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프로젝트' 영상·AR 등
다양한 장르 10점 야외 전시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덕수궁은 시대의 정치적, 사회적 조건에 따라 변화했다. 대한제국(1897~1910)의 황국이 되기 전에 터는 조선시대 왕족의 사저였고 임진왜란 때에는 행궁이었다. 대한제국이 끝난 후 덕수궁은 시민을 위한 공원이 되었다가 광복 후 1962년에 사적으로 지정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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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과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가 9일 서울 중구 덕수궁 경내에서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 언론공개회를 하고 있다. 덕수궁 프로젝트 참여 작가들은 정원의 역사, 사상, 실천을 다시 생각하고 재해석하면서 다양한 관점을 지닌 열린 정원을 재해석 했다. 사진은 황수로 작가가 석어당에 설치한 '홍도화'. 2021.09.0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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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이 궁궐과 현대미술의 만남으로 펼치는 '덕수궁 프로젝트'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공간을 이어준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프로젝트는 '상상의 정원'으로 꾸몄다.
현대미술가 권혜원, 김명범, 윤석남, 이예승, 지니서, 조경가 김아연, 성종상, 만화가 이용배, 식물학자이자 식물세밀화가 신혜우, 국가무형문화재 채화장 황수로가 참여했다. 덕수궁과 함께해 온 식물과 정원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영상, 조각, 설치, 전통공예, 조경, 만화영상, 식물세밀화 등 작품 10점을 전시한다.
정원(庭園)을 매개로 덕수궁의 지나간 시간을 돌이키고 오늘날 정원의 가치를 생각해 보게하는 전시다. 작품 설명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정원을 산책하듯 덕수궁을 자유롭게 거닐며 곳곳에 설치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11월28일까지.
식물학자 신혜우의 '면면상처: 식물학자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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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신혜우 작가의 '면면상처: 식물학자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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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이자 식물세밀화가인 신혜우는 서양의 여러 외래식물이 국내로 반입되던 근대기 대한제국 황실 전속 식물학자를 상상하며 봄부터 덕수궁 내 식물을 채집, 조사하고 여기에 담긴 이야기를 표본과 세밀화, 글 등으로 풀어낸다.
윤석남 작가의 '눈물이 비처럼, 1930년대 어느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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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윤석남 작가의 '눈물이 비처럼, 1930년대 어느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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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목을 재생시킨 윤석남의 신작은 석조전 대정원이 완성될 무렵 식재된 고목과의 상상의 대화를 담았다. 작가는 극히 소수만 접근 가능했던 궁궐이 개방된 공공장소로 변화한 것을 중요한 사건으로 보고 이름 없는 조선 여성들의 얼굴과 몸을 명쾌한 윤곽선과 밝은 색으로 그려, 덕수궁에서 새로운 시대를 마주한 그들의 의지와 기대를 담아낸다.
이용배-성종상 작가의 '몽유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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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용배-성종상 작가가 함녕전에 설치한 '몽유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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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터 이용배와 조경학자 성종상은 근대적인 대한제국을 꿈꿨으나 외세에 의해 좌절되는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고종의 드라마틱한 삶을 되돌아보면서 자유롭지 못했던 그를 위한 혹은 그가 상상했을 정원(意園)을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인다.
김명범 작가의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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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명범 작가가 준명당과 즉조당 앞 마당에 설치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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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범은 전통적으로 장생불사(長生不死) 중 하나로 간주된 사슴을 스테인리스스틸로 주조해 즉조당 앞에 놓인 세 개의 괴석과 함께 놓는다. 전통정원의 주요 요소인 괴석 역시 장수를 상징하며 선계(仙界)를 은유한다. 이질적인 동물(몸체)과 식물(뿔)이 신비롭게 합체된 사슴은 낯설고 환상적인 느낌을 배가시켜 주변 풍경을 새롭게 발견하게 한다.
이예승 작가의 '그림자 정원: 흐리게 중첩된 경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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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혜승 작가가 덕홍전에 설치한 '그림자 정원: 흐리게 중첩된 경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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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티스트 이예승은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혼종적인 덕수궁에 21세기 가상의 정원을 만든다. 관람객이 덕수궁 곳곳에 부착된 QR코드를 휴대전화 등의 스마트기기로 태그하면 덕수궁 정원 혹은 조선후기 의원 문화와 관련된 이미지가 눈앞에 펼쳐져 생생하게 움직인다. 또한 덕홍전에는 정원에서 만났던 다양한 가상의 이미지를 3D 프린터로 구현한 오브제 및 영상을 다시한번 만날 수 있다.
권혜원 작가의 '나무를 상상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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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권혜원 작가가 중화문 옆 행각에 설치한 '나무를 상상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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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원의 영상작업은 몇 백 년 전부터 미래에 이르기까지 덕수궁 터에서 정원을 가꾼 5인의 가상의 정원사를 상상하며 각기 다른 시대를 보낸 정원사들의 대화를 통해 인간과 공존해온 식물들을 낯선 방식으로 보여준다. 또한 작품이 설치된 중화전 행각 기둥의 재료인 금강소나무와 행각 주위의 나무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인간의 기억과 인식을 뛰어넘는 비인간 존재를 환기시킨다.
김아연 작가의 '가든카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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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아연 작가가 덕홍전 뒤쪽에 설치한 '가든카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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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가 김아연은 실내에서 사용하는 카펫으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안과 밖, 생명체와 비생명체, 부드러움과 딱딱함 등 이질적인 것들이 긴장을 유지한 채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정원을 만들어낸다. 덕홍전과 정관헌이 마주하는 장소에 놓인 이 수평의 공간은 고종과 명성황후를 위한 추모공원이 되기도 한다.
황수로 작가의 '홍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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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황수로 작가가 석어당에 설치한 '홍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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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무형문화재 제124호(궁중채화) 황수로는 일제강점에 의해 맥이 끊긴 채화문화를 되살렸다. ‘채화(彩華)’는 조선시대 궁중공예의 정수이자 정원문화의 하나로서, 덕수궁에서 유일하게 단청으로 장식되지 않은 석어당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비단, 모시, 밀랍, 송화 등으로 만든 채화는 왕조의 불멸을 염원해 만들어진 시들지 않는 꽃으로 생명존중 사상이 담겨있을 뿐 아니라 고종 즉위 40주년을 경축한 진연(進宴)을 화려하게 장식하기도 했다.
지니서 작가의 '일보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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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지니서 작가가 석조전과 중화전 사이이에 설치한 '일보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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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서는 1911년 석조전 앞 대정원이 조성되며 중화전 행각이 훼철된 것과 이 장소가 지닌 역사성에 주목했다. 동과 서, 전통과 근대의‘차이’를 이질성과 대립, 갈등 대신 소통 가능한 ‘간격’으로 간주하면서 작품을 매개로 두 영역을 서로 마주보게 한다. 바람과 햇빛이 투과해 시시각각 변하는 작품은 과거로 이어지는 시간의 통로가 되고, 관람객이 주변 풍경을 새롭게 발견하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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