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쌍용차…반복되는 '법정관리·경영위기' 영욕의 68년
'가다 서다' 롤러코스터 행보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2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쌍용차 판매점 앞에서 시민이 이동하고 있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인수대금 잔금 납입 기한인 지난 25일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2022.03.27. [email protected]
28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자동차의 기업회생절차가 1년만에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다.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에디슨모터스컨소시엄이 지난 25일까지 예치했어야 할 잔여 인수대금 2743억원을 입금하지 않으며 계약이 자동해제됐다. 쌍용차는 최대한 짧은 시일 내에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쌍용차는 고(故) 하동환 한원그룹 회장이 1954년 설립한 하동환자동차를 모태로 하는 회사다. 1977년 동아자동차로 이름을 바꿨고, 1986년 당시 재계 5위였던 쌍용그룹의 품에 안기며 쌍용차가 됐다. 코란도, 무쏘, 렉스턴, 체어맨 등 쌍용차의 대표모델이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한국을 휩쓴 외환위기에 쌍용그룹이 휘청이면서, 쌍용차는 1998년 대우그룹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대우그룹 역시 외환위기 쓰나미에 휩쓸리며 쌍용차는 채권단에 넘어갔다.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된 것은 큰 시련이었다. 상하이차는 쌍용차를 인수한 후 쌍용차가 보유한 기술을 빼내가는데만 관심을 보였고, 약속한 투자는 거의 하지 않았다. 상하이차는 기술 유출 논란 끝에 구조조정을 거쳐 2010년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상하이차 사태 후 쌍용차는 법정관리와 평택공장 유혈사태 등 큰 아픔을 겪어야 했다. 대규모 정리해고의 후유증으로 30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 후 쌍용차는 안정을 찾는 듯 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 72.85%를 5500억원에 인수하고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1300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티볼리 흥행으로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국내 SUV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적자폭이 확대됐고, 코로나19로 대주주 마힌드라의 상황이 악화하며 쌍용차는 지난해 4월 기업회생절차를 다시 시작했다.
이후 쌍용차는 1년 가까이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에 집중하며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에디슨모터스컨소시엄이 지난해 7월 인수의향서 접수와 9월 본입찰을 거쳐 지난해 10월20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쌍용차에 비해 회사 규모가 지나치게 작은 에디슨모터스는 자금난에 시달렸고, 인수 대금을 시한 내에 납입하지 못했다. 기업회생절차도 1년만에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다.
쌍용차는 최단시간 내에 새 인수자를 물색해 신속하게 재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공개입찰로 M&A를 진행했지만 매각이 성사되지 않은 경우, 관리인이 법원 허가를 받아 제한적 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쌍용차 측은 지난해 6월 M&A 절차를 시작할 때와 비교해 재매각 환경이 현저히 개선된 만큼 경쟁력 있는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9월 본입찰 당시 SM그룹 등 유력 후보군이 참여하지 않은 만큼 재입찰에 들어간다고 해도 승산이 낮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법정관리 기간을 연장해 새로운 인수업체를 찾아야 한다"며 "하지만 지난해 SM그룹 등 유력 후보들이 본입찰에 참가하지 않았고, 본입찰에 참가한 업체마저 자금부족으로 잔금을 납부하지 못한 것을 보면 재입찰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가 전 M&A'가 실패할 경우 법원 주도의 M&A가 이뤄지거나 최악의 경우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있다. EY한영회계법인에 따르면 쌍용차의 청산가치는 9800억원, 존속 가치는 6200억원으로 청산가치가 존손가치보다 높다. 하지만 5000여명에 육박하는 쌍용차 임직원과 16만5000명에 이르는 협력사 직원들의 일자리, 쌍용차 청산이 국내 자동차업계와 전후방 연관산업에 미칠 영향 등을 생각하면 청산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인가 전 M&A가 실패한다면 청산도, 공적자금 투입도 쉽지 않다"며 "쌍용차 새 주인 찾기가 차기 윤석열 정부의 과제로 넘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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