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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 연료비 연동제…기름값 올라도 전기요금 할인 그대로

등록 2021.03.22 15:49:32수정 2021.03.22 15: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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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전에 1분기 조정 요금 -3원 유지 통보

2월 LNG 가격 지난해 말과 비교해 50% 뛰어

인상 부담 한전에서 떠안아…재무 리스크 여전

주가 4.7% 급락…'유보' 날벼락에 주주 피해 커져

[세종=뉴시스]한국전력 나주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DB)

[세종=뉴시스]한국전력 나주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DB)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지난해 말 난항 끝에 통과된 연료비 연동제 도입이 3개월 만에 무용지물이 됐다.

국제유가 등 원가 변동분을 제때 전기요금에 반영해 소비자에게 올바른 가격 신호를 전달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이지만, 애초부터 최종 결정 권한은 정부에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한국전력은 22일 사이버지점 홈페이지를 통해 2분기(4~6월분) 연료비 조정 요금을 1분기에 이어 ㎾h당 3원 깎아준다는 내용의 '연료비 조정 단가 산정 내역'을 발표했다.

연료비 조정 단가는 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기준연료비)와 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실적연료비)를 기반으로 한다. 연료비는 관세청에서 고시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유류의 무역통관 가격이 기준이다.

구체적으로 4~6월분 전기요금에 대한 기준연료비는 ㎏당 289.07원이었고, 실적연료비는 288.07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빼면 -1원의 변동연료비 값이 나오는데 여기에 변환계수(㎾h당 0.1634㎏)를 곱해 -0.2원의 최종 연료비 조정 단가를 산출했다.

즉, 1분기 -3원과 비교해 2.8원의 인상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도 지난해 말 요금과 비교했을 때는 ㎾h당 0.2원의 요금을 덜 내는 셈이다.

당초 2분기에는 연료비 조정 단가가 -5원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이 단가에는 상·하한선이 씌워져 있기 때문에 2개월 연속 요금이 인하될 경우 -5원이 최대 할인 폭이 된다.

그만큼 지난해 하반기 유가가 저렴했다는 뜻이다. 정부와 한전은 이를 기반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1조원의 전기요금 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현물시장에서 사들여야 하는 원료가 늘어나면서 통상 6개월의 기간을 두고 반영되는 유가와 연료비의 시차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올 초 급등한 LNG 가격 등이 그대로 연료비 조정 단가에 적용됐다.

실제로 관세청에서 산정한 올해 2월 평균 LNG 가격(세후 무역통계가격)은 623.96원으로 전월 대비 29%가량 뛰었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50%가량 오른 가격이다.

그럼에도 한전은 2분기에도 할인 폭을 줄이지 않기로 했다. 바꿔 말하면 ㎾h당 2.8원의 인상 요인은 한전이 그대로 떠안게 된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 이유 가운데 하나가 한전의 부실한 재무 구조를 보완하기 위한 것인데 사실상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는 정부의 결정이기도 하다. 현행 체계에서 전기요금을 조정하려면 정부로부터 최종 인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전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1분기 조정 단가 결정 시 발생한 미조정액을 활용해 2분기 조정단가를 1분기와 동일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통보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번 결정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표심 잡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얼마 전 "2분기 공공요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유가 상승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수출 기업 지원 강화 및 애로 해소도 적극 병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유보 결정에 애꿎은 한전 주주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전은 전일 대비 4.76% 하락한 2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6일 전기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6% 넘게 오른 주가는 오전 10시께 전기요금 발표가 난 이후부터 급락세를 보였다.

만약 이번에 전기요금이 올랐다면 2013년 11월 이후 7년여만의 요금 조정이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료비 연동제는 한전 이익 변동성을 낮추고 요금 체계를 합리화시킨다는 점에서 오랜 기간 기다려온 디스카운트 해소 요인"이라며 "그럼에도 여전히 정상적으로 적용될지에 대해 불신이 컸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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