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방시혁 "삼성·현대처럼 K팝서도 글로벌기업 등장 중요"(종합)
"'방시혁 다음'을 준비하는데 많은 노력"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 참석해 K-POP의 미래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3.03.15. [email protected]
방 의장은 15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관훈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회사를 운영하다보니 지속가능한 회사가 되려면 제가 이 회사에 없더라도 빈자리가 보이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이렇게 전했다.
방 의장은 1994년 서울대 미학과 시절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받으며 가요계에 발을 들였다. 동갑내기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의 눈에 띄어 1997년부터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작곡가로 활약하며 히트곡을 쏟아냈다. 자신의 성씨인 '방'을 '펑'으로 변환 가능한 '뱅(bang)'을 차용한 예명 '히트맨뱅'을 사용하기도 한 그는 음악 작업에서만큼은 대담하고 실험적이다.
그룹 'god'의 '하늘색 풍선'과 '프라이데이 나이트', 비의 '나쁜 남자', 보컬그룹 '에이트'의 '심장이 없어', 보컬그룹 '2AM'의 '죽어도 못 보내',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등 다양한 장르의 히트곡을 쏟아냈다.
2005년 JYP를 나와 자신의 회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를 설립했다. 그리고 2013년 첫 남성 보이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을 데뷔시켰다. 이 팀이 전 세계적인 그룹이 되면서 방 의장은 전 세계적인 제작자, 하이브는 전 세계적인 음악 기획사가 됐다.
방 의장은 원래 사업을 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사실 창업을 하기 1년 전까지만 해도 어떤 경우에도 사업만큼은 절대 하지 않을 거라고 박진영에 공언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다 창업해 어느새 18년째 사업을 하고 있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의장을 맡고 있다며 인생은 참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방 의장이 회사를 차린 이유는 음악을 오래하고 싶어서다. "작곡가는 본질적으로 프리랜서인지라 제가 오래 하고 싶다고 오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그래서 '나이를 먹더라도 나를 영원히 고용해 줄 수 있는 자기 회사를 차리자!'라는 다소 불순한 동기로 창업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 참석해 K-POP의 미래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3.03.15. [email protected]
방 의장은 K팝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글로벌 산업'이 됐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지금의 이 자랑스러운 성취에 만족하기보다는 오히려 '위기감'을 가져야 할 때라고 짚었다. 과거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임이 분명하지만, 글로벌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방 의장은 "국내에 거점을 두고 있는 주요 K팝 회사들의 글로벌 음반원 시장 전체에서의 매출 점유율은 아직 2% 미만이다. 반면 글로벌 음악기업 메이저 3사인 유니버설뮤직그룹, 소니뮤직그룹, 워너뮤직그룹은 한 회사가 15~30%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고, 3사를 합치면 전체 음악시장의 67.4%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마디로 현재의 K팝은 세계시장에서 '골리앗'과 같은 메이저 3개 기업들 틈에 있는 '다윗'과 같다"고 진단했다.
또 미국 등 주류시장에서 K팝의 성장률이 최근 둔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핫100' 차트 기준 2021년 대비 작년 K팝 음반의 차트인 횟수는 약 53% 감소했으며 K팝 음반 수출 성장률도 2020년부터 감소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방 의장에 따르면, 한류의 인기가 꾸준할 거라 생각하기 쉬운 동남아시아에서도 K팝은 최근 역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 주요 국가의 음반수출 성장률은 작년 전년도 동기대비 -30%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스포티파이 차트에서도 연 평균 K팝 점유율이 작년 대비 28% 감소했다.
방 의장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해외에서 K-POP 고유의 노하우를 확장해나가면서 글로벌 톱 티어 회사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기 위해서는 신규 플레이어로서의 신선함 그 이상이 필요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삼성이 있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현대가 있듯, K팝에서도 현 상황을 돌파해 나갈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등장과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 참석해 K-POP의 미래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3.03.15. [email protected]
그러면서 방탄소년단과 같은 글로벌 슈퍼스타의 반복적인 탄생을 뒷받침해줄 인프라가 산업 전반에서 보다 탄탄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주류 시장에서 K팝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 ▲다양한 크리에이티브가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과 크리에이티브의 영혼을 담아내기에 충분한 수준의 건강한 경영방식 ▲플랫폼을 개발하고 플랫폼이 품는 음악, 아티스트, 콘텐츠의 경계를 넓히기 위한 기반 강화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럼에도 방 의장은 무엇보다 K팝의 가장 큰 경쟁력은 '사람'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티스트 존중,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 의장은 마지막으로 "이러한 시도 속에서 더 많은 인생의 아이러니와 만나게 될 거라 생각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아이러니가 더 '좋은 놀라움'으로 연결될 것이라 믿고 기대하며 소망한다"면서 "지난 10여 년간 아티스트와 업계 종사자, 팬덤이 함께 키운 글로벌 역량을 기반으로 골리앗과 어깨를 견주려는 다윗의 도전을 응원해주시면 좋겠다"고 청했다. "그리고 저부터, 전세계가 우리가 만든 음악과 콘텐츠를 오래 즐길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하이브는 최근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절차를 추진하다 중단했다. 대신 SM 경영권을 인수하는 카카오와 플랫폼 관련 협업을 하기로 했다. 방 의장은 인수 절차 중단 이유로 "유무형 비용이 훨씬 더 크게 느껴져서"라고 밝혔다. "통합 과정에서 시간과 노력, 리소스가 들어가고 또 구성원의 감정·노동이 들어갔다. 이것까지 감내하고 하면 하이브스럽지 않다. 이런 인수보다는 원래 로드맵대로 글로벌 혁신 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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