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망·실종 17명' 예천 실종자 수색, 경찰·주민 한마음

경찰·주민·지관 실종자 수색 발벗고 나서

[예천=뉴시스] 김진호 기자 = 경북경찰청 제4기동대 소속 경찰들이 17일 경북 예천군 은풍면 오류리 솔경지 강변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2023.07.17  [email protected]

[예천=뉴시스] 김진호 기자 = "흘러내려오는 흙탕물을 보니 마음이 더욱 안타깝습니다. 날씨와 상관없이 빠른 시일 내에 실종자를 찾아드리고 싶은게 우리 부대원 모두의 마음입니다."

17일 오후 2시, 32도를 웃도는 푹푹 찌는 날씨에 경북 예천군 은풍면 오류리 솔경지(솔개이) 강변에서는 경북경찰청 제4기동대 소속 20여명이 실종된 주민 3명을 찾는 수색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수색작업 3일째를 맞아 부대원들과 함께 탐침봉으로 강변 풀섭을 수색하던 우필윤 팀장(경감)은 "예천은 개인적으로 외가와 친가가 있고, 바로 인근에 할아버지가 계시지만 수색작업에 열중하다 보니 아직 찾아뵙지 못했다.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해 너무 안타깝다"면서 얼굴을 뒤덮은 땀을 닦았다.

얼굴이 땀범벅이 된 부대원들도 무더위에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탐침봉으로 강변 풀섭과 진흙더미를 수색했다.

솔경지 강변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기둥과 난간에는 상류에서 떠내려온 수목과 쓰레기들이 산더미를 이뤄 쌓여 있고, 바닦에 누워버린 전신주에는 거미줄처럼 늘어진 전선과 통신선들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예천=뉴시스] 김진호 기자 = 경북경찰청 제4기동대 소속 경찰들이 17일 경북 예천군 은풍면 오류리 솔경지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2023.07.17  [email protected] 

수마가 할퀴고 간 강변의 논은 깊게 패여 자갈이 드러나고, 조금씩 남아 있는 벼는 대부분 진흙더미에 묻혔다.

포항에 있는 경북경찰청 제4기동대 소속 70여 명은 지난 15일 서울로 향하다가 폭우 소식을 듣고 즉시 예천에 투입됐다.

매일 아침이면 포항부대를 출발해  예천에서 수색작업 후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고, 하루 임무를 마치면 저녘에 복귀하고 있지만 부대원들은 하루라도 빨리 실종자들을 찾아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피곤함을 느낄 여유가 없다.

예천에서는 이번 집중호우호 9명이 죽고, 8명이 실종됐다.

[예천=뉴시스] 김진호 기자 = 경북 예천군 은풍면 오류리 솔경지에서 17일 풍수지리가 이모(60)씨가 경찰들과 함께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2023.07.17  [email protected]

은풍면은 사망 1명, 실종 4명, 강 상류 효자면에서는 사망 4명, 실종 1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수색당국은 효자면에서 은풍면으로 이어지는 강변 어딘가에 실종자들이 흙더미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색 중인 경찰들 사이에는 한 손에 수맥탐사봉(L로드)을 든 명리학자 이모(60)씨가 거센 물살에 떠밀려 흙속에 반쯤 묻힌 강변 갈대숲 이곳 저곳을 살펴보고 있었다.

성남에서 명당자리를 찾는 풍수일을 하고 있다는 이씨는 고향에 내려왔다가 수해 현장을 보고,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강변에서 나름대로 수색작업을 하고 있었다.

[예천=뉴시스] 김진호 기자 = 경북 예천군 은풍면 오류리 솔경지 강변에서 17일 주민 태완엽(56)씨와 풍수지리가 이모(60)씨가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2023.07.17  [email protected]

그는 "원래 전공은 양자뇌파물리학이다. 그걸로 보면 모든 에너지가 감지된다. 하루빨리 실종자를 찾아서 원혼을 달래주고 싶다"며 실종자가 묻힌 곳으로 추정되는 3곳을 지목했다.

경찰들은 이씨가 특정해준 강변 일대를 탐침봉으로 1차 수색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수색에 적극 참여하고 있던 주민 태완엽(56)씨는 "참혹하고 많이 안타깝다. 다 이웃이고, 아는 분들인데 사고를 당해 마음이 아프다"며 "내일 장비를 가져와 (이씨가 특정한) 강변 일대를 집중 수색해 보겠다"고 말했다.

실종자를 찾는 작업이 한창인 은풍면 일원에는 오후 3시쯤 세찬 장대비가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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