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10번 등정한 네팔 싱글맘…"젊은 여성들, 포기말라"
10번째 에베레스트 등정…여성 최다 기록 경신
싱글맘…美서 접시 닦기 일하며 틈틈이 도전해
[서울=뉴시스] 지난 3일 공개된 네팔 여성 산악인 라크파 셰르파의 모습.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5364M'에서 촬영됐다. (사진=라크파 셰르파 페이스북 갈무리) 2022.05.1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수진 인턴 기자 = 미국에 사는 한 네팔 출신 여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산을 10번 등정하는 기록을 세웠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코네티컷에 거주하는 네팔 출신 라크파 셰르파(48)는 이날 오전 6시30분께 해발 8848m 높이 에베레스트산을 10번째로 등정하는 데 성공했다.
라크파는 2000년 네팔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산 등정에 성공했고, 2018년에는 에베레스트를 9번째로 등정하며 여성 최다 등정 기록을 세웠다.
라크파는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을 때 꿈을 이룬 것 같았다"며 "더 이상 단순히 주부로 지내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회상했다.
라크파는 BBC가 선정한 2016년 가장 영향력 있고 영감을 주는 여성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라크파는 "셰르파 문화, 셰르파 여성들과 네팔 여성들 지위에 변화를 가져온 것 같다"며 "집 밖에 있는 것이 즐거웠고, 모든 여성들과 이 느낌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네팔 여성 산악인 라크파 셰르파가 에베레스트산 등정으로 2003년과 2006년에 받은 기네스 세계 기록 인증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라크파 셰르파 페이스북 갈무리) 2022.05.13. *재판매 및 DB 금지
라크파의 성 '셰르파'는 네팔 동부 에베레스트산 기슭에 사는 티베트계 고산족 명으로, 히말라야 등산대의 짐을 나르고 길을 안내하는 인부를 뜻하기도 한다.
네팔에서 등반가 가정 자녀로 태어난 라크파는 "나는 에베레스트 바로 옆에서 자랐다"며 "에베레스트는 계속 나에게 영감과 흥분을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라크파는 루마니아 태생 등반가 디마아레스큐와 결혼해 남편과 함께 5번의 등정을 했다. 결혼 후 미국으로 건너가 웨스트 하트포드에서 약 20년을 살았으나, 2015년 이혼했다. 현재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딸 2명, 아들 1명과 함께 살고 있다.
싱글맘인 라크파는 미국 식품 체인점 홀푸드마켓에서 접시 닦기 일을 하며 계속해서 자신의 기록을 경신했다. 라크파는 "나의 직업은 노인 돌보기, 집 청소, 설거지 등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지난달 30일 공개된 네팔 여성 산악인 라크파 셰르파(오른쪽)와 딸 샤이니의 모습.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깃발을 들고 있다. (사진=라크파 셰르파 페이스북 갈무리) 2022.05.13.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달 말 라크파는 페이스북에 막내딸 샤이니(15)와 함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있다는 근황을 전했다. 샤이니는 "나는 어머니를 존경한다"며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데도 어머니는 많은 것을 이뤘다"고 말했다.
라크파는 등반을 그만 둘 생각이 없으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인 중국 초고리산(K2)를 오르고 싶어 한다. 라크파는 "등산은 나의 열정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며 "미래에 아들, 딸들과 함께 에베레스트 등반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나는 도전적인 삶을 살았다"며 "산은 날 행복하고 편안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젊은 여성들이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에베레스트는 1953년 이래 전 세계 등반가들에 의해 1만번 이상 등정됐고, 311명이 등반 중 사망했다.
한편 지난 7일 네팔인 등반가 카미 리타가 에베레스트를 26번 등정해, 자신의 기록을 깨고 최고 기록을 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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