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주총 앞두고 내부 결속...反조원태 연합은 여론전 채비
한진그룹 계열 노조, 잇달아 주주연합 비판 성명 내
주주연합, 기자회견서 전문경영인체제 재차 강조할 듯
[서울=뉴시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2019.12.26.(사진=한진 제공)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다음달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을 앞두고 한진그룹과 반(反) 조원태 연합 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한진그룹은 오너 가의 사회공헌 활동을 강조하는 한편 계열사 노조들이 잇달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질타하는 성명을 내며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다.조 전 부사장,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주주연합'은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제도 도입 당위성을 강조하며 현 경영진 체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노동조합은 지난 17일 경기 부천 대한항공엔진정비공장 앞에서 직원들에게 조 전 부사장 반대 성명을 배포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노조 홈페이지에 올렸다. 영상에서 노조 조합원들은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성명이 담긴 종이를 나눠주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 노조는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주주연합이) 전문경영인으로 내세운 인물은 항공산업의 기본도 모르는 문외한이거나 그들의 꼭두각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수족들로 이뤄져 있다"라며 "배만 채우려는 투기 자본과 아직 자숙해야 마땅한 조 전 부사장의 탐욕의 결합"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어 17일에는 대한항공 노조와 (주)한진 노조, 한국공항 노조가 공동 성명을 내고 "조현아 3자 연합이 벌이는 해괴한 망동이 한진 노동자의 고혈을 빨고 고통을 쥐어짜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대한항공 전직 임원들로 구성된 대한항공 OB임원회도 최근 주주연합이 추천한 이사 후보들에 대해 "항공업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라며 비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가 직접 나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한편, 한진그룹은 회사 차원의 사회공헌활동 소식을 전하며 조원태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과거 '땅콩 회항'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인만큼, 상반되는 측면을 부각시키는 모양새다.
대한항공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우한 지역 주민들에게 마스크 4만장을 전달했다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나눔경영 철학에 의해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에는 난치병 연구소에 후원 소식을 알리며 조현민 전무가 협약식에 참석한 사진을 함께 배포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의 모습. 2019.04.08. [email protected]·
한진그룹은 또한 지난해 대한항공 주주총회를 앞두고 불거졌던 '위임장 작성 강요' 논란이 올해 재차 불거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 긋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지부, 참여연대 등이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과 조원태 회장이 직원들에게 사측에 유리한 내용의 위임장 작성을 강요했다며 강요죄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지난해 조 전 회장 등을 고발했던 대한항공 직원연대 측은 "올해 한진칼 주총과 관련한 위임장 작성 강요와 관련한 논란은 들리지 않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한진그룹이 내부 결속을 공고히 하는 가운데, 3자 주주연합은 오너가를 배제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할 전망이다.
KCGI는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한진그룹의 현재 위기 진단과 미래 방향 ▲전문경영인의 역할 등을 설명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강성부 KCGI 대표가 직접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주주연합이 지난 13일 주주제안을 통해 추천한 주요 이사 후보도 참석한다.
주주연합은 한진칼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소액 주주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전문경영인을 내세우고 있다. 3자 연합이 한진칼에 보낸 주주 제안서에는 기업 가치 및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이사의 자격'을 신설하자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같은 정관 변경이 주총에서 통과되면 결격요건이 강화돼 불법 가사도우미 고용과 관세법 위반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 전 부사장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연금도 지난해 한진칼 주총에서 특별결의 사항으로 '회사나 자회사와 관련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 형 선고가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보고 형 확정 3년까지 이사 선임을 제한하자'는 정관변경 안건을 제안했지만 부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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