 여정 속에 맺은 첫 결실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져 향후 비핵화 과정이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난 1년 이상 '한반도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던 문 대통령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회의론도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개성=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지난해 9월14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을 마친뒤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DB). 2018.09.14. [email protected]
전날 열린 정례 NSC 상임위에서조차 9·19 남북군사합의 이행 조치와 남북협력 사업들의 추진 동향 등 논의한 점을 미뤄볼 때 북측의 갑작스런 철수는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보고 받은 시점과 대통령의 반응, 대통령 주재의 NSC 전체회의로 확대 가능성 등을 묻는 질문에 청와대는 답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북미 대화의 적극적인 중재 방안을 고심하던 터라 남북 간 공식채널이 닫혔다는 것이 안겨주는 시사점이 크다. 북미 간 비핵화 대화의 궤도 이탈을 우선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간절한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북미) 중재안 마련 전에 보다 더 급선무는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안정적 상황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동안 청와대는 가용한 외교 채널을 총동원 해 하노이 협상 결렬 상황을 복기하고, 북미 양측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 중재안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북미 간 '살얼음 대치' 국면이 먼저 조성된 측면이 있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방한중인 댄 코츠(Dan Coats)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접견하고 있다. 댄 코츠 국장은 지난 19일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중이며,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가안전보장국(NSA), 국방정보국(DIA), 국가정찰처(NRO) 등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통솔하는 정보기관 수장이다. 2019.03.20.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은 전적으로 북한 책임이라는 미국의 대북 압박 메시지는 멈추지 않았고, 급기야 북한의 공동연락사무소 철수로 이어졌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리 정부에 대한 섭섭함을 나타낸 것과 동시에 남측 역할이 불필요하거나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일 수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에 대한 발표가 임박한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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