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문가들, "반도체 위기…내년에도 지속된다"
전문가 96.7% "반도체 산업, 위기 직전이거나 현재 위기"
"정부, 적극적이고 세련된 외교·특단의 제도 개선 등 필요"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반도체 전문가 10명 중 7명은 최근 우리 반도체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에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위기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어, 경쟁국 사이에서 세련된 외교 정책과 특단의 제도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일 발표한 국내 반도체 전문가 30명 대상 '국내 반도체산업 경기에 대한 전문가 조사'에 따르면, 전문가 대부분(96.7%)이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응답자의 76.7%(위기상황 초입 56.7%·,위기 한복판 20%)가 반도체 산업이 처한 상황을 '위기' 단계라고 진단했다. '위기상황 직전'이라는 응답도 20%로 나왔다.
특히 전체 응답자 중 43.4%는 현 상황이 과거 반도체 산업 최대 위기였던 ‘2016년 중국의 메모리시장 진입', '2019년 미중 무역분쟁' 등과 비교해도 더 심각한 것으로 본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언제 끝날지 모를 강대국 간 공급망 경쟁과 중국의 기술 추격 우려까지 더해진 양상"이라며 "업계의 위기감과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밝혔다.
단기간 내 위기 상황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문가의 96.6%는 내년에도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위기가 아니다'(3.3%)라는 응답자를 제외하고, 현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지를 물은 결과다. 응답자의 3.4%만 '올해 안'에 리스크가 해소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위기가 '내후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58.6%)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내년까지'는 24.1%, '내년 상반기까지'는 13.9%로 집계돼 리스크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리스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며 "장단기 이슈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 '칩4 대응 등 정부의 원활한 외교적 노력'(43.3%)을 꼽았다.
박진섭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엄청난 국제 분업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칩4 대화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며 "미·중 경쟁 심화, 중국의 반발에 따른 부작용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력 양성'(30%), 'R&D(연구개발) 지원 확대'(13.3%), '투자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 확대'(10%), '반도체 소재에 대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3.4%) 등을 들었다.
이밖에 미국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추진하는 '반도체와 과학법'에 대해, 정의영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가드레일 조항 때문에 중국 투자가 제한받는 등 부정적 요인이 있다"며 "반도체 개발·설계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에 있는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얻는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해외기술기업 투자·인수를 위한 특단의 제도 개선과 반도체 경쟁국 사이에서의 적극적이고 세련된 외교 등 반도체 분야 초격차 유지를 위한 보다 근원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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