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적 동결' 美 연준…한은, 복잡해진 셈법
FOMC 15개월만에 기준금리 동결
한미 금리 역전차 1.75p 유지
한은 7월 금통위도 동결 가능성 높아져
[워싱턴=AP/뉴시스] 3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이른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2023.05.04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매파적 금리동결 결정을 내렸다. 금리 인상을 1년 넘게 만에 처음으로 중단했지만, 더 높일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내달 예고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연내 미 연준이 추가 인상에 나설 경우 한미간 금리 격차가 확대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7월 금통위에서 우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후 미 연준의 행보를 관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은 15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에서 기존 5.0~5.25%이던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 것은 15개월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3월 이후 10차례 연속 금리를 단행해 미 기준금리는 2007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한국과의 금리 차는 1.75%포인트(p)로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연준은 향후 물가 상황에 따라 올해 말까지 최대 2차례 이르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갈 길이 멀다"며 "거의 모든 위원이 올해 중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말했다.
FOMC가 매파적 금리 동결을 내리면서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 올해 최종금리와 관련해 18명 연준 위원들 가운데 절반인 9명은 5.5~5.75%를 예상했고 3명은 그 이상을 전망했다. 2명은 동결, 4명은 0.25%p 1번 인상을 점쳤다.
다만 곧이어 파월 의장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나 더 느리게 진행될 것이며 최고 금리에 거의 도달했다고 언급하는 등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보이면서 달러는 약세폭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달러인덱스(DXY)는 전일보다 0.32% 내린 103.00으로 마감했다.
미 연준이 연내 0.5%p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한은이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경우 올 연말에는 한미 금리차가 사상 최대인 2.25%p로 벌이질 수 있다. 이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유례없이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의 7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지 선제적으로 인상을 단행할지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우선 미 연준처럼 금리를 동결하고 시장 상황을 관망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 시장에 긴장감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
앞서 한은은 2월과 4월 5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연속 동결한 바 있다. 이창용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시장에서는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 차단을 위한 시그널로 해석하며 사실상 인상 사이클이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가 잡히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2월 3.7%에서 7월에는 6.3%까지 치솟았지만 올해 5월 물가 상승률은 3.3%로 2021년 10월(3.2%) 이후 1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둔화하고 있다.
올 하반기나 내년 초 반도체 업황이 부진에서 벗어나며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연준이 6월 동결에 나선 가운데 굳이 먼저 금리를 건드려야할 이유가 적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7월 미 연준의 금리 결정 이후 한은이 금리 판단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실제 인상 폭은 2회가 아닌 1회(25bp)에 그치고, 마지막 한 발의 실탄은 사실 공포탄일 가능성이 높다 "면서 "향후 일정상 8월말 잭슨홀과 9월 FOMC가 중요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한 걸음 더 나가 경기 부진을 이유로 한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가 되면 2%대로 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 연준의 금리를 고려해 경기 불안과 금리 불안정을 이유로 10월이나 11월 인하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