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엑스터시를 느끼게 한다"…왕쉬예, 한국 첫 개인전
학고재서 개막...'인식의 저편' 회화 19점 전시
왕쉬예 WANG Shuye, 시공나체.즉(165) A Space-Time Nude Identical (165), 2023,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30.3x193.9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시공나체·즉(165)A Space-Time Nude : Identical'는 불빛으로 찬란한 도심의 풍경을 표현한 작품이다. 마치 '풍경이 용해되어 모든 형태가 흐려지면서 어른어른 타오르고 있는 듯한 몽롱한 광경'으로 빗물이 흐르는 유리창 너머의 풍경 같다.
서울 삼청동 학고재 본관에서 열린 중국 작가 왕쉬예(王舒野·60)개인전은 '인식의 저편'을 보여준다. 중국 헤이룽장성 출신으로 1990년부터 일본에 정착해 작업활동을 하고 있다.
총 19점을 선보인 이번 전시는 '시공나체ㆍ즉(視空間裸體ㆍ卽)'이라는 제목의 연작이다. 왕쉬예는 만물유전(萬物流轉)의 진리 앞에 예외가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서 사물을 흐르는 물결로 표현한다고 했다.
왕쉬예 WANG Shuye, 시공나체.즉(170) A Space-Time Nude Identical (170), 2023,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00x100cm *재판매 및 DB 금지
왕쉬예 작가. 사진 학고재 제공.
1963년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태어나 현재 일본 가마쿠라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도쿄갤러리+BTAP (도쿄, 일본 & 베이징, 중국), 이케다 20세기 미술관 (이토, 일본), 아뜰리에 스즈키 (도쿄, 일본)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의금상경(衣錦尙絅)》(2023, 학고재, 서울), 《분산과 집합: 글로벌 중국 작가 예술전》(2020, 허샹닝 미술관, 선전, 중국), 《상외지상(象外之象): 신몽롱주의전》 (2020, 후저우 미술관, 후저우, 중국), 《마음의 빛: 지닝시미술관 당대명가 초청전》(2019, 지닝시 미술관, 지닝, 중국), 《자유의 척도: 유럽으로 나아가는 중국당대수묵》(2018, 카사 데이 카라레시, 트레비소, 이탈리아), 《풍영초(風詠抄): 다카시마야 미술부 창설 110주년 기념전》(2018, 다카시마야 아트 갤러리, 도쿄, 일본) 등이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사실주의와 표현주의로 양분되어 발전하는 현대 중국회화 흐름속에서도 자유롭다. 어떠한 영역에 귀속되지 않으면서 '무가회(無可繪)의 회화'에 도전해왔다. '무가회'는 중국 회화 미학의 개념으로 '그릴 수 없는 경지'를 뜻한다.
미술평론가 이진명은 "왕쉬예의 회화는 표현주의적 몽환주의(expressive illusionism)라고 지칭할 수도 있지만, 사실주의도 아니고 표현주의도 아니다"라면서 근본적이면서도 철학적 전제를 상정하여 사물(존재와 관계)을 매우 주의 깊게 들여다보다 그림으로 표상하는 철학적 회화"라고 소개했다.
'사물의 본질을 그린다'는 왕쉬예는 “사물에 즉(卽)한다. 직접 마주한다”라고 표현했다. 시공간의 본질을 회화세계로 드러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학고재, 왕쉬예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왕쉬예는 숲·나무·동굴·노변·실내공간·빌딩·도심 등 4차원 시공간의 원초적 모습을 추상화한다. 대부분 사물을 물결 모양으로 그린다. 물결 속에 모든 사물은 섞이게 되고, 섞이는 가운데 하나가 된다. 사물(현상과 관계)은 고정된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시시각각 변화한다.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서만 지속되며, 일시적으로 존재하여 어디론가 흘러가 버린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왕쉬예 작가는 한국에서 최초로 여는 개인전에 경복궁의 전면, 압구정의 여러 모습, 조선의 민화 속 풍경, 학고재 전면을 대상으로 그린 작품도 공개했다.
왕쉬예 WANG Shuye, 학고재의 시공나체.즉(178) A Space-Time Nude Identical at Hakgojae (178), 2023, 마지에 먹 Chinese ink on jute paper, 168x225cm *재판매 및 DB 금지
'모노하 대가' 이우환 화백이 왕쉬예 개인전 전시 서문을 써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화백은 “왕쉬예의 작품은 엑스터시(ecstasy)를 느끼게 한다"며 이렇게 평가했다.
"그림을 본다는 것은 때로 현실을 되새기는 일이기도 하지요... 모든 것이 섞이며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근대사회의 대상 중심주의를 타파하고, 좀 더 근원적인 차원을 꿰뚫어보려는 원대한 철리가 넘어다 보입니다. 수년 전까지는 모노톤으로 점묘가 주였는데 근작에서는 혼색에다 아메바(ameba) 상의 움틀 거리는 짧은 선묘가 특징이군요. 색의 중층화에서 시각적으로 신선함과 중후함이 더해진 느낌입니다. 보통 화가들은 드러내려고 하는데, 왕쉬예는 화필로 숨기려고 합니다. 감추면 보이겠지만 기쁨이죠.” 전시는 10월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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