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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경제 대책 이견…文대통령 결단에 달린 '재난소득'

등록 2020.03.18 19: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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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제대책회의 정책 반영 염두…원탁 회의에서 상반된 인식

경총 회장 "현금 지급보단 소비 유발이 바람직…기업을 살려야"

민노총 위원장 "노동자, 생계비 지원 절실…재벌 고통분담 해야"

文대통령 "보다 큰 결단 필요시 비상경제회의에서 결단할 것"

靑 "정리 되지 않은 이슈, 비상경제회의에서 논의 이어갈 것"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한 경제주체 원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3.18.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한 경제주체 원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3.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태규 기자 = 노동계와 경영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 방안을 두고 상반된 인식을 드러냈다. 노동계는 직접적인 현금성 지원의 필요성을, 경영계는 기업 회생을 중심으로 한 간접적인 지원을 주장했다.

기본소득 지급과 관련한 노사 간 인식차가 뚜렷하다는 것을 확인한 문재인 대통령이 향후 직접 주재할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어떤 결단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문 대통령은 18일 오전 경영계, 금융계, 가계, 노동계, 중소·벤처기업인, 소상공인 등 각 경제 주체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원탁회의를 주재했다.

이번 회의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각 경제 주체별 위기 인식을 공유하고 동시에 극복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12년 만에 재가동키로 한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겼다.

이날 회의에는 경영계와 중소·중견기업, 수출부문을 대표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노동계에서는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참석했고 가계를 대표해서는 주경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이 초청됐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박용만(왼쪽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한 경제주체 원탁회의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2020.03.18.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박용만(왼쪽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한 경제주체 원탁회의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2020.03.18. [email protected]

회의는 예정된 시각보다 약 1시간을 넘겨서야 끝났을 정도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을 비롯한 각 참석자들의 발언 요지를 소개했다. 현재의 위기가 미증유(未曾有)의 상황이라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 방향성에 대해서는 각 경제 주체별로 의견을 달리했다.

먼저 문 대통령은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지금까지 마련되어 있는 여러 가지 대책, 추경까지 집행을 최대한 신속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속도감 있는 정책 집행을 강조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추가적으로 마련할 대책도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적시에 마련되어 신속하게 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신속성을 필요로하는 대표적 사례로 기업들의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현장에서 직접 실행되는, 은행 창구에서 실행되는 속도가 최대한 높아질 필요가 있다"며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대출한다면서 서류 준비나 절차 때문에 두 달, 석 달 걸린다면 그것은 아무 소용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역시 문 대통령이 강조한 정책 집행의 속도감에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박 회장은 "자금 경색을 느끼는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다.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았으나 스피드가 문제"라며 "행정비용을 줄여야 한다. 스피드를 건너뛰는 파격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한 경제주체 원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3.18.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한 경제주체 원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3.18. [email protected]

다만 경영계와 노동계를 대표하는 참석자들 사이에서 근본적인 정부 정책의 방향성을 두고 상반된 인식을 보여 공개 충돌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개인에 현금을 주자는 주장을 하는데 현금보다는 경제 주체의 소비를 유발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며 재난기본소득 등 여러 형태의 이름으로 제기되고 있는 현금성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정치권 인사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보편적 기본재난소득 도입 주장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 지사와 이 지사는 국민 1인당 10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손 회장은 나아가 경영난에 처한 기업을 위한 금융기관 대출 완화, 신용대출 확대, 특별근로시간 확대, 특별연장근로제 보완입법, 법인세 인하 등을 요구했다. 위기의 기업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생계비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대상이 있다. 셧다운 상태의 노동자"라면서 취약계층의 생계보장을 위한 대책을 주문했다. 이는 노동자에게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손 회장의 주장과 대척점에 있다.

김 위원장은 "부가 집중돼 있는 재벌과 대기업이 고통을 분담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현대그룹이 협력사 직원들에게 30억원을 (현금)지원하기로 한 것을 매우 평가한다. 이런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양대노총이 회의에 함께 참석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사회적 합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기회다. 대통령께서 이런 자리를 좀 더 만들어 주셨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한 경제주체 원탁회의에 참석해 손경식 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0.03.18.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한 경제주체 원탁회의에 참석해 손경식 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0.03.18. [email protected]

민주노총과 경총이 공개 충돌하자 문 대통령에게 사회적 합의를 위한 자리를 보다 많이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형태로 긴장감을 낮추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각 경제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속도를 높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나 금융 당국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경제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말씀하신 대목은 경영단체뿐 아니라 오늘 회의에 참석한 양대 노총에 관한 언급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비상경제 상황 속에서도 양대 노총이 모두 참여하는 가운데 사회적 공감대를 이뤄야 정책을 추진에도 속도감이 붙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책 추진의 속도감을 강조하면서도, 어느 경제 주체 한쪽이 논의과정에서 배제되면 더 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문제 해결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여겨진다.

문 대통령이 마무리 발언에서 "보다 큰 결단이 필요한 일이라면 그것은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에서 결단을 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한 것도 경제 주체별로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재난기본소득을 가리킨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장 정리되지 않은 이슈에 대해서는 비상경제대책회의 안건으로 올려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게 대통령의 인식으로 볼 수 있다"며 "재난기본소득의 경우 지자체 스스로 우선 해결하되 부족한 부분은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방식 등을 향후 회의에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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