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산모도 출생신고 가능해진다…보호출산제 국회 통과
찬성 133·반대 33·기권 64…내년 7월 시행
양육 포기 조장·알권리 침해 논란에 공방
[서울=뉴시스]하지현 기자 =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임산부가 신원 노출 없이 아이를 출산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가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위기 임신 및 보호 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보호출산 특별법)' 제정안을 재석 230인 중 찬성 133인·반대 33인·기권 64인으로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내년 7월1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보호출산제는 신원이 알려지는 걸 꺼려 '병원 밖 출산'을 택하는 임산부가 익명으로 병원에서 출산해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이를 낳으면 지자체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위기 임산부가 지정된 지역 상담 기관에서 출산·양육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호출산을 원하는 경우 상담 기관의 장이 비식별화된 정보를 입력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산모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되, 출생 기록을 남겨 현행 입양시스템처럼 추후 친모 및 자녀의 동의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보호출산을 통해 태어난 아동은 아동권리보장원에 출생 증서 공개를 청구할 수 있고, 아동권리보장원장은 보호출산 신청인 또는 생부의 동의 여부가 확인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은 경우 해당 인적 사항을 제외하고 출생 증서를 공개하도록 했다.
앞서 영유아 출생 신고 누락을 막기 위한 '출생통보제'도 지난 6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부모가 신고하던 신생아 출생 신고를 의료기관이 대신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다.
보호출산제도 이에 맞춰 논의가 본격화됐으나 초기 임산부의 양육 포기를 조장하고, 태어난 아이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우려 등이 제기돼 입법에 난항을 겪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도 이날 표결 전 발언을 통해 "원치 않는 임신의 예방과 양육 지원이 부족한 현실을 방치한 채 법만 통과된다면 보호출산제는 아동을 유기하는 통로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보호출산제를 통해 태어난 아이들은 출생을 감춰야만 하는 아이, 버려져야만 하는 아이로 낙인찍힌 채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보호출산제는 장애아동의 유기를 조장하고 미성년자의 자기 결정권과 미혼부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익명 출산 허용은 어디까지나 다른 여러 조건이 맞춰진 뒤 고려해야 할 최후의 수단"이라며 부결을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은 '가장 약자인 아기를 살려야 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보호출산제는 지난 8월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었으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의 여파로 파행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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