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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경기도민은 13년 만에 보수교육감을 왜 선택했을까

등록 2022.06.04 10:22:08수정 2022.06.04 12: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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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교육감 선거 직선제 전환 이후 김상곤·이재정 등 진보교육감 집권

제8회 지방선거 경기교육감 선거, 도내 31개 시·군 보수후보 앞서

첫 보수교육감에 '거물급' 임태희 당선...'9시 등교'·'혁신교육' 손질 예고

[수원=뉴시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 후보가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꽃다발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2022.06.02. photo@newsis.com

[수원=뉴시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 후보가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꽃다발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2022.06.02. [email protected]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소위 ‘진보교육의 산실’로 불리는 경기도교육감에 보수 성향의 임태희 후보가 당선되면서 그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게 된 요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경기도는 김상곤 전 한신대 교수부터 이재정 현 교육감까지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내리 당선되면서 ‘무상급식’·‘혁신학교’ 등 진보교육감표 핵심정책을 싹 틔워 전국으로 확산시킨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 소위 ‘거물급’으로 통하는 임 당선인이 첫 보수교육감에 오른 만큼 이전까지 진보교육감이 추진해왔던 교육기조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일 치러진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임 당선인은 54.79%(308만1100표)를 획득해 45.20%(254만1863표)를 얻은 성기선 후보에 비해 53만9237표 차이로 9.59%p를 앞서 최종 당선됐다. 무효표는 19만6761표다.

이로써 임 당선인은 2009년 경기도교육감 선거가 직선제로 전환된 이래 13년 만에 민선 교육감으로는 첫 보수교육감에 오르게 됐다.

초대 민선교육감부터 민선 4기 현재까지 경기도교육감은 진보 성향의 김상곤 전 한신대 교수, 이재정 전 국회의원이 단 한 번도 빼앗기지 않은 채 자리를 수성해왔다.

그 아성이 이번에 처음으로 깨졌다. 과연 경기도민은 보수교육감을 왜 택했을까.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후보와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를 비롯한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들이 1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전교조 교육감에게 학교 현장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힘을 합쳐 연대에 나서기로 했다"며 "6월 1일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 교육감들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후보와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를 비롯한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들이 1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전교조 교육감에게 학교 현장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힘을 합쳐 연대에 나서기로 했다"며 "6월 1일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 교육감들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17.  [email protected]


전국적으로 보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성향별로 중도·진보 9명, 보수 8명의 교육감 후보가 각각 당선을 확정지었다. 전체 17명 가운데 14명이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었던 4년 전과 달리 보수 성향 교육감이 약진한 모습이다.

수도권에서는 현직인 진보 성향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보수교육감 도전을 물리치고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반면 직선제 실시 이후 첫 양자대결로 치러진 경기도교육감 선거는 진보 성향의 성 후보가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단 한 곳도 보수 성향의 임 당선인보다 득표 수가 앞선 지역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성적이 초라했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신도시와 이른바 ‘더불어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에서 기대 이하의 표를 기록했다.

100만 이상 인구의 특례시 3곳(수원·용인·고양)에서 모두 전패했다. 해당 특례시 득표를 합치면 임 당선인은 78만7326표를, 성 후보는 65만3870표를 각각 얻었다. 두 후보 간 표차가 13만3456표를 보였다. 이는 임 당선인이 성 후보를 총 53만9237표 차이로 따돌려 승리한 점에 비춰보면 약 25%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대규모 신도시 개발로 아파트단지가 밀집돼 있으며, 서울에 직장을 두면서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가 많아 교육열이 높은 성남·안양·김포·화성·하남 등지도 1개 시·군당 적게는 1만 표에서 많게는 6만 표 이상까지 표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고양=뉴시스] 경기공동사진취재단 = 임태희(왼쪽)· 성기선 경기도 교육감 후보가 25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MBC 스튜디오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교육감 후보자 토론회 시작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05.25. photo@newsis.com

[고양=뉴시스] 경기공동사진취재단 = 임태희(왼쪽)· 성기선 경기도 교육감 후보가 25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MBC 스튜디오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교육감 후보자 토론회 시작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05.25. [email protected]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표차를 보인 곳도 성남시 분당구다. 성  후보는 39.56%(9만6415표) 득표율을 가져왔지만 임 당선인은 60.43%(14만7246표)를 얻어 무려 20.87%p가 벌어졌다. 두 후보 간 표차도 5만831표에 이른다.

개표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던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동연 후보에게 다수 득표가 몰려 캐스팅보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화성시에서도 임 당선인이 52.55%(17만1462표)를 획득한 반면, 성 후보는 47.44%(15만4785표)를 얻는 데 그쳤다.

더불어민주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되는 시흥·광명·부천·군포·안산도 3000표∼1만5000표의 안팎의 격차를 보였다. 사실상 완패에 가까운 결과인 셈이다.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정치 중립성으로 인해 정당에서 추천한 후보가 출마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집권 여당의 바람을 타고 보수 성향의 임 당선인이 뽑혔다는 핑계를 댈 수도 없다.

