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방화 악몽... 분노표출형 범죄 막을 수 없나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사건, 20여년전 대구지하철 방화 '호출'
불특정 다수 대상 범죄 다수 발생…충동 조절에 대한 연구 필요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진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합동 감식반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2022.06.09. [email protected]
[대구=뉴시스]이지연 기자 = 용의자 포함 7명의 사망자를 낸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변호사 사무실 방화사건이 20여 년 전 수많은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과 오버랩되고 있다.
10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9일 오전 10시55분께 수성구 범어동 7층짜리 건물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7명이 숨졌고, 49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화재로 사망한 이들 중에는 불을 지른 것으로 파악되는 용의자 50대 남성 A씨도 포함됐다.
경찰은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것에 앙심을 품고 변호사에게 범행을 저지르려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상복합 아파트 시행사에 투자했지만 사업 지연 등으로 손해를 본 A씨는 시행사를 상대로 투자금과 지연 손해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A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시행사가 돈을 돌려주지 않자 다시 약정금 반환 소송을 걸었다. 시행사 대표의 지배적 위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으로 1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건물 폐쇄회로(CC)TV에는 A씨가 인화성 물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상자를 들고 흰 천으로 감싸 안고 2층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날 사망자 중 한 명의 지인으로 조문한 이모(49)씨는 취재진에게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씨는 "소송에 패소한 데에 앙심 품고 상대방 변호사한테 해를 가하려 한 거 아닌가. 애꿎은 직원들과 무고한 시민들이 사망한 걸 보니 분통이 터진다. 가족들은 얼마나 허망하겠나. 내부에 가득찬 연기로 탈출이 어려웠다는 뉴스를 보니 이전의 대구지하철 참사가 떠오르더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20여 년 전인 2003년 시민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과 유사한 면이 있다.
대구지하철 1호선 안심행 방향 열차가 중앙로역에 도착할 무렵 50대 남성이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수백여 명의 시민들이 숨지고 다쳤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충격적인 참사로 기억되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앙심을 품은 상대방은 물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방화라는 점과 좁은 통로 등 건물 구조상 탈출이 매우 어려웠고,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점 등이 유사하다. 수많은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가 안타까움을 더한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분노 표출형 방화 범죄가 다수 발생함에 따라 보다 면밀한 충동 조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중곤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방화 욕구가 아닌 자신의 분노를 드러내기 위한 목적에서 살인 형태로 나온 범죄로 볼 수 있다. 분노나 충동 범죄 특징으로,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이 따른다. 사회구조적인 문제 또는 개인적인 측면 모두 종합적으로 원인을 분석해 충동 조절에 대한 관리 부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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