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권 '꼼수 사회공헌' 점검 나선다
금감원장 "은행권 지원내역 면밀히 파악해 실효성 점검"
5000억 사회공헌 기금에 기존 활동 '재포장' 의구심도
관련 자료 제출받은 뒤 은행권에 사회공헌 확대 유도키로
은행권, 금융당국 직접 개입에 반발 기류도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3년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2.06. [email protected]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의 '돈잔치'를 작심 비판하며 상생금융을 주문하고 나선 데 대한 후속조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은행권에선 금융당국이 사회공헌까지 개입하는 데 대해 지나친 조치가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은행권의 사회적 지원 내역과 실효성에 대한 면밀한 점검을 예고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거액의 성과급 등을 지급하면서도 국민들과 함께 상생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며 "은행이 사회적 역할을 소홀히 한다면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생색내기식 노력이 아닌 더 실질적이고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당국에서도 은행이 국민경제의 건강한 작동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일종의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은행권의 지원내역을 면밀히 파악해 실효성 있는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감독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지시했다.
이는 은행의 중소·서민금융 지원 실적과 사회공헌 내역 등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민간 기업의 이익 환원은 그것 자체로 존중받을 일이지만 국민경제에서 은행이 갖는 지위와 역할을 고려할 때 생색내기용 지원에만 그쳐 사회적 책임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인허가 산업이자 과점체제인 은행은 그에 걸맞는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도 지난 13일 고금리에 기반한 은행의 돈잔치를 비판하며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점검을 통해 은행이 형식적으로 사회공헌을 실시하는 등 '꼼수'를 부리지는 않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고금리로 비판을 받던 은행권은 지난달 27일 향후 3년간 총 5000억원 규모의 재원을 공동으로 조성해 긴급생계비 대출재원 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나가기로 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5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이 기존에 은행권이 연간 1조원 가량 써오던 사회환원 비용을 재포장한 채로 내놓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새로운 기금 조성에 따라 기존 사회공헌 금액을 줄일지도 지켜볼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 상승 속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예대마진에 따른 신한, 우리, 하나, KB국민 등 4대 금융지주의 이자수익이 늘어난 점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에 은행 ATM 기계가 나란히 설치된 모습. 2022.02.06. [email protected]
또 금융당국은 은행이 직접적으로 사회공헌 기금을 조성하는 것 외에도 중소기업 금융지원, 자금시장 해소 지원 등 간접적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는 행위들을 하고 있는지도 점검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투입한 95조원, 중소기업 지원, 수수료 면제 방안 등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실효성 없이 시늉만 내는 것인지 들여다보겠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사회적 지원 내역까지 들여다 보겠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개입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주문 이후 금융당국이 착수한 은행 임직원 성과보수체계 점검이나 충당금 등 건전성 관리는 본연의 임무에 해당하지만 민간 기업인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까지 겨냥하는 게 당국의 역할에 들어맞느냐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은행의 공공성을 근거로 사회공헌을 압박하고는 있지만 법적인 권한은 없는 만큼 방법론을 고민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은 공공재라는 점을 명확히 했으나 엄연히 주주가 존재하는 등 민간 회사인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일단 은행 실무진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사회공헌 확대를 유도할 방침이다. 정기적으로 사회공헌 내역 자료를 공유받고 점검하며 필요시 실무진과 면담도 실시할 예정이다.
은행권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인센티브 방안도 고민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효성 있는 사회공헌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며 "어떤 방식이 가장 적합한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회공헌 활동까지 금융당국의 점검 대상이 될수 있느냐"며 "개별 기업의 경영까지 개입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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