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대란' 김범수가 안보인다
카카오 국민 피해 호소에도 모습 보이지 않는 총수
주무장관, 국회의원 현장 달려 내려가는데…공식 사과도 없다
24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 증인 채택…2년 연속
올 3월 의장직 물러났지만 최대주주·동일인
전국민적 중대사안 현장 찾는 오너들과 대조
"국민 앞에 최소한의 진정성은 보여야" 지적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주말 카카오 불통 대란으로 또한번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카카오는 다른 플랫폼 진출 사업자들의 모범이 되는 선도기업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던 그의 다짐이 이번 사태로 무색해졌다.
지난 15일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전 국민이 피해를 호소하는 동안에도 김 센터장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사고 다음날인 16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 현장에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국회 상임위(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위원들이 달려 내렸을 때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 서비스 중단으로 우리 국민께서 겪고 계신 불편과 피해에 대해 매우 무겁게 느끼고 있다"고 언급한 이후 여러 차례 카카오를 겨냥한 경고성 발언을 해도 공개적인 사과는 없었다.
오는 24일 예정된 국정감사장에서나 그의 모습을 보게 될 전망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김 센터장은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이어 올해 카카오 먹통 사태로 또 다시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오는 24일 예정된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하게 되면 2년 연속이다.
그는 지난해 카카오 계열사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도 침묵을 지키다, 국정감사에 나와 '상생'을 약속한 바 있다. "논란이 되는 사업 영역은 자제하겠다"고 말했던 그는 올해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 : 한국을 넘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과 미래에 집중하겠다는 이유였다.
이후 카카오는 남궁훈·홍은택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 센터장이 카카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중요한 의사결정엔 그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카카오의 최대 주주는 지분 13.29%를 보유한 김 센터장이다. 2대 주주 케이큐브홀딩스(10.58%)도 김 센터장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이번 카카오 서비스 장애는 카카오가 서버 이중화 조치 등 재해 복구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재계순위 15위, 계열사 136개, 자산 총액 32조원에 달하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정보기술(IT) 대기업인 카카오의 민낯이 드러난 사고였다.
그는 불과 반년 전까지 이사회 의장으로 카카오의 굵직한 투자나 사업에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업계 안팎에선 카카오가 플랫폼 기업의 기본인 '서버 이중화' 등 인프라 안전에 투자하기 보단 외부 사업 확장에만 지나치게 몰두한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선을 보낸다.
카카오가 현재의 대기업 면모를 갖춘 이후, 김 센터장이 공개적으로 특정 사태를 수습한 적은 없다. 카카오 및 계열사 대표들에게 최대한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원칙에서였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IT 역사상 유례없는 사고로 전 국민이 피해를 본 만큼, 기업 총수로서 사태 수습을 위한 최소한의 행보라도 보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고의 경중을 떠나 국민적 논란이 발생한 사안에는 기업 총수들이 직접 나서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통신망 마비 사태 당시에도 황창규 전 KT 회장이 사고 현장을 찾아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브라이언(김범수 창업주)의 행보는 카카오 내부에서도 아는 사람이 몇 없다"면서 "드러나진 않았지만, 경영진과 긴밀히 소통하며 이번 사태 수습을 논의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기업으로서 초심으로 돌아가는 노력을 정말 뼈를 깎는 심정으로 하겠다"던 김범수 센터장이 이번엔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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