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펀드, 현대엘리베이터 압박 "자사주 소각해야"
KCGI자산운용 "자사주 7.64% 소각해야"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등기이사, 이사회 의장직 사임에도 주주행동주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KCGI자산운용은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재 7.64%에 이르는 기보유 자사주 전량 소각을 새롭게 요구했다. 경영진에 우호적인 의결권 확보를 견제하는 차원이다.
명재엽 KCGI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2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현 회장의 사임은 이사회 정상화의 첫 단추"라며 이같이 밝혔다. KCGI자산운용은 행동주의 펀드로 이름을 알린 강성부 KCGI 대표가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해 새롭게 출범한 회사다.
명 팀장은 "추가로 강조하고 싶은 건 현 회장 사임 이후 급여 수령이나 경영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부분"이라며 "급여 관련해서는 지난 8월 주주서한을 통해서도 경영 성과에 연동되지 않는 과도한 급여에 대해 지적한 바 있고, 주주대표소송 패소 당사자가 그 대상이 되는 기업으로 급여를 수취하는 것 자체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현대엘리베이터가 2.97% 규모의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한 것에 대해서는 "회사 공시 내용과 같이 새로운 지배구조 정책을 발표하고 새로운 이사회가 주주총회를 통해 구성돼야 할 시점에 대주주 우호지분 늘리기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이런 결정에 대해 KCGI자산운용은 주주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결정을 내린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기보유 자사주의 즉시 소각을 요구하며 회사가 공시한 바와 같이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 지배구조 정책이 말 그대로 그 진의가 오롯이 전달되기 위해서라도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소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음달 29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 관련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건 상법상 주주 제안 안건이 6주 전에 전달돼야 하는데, 정확히 6주 전인 지난 17일에 주총을 공시해 어떤 주주도 안건을 제안해서 상정하는 게 불가능하고 회사 측이 제안한 이사만 단독 상정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경상이익의 50% 이상을 환원하겠다고 계획을 밝힌 부분은 "주주환원의 재원이 되는 이익, 즉 수익성 개선이 더 중요하다"며 "지난 8월 주주서한에서 해외 부문 수익성 개선, 국내외 지분 투자에 따른 손상차손 등으로 인한 수익성 부진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현대엘리베이터의 주력 사업인 승강기 사업 외 부동산, 호텔, 금융업 등에 지나치게 많은 자산이 편중 배치돼있다"며 "해당 비주력 사업 효율화 방안을 마련해주길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지난 2003년 9월 남편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사망하자 그해 10월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업황 악화와 경영권 분쟁으로 현대상선,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증권 등 핵심 계열사를 매각한 데 이어 현대엘리베이터도 행동주의펀드의 표적이 됐다.
특히 현 회장 측은 2대 주주인 스위스 쉰들러홀딩스가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최종 패소하면서 170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한 상태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지분 15.5%를 보유했던 쉰들러홀딩스는 투자금 회수 명목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꾸준히 팔아 현재 지분 12%대로 내려왔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2% 정도 보유하고 있다.
명 팀장은 "쉰들러에 대해 경영권을 욕심을 내는 외국인 자본이라고 하는데 글로벌 시대에 내국인, 외국인 투자자를 구분하는 게 크게 의미가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쉰들러나 다른 주주들도 같은 주주라고 보며 기업 지배구조에 대해 저희와 생각을 같이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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