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피지기]초고층 아파트는 왜 49층만 지어질까?
2010년 부산 '마린시티우신골든스위트' 화재 사고 발생
이후 2011년 특별법 제정…50층부터 안전규정 까다로워
준고층(30~49층) 건축물, 별도 피난시설 설치 의무 없어
규제 개선 요구 있으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신중해야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송도의 자부심, 49층 랜드마크'. '한눈에 내려다보는 49층 조망권'
아파트 분양 광고 문구입니다. 분양시장에서 '마천루'(摩天樓) 경쟁이 치열합니다. 고층 아파트는 하늘에 닿을 듯 우뚝 솟아 우수한 조망권과 일조권을 누릴 수 있는 고급 아파트로 통합니다. 특히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집값을 선도하기도 합니다.
인천 송도를 비롯해 수도권 신도시와 지방에서도 고층 아파트들이 연이어 들어서고 있습니다. 건설사들도 자사의 시공 능력과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고층 아파트를 짓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마천루 시대'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고층 아파트들의 스카이라인이 엇비슷합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최고층이 49층입니다.
왜 49층일까요? 규제와 비용 때문입니다. 지난 2010년 부산의 주상복합 아파트 '마린시티우신골든스위트'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 없이 5명 부상으로 끝났지만, 4층에서 시작된 불길이 38층까지 타고 오르는데 걸린 시간이 고작 30분에 불과했습니다. 고층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고였습니다. 이 사고 이후 2011년 3월 '초고층 및 지하 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대한 특별법'이 제정됐습니다.
이듬해 특별법 시행으로 50층·200m 이상이면 '초고층 건축물'로 분류되고, 까다로운 안전 규정 심의를 통과해야 합니다. 30층마다 한 층을 모두 비워 피난안전 구역을 반드시 설치해야 합니다. 또 초고층 건축물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서 지진과 테러, 해일 등 40여 개의 심의도 받아야 합니다.
반면 49층 이하의 준고층(30층 이상 49층 이하) 건축물은 별도의 피난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없습니다. 피난 계단만 넓게 설계하면 됩니다. 지난 2018년 분양 당시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도 최고 층수는 49층, 높이는 199.98m였습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하늘에서 본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일대. [email protected]
건설사 입장에서 경제성을 따져보면 49층으로 짓는 게 유리합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시공 능력과 브랜드의 위상을 남길 수 있는 상징적인 건물을 남기고 싶어한다"면서도 "까다로운 규정과 시간, 비용 등 경제성을 고려하면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49층으로 짓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건물의 위치나 용도 등을 고려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불과 1층 차이로 규제의 강도가 이렇게 달라지는 게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최근에는 최첨단 기술을 접목해 피난안전구역을 마련하는 등 건설사들의 안전 설계 기술이 발전한 만큼 건물의 위치나 용도 등을 고려한 특성화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건설업계의 의견도 일부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고층 아파트의 안전과 직결된 만큼,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꼼꼼하게 확인하고, 사회적 논의도 거쳐야 할 사안입니다.
대한민국 고층 아파트의 정설은 49층입니다.
※'집피지기' = '집을 알고 나를 알면 집 걱정을 덜 수 있다'는 뜻으로, 부동산 관련 내용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 위한 연재물입니다. 어떤 궁금증이든 속 시원하게 풀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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