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야반 도주"…종적 감추는 외국인 노동자들
올해 고용허가제 입국 외국인 4만2344명…전남 서부권 1266명
무단 이탈 신고 최근 3년 간 증가 추세에 검거도 200~400여 건
"첫 월급 받자마자 야반 도주…수 년째 되풀이·범죄 가능성도"
백신 접종을 기다리는 외국인 노동자들. 뉴시스DB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국내에서 일정 기간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가 사업장을 무단 이탈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전남 농·어촌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관계 기관이 무단 이탈 관리에 소극적인 사이 신고·검거 건수도 늘면서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18일 광주출입국사무소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의 무단 이탈 신고 건수가 최근 3년 사이 급증하고 있다.
무단 이탈 신고 건수는 지난 2017년 144건으로 집계됐다가 이듬해 74건, 2019년 49건으로 줄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에는 150건으로, 2021년엔 166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올해 8월 기준으로는 76건이 집계됐다.
검거 건수도 200~400건 대를 오가고 있다.
2017년 176건으로 집계된 검거 건수는 이듬해 95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으나, 2019년 221건으로 부쩍 늘더니 2020년에 이르러선 442건으로 두 배 가량 늘었다.
2021년에는 247건이 집계된 데 이어 올해는 지난달 기준으로 150건이 확인됐다.
실제 전남 완도군 보길면에서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모(46)씨는 최근 고용허가제로 외국인 노동자가 야반도주하는 피해를 겪었다.
2020년 3월 목포시 고용복지센터를 통해 고용허가제 입국 외국인 노동자 배정을 신청한 그는 지난 7월 중순께 이 남성을 고용했다.
그러나 전씨가 첫 월급을 준 지난달 14일 이 남성은 종적을 감췄다.
그는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를 11년 동안 20여 명 가까이 썼는데 모두가 기간을 채우지 않고 달아났다"며 "일손이 필요해 외국인을 울며 겨자먹기로 뽑고 있지만 알선해준 기관은 손을 놓고 있어 속이 끓는다"고 토로했다.
전씨와 똑같은 피해를 입은 윤모(48)씨도 "고용복지센터나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서로에게 관련 신고를 떠넘기고 있다. 일손 부족도 문제지만 도망친 외국인 노동자가 타지에서 범죄를 저지를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외국인 노동자 이탈 신고가 빈번해도 기관의 후속 절차는 미흡하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사업장과 외국인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지역 관할 고용복지센터에서는 이탈을 '퇴사'에 포함시켜 별도 관리하고 있지 않고 있다.
한 지역 고용복지센터 관계자는 "무단 이탈을 '어떠한 사유로 인해 퇴사한 것'으로 처리하고 있어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며 "이탈 신고가 접수될 경우 사업장에 관련 대처가 가능한 기관을 연락해주면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용허가제 개편을 통해 이주 노동자에게 노동 자유권을 준다면 이탈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하기도 했다.
전득안 광주이주민종합지원센터장은 "대체로 어렵고 힘들며 보수가 적은 일에 투입된 외국인 노동자가 사업장을 이탈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입국 초기부터 일할 자유권을 주는 식으로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는 적합해보인다"며 "또 일정 기간 사업주에게 신분이 귀속되면서 발생하는 갈등 해결을 위해서라도 국가가 직접 관리·감독 전권을 도맡는 식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노동자 국내 도입을 통해 중소기업 등의 인력난을 완화하는 취지로 지난 2004년부터 시행 중이다.
내국인 근로자를 구하지 못한 기업 또는 사업장이 고용복지센터에 구인 신청을 하면, 고용노동부가 E-9 비자로 입국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해당 제도에 따라 입국하는 외국인은 제조업, 건설업, 농업, 어업, 서비스업 등 5개 분야 중·소 사업장에서 최대 4년 10개월 동안 일할 수 있다. 사업장을 무단 이탈 할 경우 불법 체류자로 간주된다.
지난달 26일 기준 고용허가제를 통해 올해 국내에 들어온 E-9 비자 취득 외국인 노동자 수는 전국에서 4만 2344명으로 집계됐다. 산단과 농·어촌이 많은 전남 서부권의 경우에는 올해에만 지난 7월 기준 누적 1266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해당 제도로 입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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