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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작권 전환 후에도 실질적 작전권 행사?…계속되는 논란

등록 2019.10.30 16: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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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작권 전환 前 영향력 '확대' 움직임 곳곳 감지

유엔사 역할·지휘·참모 및 전력제공국 확대 움직임

합참-연합사-유엔사 관계 정리했지만 문제는 여전

전문가 "미래 연합사-유엔사 역할 확실해 정리해야"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19.08.09.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사전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한미 간 전작권 전환 협의 과정에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한반도 유사시 위기관리에 직접 나서는 등 실질적 작전권을 계속해서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30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 실무자들은 지난주 국지도발, 테러 등 위기 상황에서 한미 연합군사령부의 연합방위와 대응, 역할 등을 자세하게 규정한 '한미 동맹위기관리 각서' 개정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는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 및 위기관리체계를 규정하는 근거가 될 '한미 동맹위기관리 합의각서' 초안을 만들기 위해 협의 중이다.

협의 과정에서 미국은 현재 '한반도 유사시'라는 문구로 규정하고 있는 한미동맹의 위기관리 대응 범위를 '한반도 및 미국의 유사시'로 확대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 유사시'를 문구에 포함하자는 미국 측 제안에 대해 한국이 전작권을 가져가는 대신 동맹 차원에서 미국 안보에 대해 '실질적인' 기여를 하라는 압박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안보대화 개회식에서 기념촬영 후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19.09.05.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안보대화 개회식에서 기념촬영 후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19.09.05. [email protected]

또 전작권 전환 이후에 미국이 계속해서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작권 전환 이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발사할 경우 사실상 한반도를 벗어난 위협에 대해 미국이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할 수 있도록 사전에 장치를 마련해둔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전작권 이후 한반도 내 실질적 권한 확대 문제는 이전에도 계속 문제가 제기돼 왔다.

특히 군 안팎에서는 미국이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역할 확대와 관련해 유사시 한반도에 주도적인 영향을 행사하려고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뉴시스】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 23일 최병혁 연합사 부사령관과 함께 경기 포천 미 8군 사격장인 로드리게즈 사격장에서 실시된 제5포병여단 실사격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2019.10.25. (사진=주한미군 페이스북)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 23일 최병혁 연합사 부사령관과 함께 경기 포천 미 8군 사격장인 로드리게즈 사격장에서 실시된 제5포병여단 실사격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2019.10.25. (사진=주한미군 페이스북) [email protected]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한 심포지엄에서 전작권 전환 이후 미국이 유엔사의 역할을 확대해 한반도 내 군 지휘권을 유지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강력 부인하면서, "(유엔사를) 어떤 작전사령부로 탈바꿈하려는 비밀계획 따위는 없다"고 강조했지만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6월 '유엔사 관련 약정 및 전략지침'에서 유엔사 전력제공국 정의를 '유엔 안보리 결의에 근거해 유엔사에 군사적·비군사적 기여를 했거나 할 국가'로 개정해 6·25 전쟁에 참가하지 않은 일본과 같은 나라도 전력제공국으로 참여하도록 길을 열어뒀다.

이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월 이례적으로 유엔사 소속 16개국에 전력제공국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동의가 전제가 돼야 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달 주한미군이 발간한 '전략 다이제스트'는 "유엔사는 위기 시 필요한 일본과의 지원 및 전력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혀, 일본이 유사시 전력제공국으로 한반도에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로버트(왼쪽부터)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 사령관, 최병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브룩스 여사,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 사령관, 박한기 합참의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한미동맹의 밤 행사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19.10.1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로버트(왼쪽부터)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 사령관, 최병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브룩스 여사,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 사령관, 박한기 합참의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한미동맹의 밤 행사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19.10.17. [email protected]

유엔사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다이제스트의 번역이 잘못됐으며 일본과의 지원과 전력 협력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지만 의심의 눈빛은 여전히 남아있다.

유엔사 권한 문제는 지난 8월 진행된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에서도 드러났다.

한미는 지난해 10월 워싱턴DC에서 열린 제50차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한국 합참-유엔사-한미연합사간 관계관련약정(TOR-R)을 통해 상호 관계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8월 한국군의 전작권 행사 능력을 평가하는 최초 작전운용능력(IOC)과 겸해 진행된 연합지휘소 훈련에서미국이 평시 군사적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유엔군사령관이 한국군에 작전 지시를 내릴 수 있도록 훈련 시나리오에 반영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미래 다차원 전장에서 육군의 역할과 발전방향'을 주제로 열린 제5회 미래 지상군 발전 국제심포지움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박수치고 있다. 2019.10.17.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미래 다차원 전장에서 육군의 역할과 발전방향'을 주제로 열린 제5회 미래 지상군 발전 국제심포지움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박수치고 있다. 2019.10.17. [email protected]

한국이 계속해서 난색을 표하는 상황에서도 미국이 유엔사의 권한 확대를 요구하면서 연합연습 일정에 차질이 예상되자 결국 본연습에 앞서 진행된 사전훈련 중 일부를 유엔군사령관이 지휘하는 시나리오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유엔사는 지난 2014년부터 유엔사 재활성화 프로그램을 강화하면서 미군 중심의 유엔사를 다국적 군사기구로 확대하려는 전략을 꾀하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유엔사가 참모 조직을 늘리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맞다"고 귀띔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금 유엔사에서 근무하는 참모는 21명에 불과하고, 이들은 연합사와 주한미군사 참모를 겸직하고 있다"며 "유사시에 유엔사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어떤 별도의 보직들이 충당되지는 않지만, 21명으로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전장의 모든 것을 유엔사에서 혼자 총괄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이 역할이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의 요구대로 유엔사의 권한이 확대되면 한국군이 전작권을 가져오더라도 한국군 대장이 연합사령관으로서 작전 지휘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이 유엔사를 재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은 분명하다"며 "기존 유엔사 역할을 현재는 연합사가 하고 있지만, 전작권이 전환 돼서 한국군이 지휘하게 되면 미국은 유엔사 기능을 다시 살려서 강화하겠다라는 기본 입장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미국이 생각하는 유엔사 재활성화와 한국군 대장이 주도하는 미래연합군사령부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전작권을 전환해도 현실성 없는 전환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래)연합사와 유엔사 관계를 정리하고, 연합사와 전력제공국으로서 유엔사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게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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