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10기 더 멈추는데…'탈원전 정책' 제동 걸리나
감사원, '월성 1호기 폐쇄' 경제성 평가 과정에 문제 지적
2023년부터 줄줄이 운전기간 만료 앞두고 혼란 예상
원전 설계수명 연장과 관련된 규정 미비…"마련 시급"
멈춘 원전 재가동 사실상 어려워…"결정 번복할 장치 없어"
[경주=뉴시스] 이무열 기자 =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관련 감사에 대해 "월성 1호기 경제성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되었다고 발표한 20일 오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운전이 영구정지된 '월성 1호기'가 보이고 있다. 2020.10.20. 2020.10.20.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감사원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의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이 줄줄이 나올 예정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란 역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월성 1호기 재가동과 영구 정지 지속을 두고 논쟁이 벌어져도 이에 대한 명확한 정부 지침이 없어 사업자들의 혼란만 키우고 있다.
◇'원전 조기 폐쇄 결정' 타당성 약화될 듯
20일 한국수력원자력 자료를 보면 현재 국내에서 상업운전 중인 원전은 총 24기이며 이 가운데 10기는 2030년까지 허가받은 운전기간을 마치게 된다.
원전별로 보면 고리 2호기(2023년 만료), 고리 3호기(2024년), 고리 4호기(2025년), 한빛 1호기(2025년), 한빛 2호기(2026년), 한울 1호기(2027년), 한울 2호기(2028년)는 차례로 운전기간 40년을 채우면서 멈추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월성 2호기(2026년), 월성 3호기(2027년), 월성 4호기(2029년)도 30년간의 운전기간이 만료될 예정이다.
앞서 한수원은 국내 첫 해체 원전인 고리 1호기에 대한 해체계획서 초안을 제출한 바 있다. 본격적인 해체 작업은 이르면 2022년 6월부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체에는 최소 15년 6개월가량이 소요된다.
계획대로라면 월성 1호기는 해체되는 두 번째 원전이 된다. 한수원은 올해 안으로 이를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해 2024년 6월까지 최종 해체계획서를 작성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고리 1호기 해체 절차와 다른 점이 있다면 월성 1호기는 설계수명이 남은 상태에서 정지됐다는 것이다. 당초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 가동을 멈췄지만 7000억원을 들인 전면 개보수 작업을 거쳐 2022년까지 수명 연장을 승인받은 바 있다.
이후 한수원 이사회는 부족한 경제성을 이유로 고리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했고 원안위는 2019년 12월에 이를 승인했다. 이번 감사원의 판결로 이 결정에 대한 타당성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바꿔 말하면 3년을 더 돌릴 수 있었던 원전을 미리 멈춘 것이기 때문이다.
오는 22일 예정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이에 대한 집중 추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진행된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 '정부 외압'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실제로 감사원은 산업부에 월성 1호기 감사를 방해한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얼마 전 "정부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를 추진했고 따라서 한수원이 비용 보존을 청구했다"며 "조기 폐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산업부가 개입해 경제성 평가를 왜곡했다면 관계자 모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감사원이 월성1호기 가동의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한다고 발표한 20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탈핵시민행동 회원들이 월성1호기 폐쇄의 정당함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원전 경제성 평가에 적용할 지침 마련해야"
현재 산업부와 한수원은 감사원 판결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안이 엄중한 만큼 내부 회의를 걸쳐 구체적인 방침을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은 성 장관에게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무단 삭제하도록 지시하는 등 감사를 방해한 공무원들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82조에 따라 징계를 요구했다.
또한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것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 대한 엄중 주의를 요구했다.
두 기관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번 감사는 한수원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 행위를 따져보기 위한 것이었다. 감사원은 경제성 평가 과정에 부적절한 개입은 있었지만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앞으로의 원전 해체 등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이번 감사원의 판결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족쇄를 차게 된 셈이다.
원전의 설계수명 연장과 관련된 경제성 평가에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 갖춰지지 않은 것도 이번 판결에서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원전 계속가동 관련된 경제성 평가에서 합리적인 평가 기준을 설정하는 등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래도 월성 1호기 재가동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감사원도 원전 가동 중단에 대해서는 안전성을 고려한 결정이었기 때문에 감사 범위에서 제외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절차상에는 원안위의 영구 정지 운영변경허가 결정을 번복할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법제화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사업자가 원전 재가동, 영구 정지 등에 대한 허가를 신청하면 심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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