오히려 경기도는 ‘미니 대선’으로 불렸던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대역전극을 벌여 체면치레를 할 수 있게 해준 곳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도민의 선택을 받은 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안 ‘반(反) 전교조’ 노선을 형성해 주요 전략으로 진보교육감 심판론을 꺼내들었다.
[서울=뉴시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전국 교육감 선거에서 전체 17개 시·도 교육감 중 보수성향 후보가 8곳, 중도·진보성향 후보가 9곳에서 당선을 확정지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전국 교육감 선거에서 전체 17개 시·도 교육감 중 보수성향 후보가 8곳, 중도·진보성향 후보가 9곳에서 당선을 확정지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대표적으로 진보 성향의 경기교육감이 그동안 추진했던 ‘9시 등교’·‘학생인권조례’·‘혁신교육’ 등 핵심정책을 비판했다. 이런 주제로 ‘경기교육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을 내걸어 진보교육감이 추진한 교육정책을 연속기획 형식으로 공세를 폈다.

특히 혁신교육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임 당선인은 지난 3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서도 “추가적으로 지정하는 것은 보류하고 기존의 혁신학교에 대해 각종 프로그램이나 프로그램을 실행한 효과가 어땠는가에 대한 전면적인 진단평가가 실시돼야 된다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내에서 혁신교육에 대한 이상 기류는 지난해 본격 감지<뉴시스 2021년 8월 1·2일자 '혁신학교 반발 왜 계속되나-1·2·3·4' 보도>됐다. 도내 교육현장에서 신규 혁신학교 지정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혁신학교 반대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이른바 ‘명문학군’ 지역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서초 등에서 2020년 혁신학교 거부 움직임이 일어났고, 뒤이어 혁신학교의 출발지인 경기도에서까지 이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격화했다. 안양·과천·수원·성남·시흥 등 도내 곳곳에서 학부모 반발이 이어졌다.

절차상의 문제 등 여러 가지가 반대 원인으로 꼽히지만, 근본적으로 학부모 사이에서 혁신학교에 대한 학력저하 문제 등 부정적인 인식이 넓게 퍼져 있어서다.

지식 암기 및 입시 위주의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 교육과정 운영과 토론·체험 중심의 교육을 하자는 혁신학교의 취지가 공부는 시키지 않고 다른 것만 한다는, 즉 ‘공부를 하지 않는 학교’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 지점에서 임 당선인은 진보교육감이 주장하는 고교평준화와 혁신교육을 함께 묶어 학생들의 학력저하 요인으로 지적하며 자율형사립고와 특목고 유지에 목소리를 보태면서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의 교육공약 기조를 맞추는 모양새까지 갖췄다. 진보교육감과 확실한 선을 그은 셈이다.

진보교육감이 내세울 법한 ‘무상 시리즈’ 공약도 냈다. 그는 서울·인천과 함께 ESG기금 1조원을 조성해 공·사립 유치원 전면 무상교육을 약속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가 발표한 ‘초등학생 아침급식 전면 실시’ 공약에 힘을 보태며 6·1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 전원이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반해 진보진영 후보로 출마한 성 후보는 ‘초등학생 아침급식 전면 실시’에 대해 수반되는 예산과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비판의 날을 세우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냈다. 2009년 김상곤 전 한신대 교수가 ‘무상급식’ 열풍을 일으키며 진보교육감 전성시대를 열었던 점에 비춰보면 13년 만에 공수가 뒤바뀐 셈이다.
[수원=뉴시스] 23일 경기도 광주시에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후보가 유세에 나서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9시 등교제', '혁신학교' 등 진보교육감표 정책에 대한 손질을 예고하고 있다. 2022.05.23. (사진=임태희 선거캠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23일 경기도 광주시에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후보가 유세에 나서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9시 등교제', '혁신학교' 등 진보교육감표 정책에 대한 손질을 예고하고 있다. 2022.05.23. (사진=임태희 선거캠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임 당선인은 지난 13년 동안 장기 집권으로 누적된 진보교육감 교육체제에 대한 피로감을 파고드는 한편, 진영을 떠나 ‘무상 시리즈’ 공약까지 흡수하면서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더욱이 중도층 유권자까지 끌어안기 위해 중도·보수를 표방한 전국 단위 교육감 후보 선거운동 연대를 결성하기도 했다. 이는 임 당선인 주도로 이뤄졌다. 그가 결성한 후보 연대에 동참한 10명 가운데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인원은 자신을 포함해 4명(강은희·임종식·윤건영)에 이른다.

여기에 오랜 정치인 생활과 국정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쌓은 인지도가 더해져 흔히 ‘깜깜이 선거’로 불리는 교육감 선거에서 유리한 출발이 가능했다는 평이다. 그는 성남 분당을에서 16·17·18대 국회의원에 내리 당선됐고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고용노동부 장관 및 청와대 대통령실 실장을 거쳐 국립 한경대학교 총장까지 역임한 바 있다.

지역교육계 한 원로는 “경기도교육청이 그동안 무상급식부터 혁신교육까지 진보교육감 색채를 보여줄 수 있는 정책을 보여줬던 만큼 첫 보수교육감으로 뽑힌 임 당선인이 어떤 모습으로 경기교육을 이끌어나갈지 도민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유권자들에게 했던 약속이 4년간 일정한 성과물로 입증된다면 ‘현직 프리미엄’이 강한 교육감 선거에서 재선 가능성이 높아질 테고, 거꾸로 별다른 내용물이 없다고 판단되면 입장이 바뀌어 진보교육감 도전을 맞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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