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야소냐 여소야대냐…의석 수 따른 정국 시나리오
범여 '180석' 압승시 선진화법 벗어나 법·예산 '밀어붙이기' 가능
민주당 승리시 文정부 국정 탄력…통합당은 '책임론' 후폭풍
통합당 1당 탈환 땐 레임덕 가속…공수처 폐지 등 대여 총공세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4.14. [email protected]
지난 총선과 다르게 뚜렷한 제3세력 없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양강 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집권여당의 '정권 안정론'과 보수야당의 '정권 견제론'이 거세게 맞붙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의 중간 평가 성격도 강한 만큼 여대야소(與大野小)냐 여소야대(與小野大)냐에 따라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은 물론 2년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구도도 판가름날 전망이다.
◇범여권 180석 이상 압승시
어느 한쪽의 우세를 점치기 힘들 전도의 혼전 양상이었던 공식 선거전 초반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부 대처에 대한 여론의 호평으로 민주당은 힘을 받는 반면 통합당은 잇따른 막말 논란으로 고전하는 분위기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범진보 180석'에 민주당이 오만함으로 비쳐질까 경계하면서도 여권 일각에서는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이 비례대표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과반(151석) 이상 의석을 차지하고 여기에 정의당, 민생당, 열린민주당 등이 따낸 의석까지 모두 합치면 180석까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권 표 분산을 우려한 민주당으로부터 견제를 받기는 했지만 열린당은 문재인 정부 개혁 완수를 위해 필요한 적통자임을 자부하고 있어 민주당과 보조를 맞출 것이 예상된다. 정의당과 민생당도 총선 국면에서 민주당과 갈등을 겪었지만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를 위해 협력할 여지가 크다.
이에 따라 범여가 180석 확보에 성공한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개혁과제를 비롯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이행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가 14일 서울 종로5가 마전교 앞에서 최운열 의원, 중구·성동을 박성준 후보와 합동 유세를 하면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0.04.14. [email protected]
특히 180석은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한 제약을 피해갈 수 있는 의석이다. 여야 간 입장차가 커 상임위에서 처리가 되지 않는 법안이라고 해도 전체의원 300명의 5분의 3인 180명 이상이 서명을 하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 33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상정돼 의결할 수 있다.
반대로 통합당은 총선 참패로 급격한 대혼란에 빠질 공산이 크다. 총선 참패의 책임론이 당 안팎에 휘몰아치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논의되고 대선주자로서의 황교안 후보의 입지도 흔들리게 될 수 있다.
◇민주당 151석 이상 '과반' 의석 점유시
범여권이 180석 이상 압승에 실패하더라도 민주당이 더시민의 비례대표 의석까지 합쳐 과반의석을 차지한다면 여대야소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 국정운영의 뒷받침이 가능해진다.
민주당은 지역구에서만 '130석+α(알파)'가 가능하고 비례대표에서도 최소 17석 이상을 기대하며 과반 확보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압도적 힘의 우위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 과반만 넘기면 다수결을 무기로 법안과 예산안 단독 처리도 가능하다.
여기에 180석 압승 시나리오에 비해 범여권의 세(勢)는 줄어들겠지만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를 가동했던 것처럼 범여 정당들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0.04.14. [email protected]
본회의 개의와 법안 직권상정 등의 권한을 가진 국회의장직과 상임위 운영 전반에 관한 권한을 가진 상임위원장직의 중요성은 이미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 때 확인된 바 있다.
문 대통령도 여대야소의 정치 지형을 바탕으로 남은 임기 동안 주요 국정과제의 성과 창출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여당의 안정적인 과반 의석과 국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위기 해소라는 목표에 보다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이 경제·민생 관련 입법에 비협조로 나온다고 해도 문 대통령으로서는 총선에서 확인한 국민의 지지세를 명분 삼아 강력한 대야(對野) 압박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레임덕(권력누수) 가시화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당청관계에서의 우위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도 여권은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개별 후보의 생환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를 필두로 김두관·김부겸·이광재 후보 등 여권 잠룡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까지 풍부한 대권주자 풀을 기반으로 대선정국에 안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여소야대' 통합당 원내 1당 탈환시
통합당이 총선에서 원내 제1당 자리를 탈환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은 심각한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여당이 1당 자리를 내준 것은 문재인 정부의 남은 2년에 대한 기대보다는 지난 3년에 대한 심판에 더 많은 국민들이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막판 총선 프레임이 여당의 '정권 안정론' 대 '정권 견제론'으로 변화되기는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심판론의 대결에서 '정권 심판론'이 승리한 셈이어서 문 대통령의 레임덕은 가시화될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종로구 후보가 선거유세 마지막날인 1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지지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특히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통합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폐지 등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급격한 제동을 걸 것으로 보여 집권 후반기 '약체 정부'로 전락할 수도 있다.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울산시장 불법 선거개입 의혹,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통합당의 공세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은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2년 후 대선을 겨냥한 정권교체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당 대표인 황교안 후보를 비롯해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의원 등의 당내 입지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
반대로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의 리더십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이 대표의 임기만료일인 오는 8월24일에 앞서 조기 전당대회 주장이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문 현역 의원과 청와대 출신이 약진했던 공천 결과를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는 동시에 그동안 청와대가 우위를 점하던 당청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내년 대선 구도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자신의 후계자가 될 여권 후보 선출에 직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차기 대권후보 자리를 둘러싼 계파간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