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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아야" 자구책 몸부림…결론은 '알바 대신 로봇'[벼랑끝 소상공인②]

등록 2023.07.22 06:01:00수정 2023.07.31 09: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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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상승에 '서빙 로봇' 도입 매장 늘어

65% "내년도 아르바이트 고용 축소할 것"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426만7000명 달해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5월18일 오후 서울 시내 PC방에서 한 시민이 게임을 하고 있다. 2023.05.18.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5월18일 오후 서울 시내 PC방에서 한 시민이 게임을 하고 있다. 2023.05.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서빙 로봇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멀리 봤을 땐 저렴한 편이 아닐까 싶네요"

인천 연수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최근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가게에 서빙 로봇을 도입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진행하는 '스마트상점' 사업에 선정되면서 로봇 도입 비용의 절반 이상을 지원받았지만, 자비 부담도 '640만원'으로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씨는 "인건비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라고 말한다. 몇 년 사이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른 데다, 주휴수당·퇴직금 등 각종 수당까지 더하면 그 비용이 무섭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씨는 "오전 5시부터 9시까지는 무인 매장으로 운영 중"이라며 "무인 매장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가파르게 오른 인건비에 이씨처럼 로봇으로 눈길을 돌리는 소상공인들이 적지 않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5년간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41.6%에 달하는 등 이미 수용력이 한계치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 조치가 '무인시대'를 재촉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2일 한국신용데이터가 소상공인 394명을 대상으로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도 아르바이트 고용 계획을 묻는 질문에 "축소하겠다"고 답한 인원은 전체의 65%에 달했다. 인원 감축 대응책으로는 무인화, 자동화, 서빙기계 등이 언급됐다.

응답에 참여 소상공인들은 "알바의 최저임금은 물론, 주휴수당이나 퇴직금이 너무 부담스럽다", "키오스크, 서빙기계로 자동화하거나 셀프바, 무인 운영으로 대체 예정이다" 등으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진행하는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에서 '로봇 도입'을 선택한 소상공인은 1306곳으로 1000곳을 훌쩍 넘으며 경쟁률 3.753대 1을 기록했다. 정부는 348곳을 선정해 서빙로봇 도입을 지원했다. 민간에서 도입하고 있는 로봇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귀포=뉴시스] 제주 서귀포 시내 한 음식점에서 KT가 개발한 'AI 서비스로봇'이 음식을 서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서귀포=뉴시스] 제주 서귀포 시내 한 음식점에서  KT가 개발한 'AI 서비스로봇'이 음식을 서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최근 가게에 서빙 로봇을 도입한 한모씨는 "비용을 나눠 내서 한달 10만원이면 해결이 가능하다"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것보다 저렴하고 실수도 적어서 만족하며 사용 중"이라고 말했다. 한씨의 가게는 테이블 15개 규모의 양식집이다. 한씨는 "서빙은 로봇이 해결해주고 조리만 하면 되니 일거리가 많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고용원 없이 무인으로 운영하는 매장의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카페, 빨래방, 편의점 등에서 변화 양상이 두드러진다. 편의점 4개사(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에 따르면, 전국 무인 편의점 수는 2020년 52곳에서 2022년 120곳으로 증가했다. 밤에만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점포' 수도 같은 기간 434개에서 2636개로 6배 이상 크게 늘었다.

업계는 이러한 움직임이 계속될 경우, 결국 일자리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2018년398만7000명에서 지난해 426만7000명으로 28만여명 증가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사람이 아닌 로봇을 고용하는 '고용 형태의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며 "인건비를 감당하는 것보다 로봇이나 기계를 쓰는 것이 더 낫다고 인식하는 순간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빙로봇 도입이나 무인화 등으로의 전환 속도는 업종별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으로 봤다. 차 본부장은 "고용 필수 업종에서는 당장 고용을 안한다기보다는 영업시간 단축이나 아르바이트 시간 쪼개기 등 여러 단계를 거칠 것"이라며 "편의점, 커피숍, 세탁소 등 (무인화로의) 전환이 가능한 업종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얼마나 급속도로 전환될 것이냐는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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