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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콘강 건넌 여야…패스트트랙 후유증에 국회 '올스톱'

등록 2019.04.30 14: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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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정국서 고발전·막말로 사생결단 격돌

한국당, 장외투쟁 선언…"20대 국회는 종언 고해"

장기간 민생·경제입법 표류 불가피…추경 심의 난망

패스트트랙 남은 단계마다 강대강 충돌 재현될 듯

與 원내대표 선거, 대야 창구 바뀌며 반전 가능성도

한국당도 투쟁만 지속 시 민생 팽개쳤다 역풍 우려

【서울=뉴시스】 이종철 기자 =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실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2019.04.3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종철 기자 =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실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2019.04.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편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태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열차가 30일 천신만고 끝에 출발했다.

그러나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국회는 '빠루(노루발못뽑이의 일본말)'와 망치까지 동원된 동물국회로 전락했고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은 고소고발전과 막말로 점철된 사생결단으로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여야가 루비콘강을 건너버린 형국에서 내년 총선까지는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아 20대 국회는 사실상 끝난 것이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도 나온다.

당장 한국당은 20대 국회의 종말을 선언하면서 대여(對與)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때 이후 15년만의 천막당사와 전국 순회 장외투쟁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새벽 긴급 의원총회에서 "오늘 통과된 패스트트랙은 원천 무효다. 오늘로 20대 국회는 종언을 고했다"면서 "저와 한국당은 눈물 머금고 떠날 수 밖에 없다. 국민 속에 들어가 국민과 함께 싸우고 전국을 돌며 이 실상을 알리겠다. 문재인 정권이 무릎 꿇는 그날까지 투쟁하고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에 태운 법안들의 심사 과정에서 충분한 대화와 소통으로 한국당과 합의를 이뤄내겠다고 한 민주당의 다짐은 그래서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한국당과 비슷한 시각 의총을 열어 환호와 박수갈채로 '패스트트랙 전투' 승리를 자축했다. 이해찬 대표는 "패스트트랙에 상정된다고 자동으로 법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충분한 대화와 소통이 있어야 한다"며 "특히 선거법 문제는 정말 한국당 및 다른 당과 진지하게 논의해서 좋은 법을 만들어야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26일과 29일 1·2차로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총 29명(중복고발 제외)의 한국당 의원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한국당의 국회 점거 사태를 놓고 국회법 위반 혐의와 특수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고발장을 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국회 점거 사태를 "유야무야 끝내지 않고 끝까지 간다"는 방침이다. "내일부터라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만나 국회를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시킬 수 있게 노력하겠다"(홍영표 원내대표)는 말이 '립서비스'로 해석되는 이유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9.04.29.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9.04.29. [email protected]

홍 원내대표는 새벽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국회선진화법이 만들어지고 지난 7년간 이번과 같은 무질서하고 불법적인 사태가 일어난 적이 없다. 이 문제 만큼은 분명하게 선진화법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맞서 한국당도 지난 27일 한국당 의원 및 보좌진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며 홍 원내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 등 17명을 공동상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맞고발했다. 나 원내대표 역시 "폭력사태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민주당에 책임을 묻겠다"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국회법상 국회 회의 방해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무겁다. 특히 5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5년간,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으면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치명상을 입는다.

설령 여야 합의로 취하하더라도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일단 고발된 사건은 수사가 계속된다. 여야의 극적인 화해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그래서다.

도 넘은 막말로 감정의 골도 깊어진 상태다. 여야는 "도둑놈들한테 이 국회를 맡길 수가 있겠냐"(민주당 이해찬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가 좀 미친 것 같다"(민주당 우상호 의원), "공수처는 문재인 대통령의 홍위병을 만드는 것"(나 원내대표) 등 말폭탄을 주고 받았다.

결국 개회식도 열지 못한 채 '빈손 국회'로 남아버린 4월 임시국회가 5월에도 헛바퀴만 돌 것이 뻔한 상황이다. 지금으로서는 국회 정상화의 계기로 작용할 어떤 호재도 찾아보기 힘들어서 극한대치 상태는 수개월 이상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이 이번 패스트트랙 정국을 관통하면서 동반 상승했다는 점도 정반대로 질주 중인 두 정당의 관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양측이 동물국회에서 건곤일척의 대결을 벌이는 과정에서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다.

지난 22~26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p·응답률 6.0%·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율은 각각 38.0%, 31.5%씩으로 전주대비 0.2%p씩 올랐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열린 정무위원회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4.3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열린 정무위원회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4.30. [email protected]

이에 따라 지난 25일 국회에 접수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사를 비롯해 각종 경제·민생법안 처리도 장기간 표류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는 5월8일 민주당의 새 원내대표 선거를 계기로 여야 대화 재개의 단초가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는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입법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국회정상화가 시급한 만큼 대야(對野) 협상창구의 교체를 분위기 반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당 입장에서도 장기간 장외투쟁을 지속하는 것은 민생을 내팽겨쳤다는 역풍을 불러올 수 있고 회군의 명분을 찾기도 더 어려워진다.

그러나 설령 한국당이 국회에 복귀하더라도 말 그대로의 정상화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패스트트랙에 태운 법안들의 처리를 위해 의사일정마다 양측은 강대강의 충돌을 재현할 전망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이제 막 시동이 걸린 패스트트랙은 소관 상임위(180일)와 법제사법위원회(90일), 본회의(60일) 부의 등의 절차를 더 거쳐야 한다.

게다가 총선 시계가 빨리 돌아갈수록 여야의 대치전선은 공고해질 수 밖에 없다. 각 당의 공천 작업까지 본격화되면 여야는 공히 내년 '4·15 대첩'에 모든 당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여 국회가 제 몫을 하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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