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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 후 광해(鑛害) 우려 '이상 無'…광부 공간이 '전시장'으로

등록 2023.12.10 11:00:00수정 2023.12.10 1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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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태 수질정화시설 가보니…정화수, 낙동강까지 흘러

2025년 개장 '탄광문화공원', 당시 생활상 녹아 있어

[태백=뉴시스]손차민 기자 = 조성 중인 탄광문화공원에 있는 안전등 충전소 모습이다. 2023.12.07 charmi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태백=뉴시스]손차민 기자 = 조성 중인 탄광문화공원에 있는 안전등 충전소 모습이다. 2023.12.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태백, 정선=뉴시스]손차민 기자 = "폐광을 말할 때 '폐'가 원래는 '버릴 폐(廢)'인데, '닫을 폐(閉)'로 여겨졌으면 한다"며 "버려진 공간이 아니라 이전에 광산이 있었고 현재는 닫았을 뿐인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7일 강원 태백시 함태 탄광 수질정화시설에 만난 한국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폐광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석유 같은 값비싼 에너지원을 수입하기 어려웠던 당시, 석탄은 연료를 넘어 산업의 근간이었다. 시간이 흘러 석탄 산업이 사양화하며 정부는 폐광 이후 남겨진 것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광산이 문을 닫으며 발생하는 광해(鑛害)를 방지하는 사업, 기존의 광산업을 새로운 문화·관광 산업으로 전환하는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1급수 사는 수달도 찾는 정화수…슬러지까지 재활용

함태 탄광은 1954년부터 40년 동안 약 1800만t(톤)의 질 좋은 무연탄을 생산하던 주요 탄광이었다. 석탄 광산의 경제성이 떨어지며 함태 탄광은 1993년 폐광하게 됐고, 이후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광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광해는 광산 개발 이후 폐광으로 파생된 환경적 피해를 말한다. 갱내수가 흘러나오는 수질 오염부터 땅이 꺼지는 지반침하까지 포함한다.

함태 탄광 폐광 이후 갱내수의 수질 개선을 위해 2004년 함태 탄광 수질정화시설이 조성됐다. 무연탄 채굴을 위해 지하수를 퍼올리며 작업하다가 채굴을 멈추자 지하수가 갱도에 차올랐다. 그 과정에서 지반에 있던 철·망간 등 중금속이 갱내수를 타고 강줄기로 흐르는 광해가 발생한 것이다.

함태 수질정화시설은 물리화학적정화 방식을 통해 수질을 개선하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정화시설로 유입된 물은 5290t이다. 여기엔 철 25.4ppm, 망간 3.60ppm가 담겨있었다. 관련법상 배출허용 기준이 각각 2ppm인 것을 감안하면 수질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눈으로 보기에 유입수는 보통 시냇물처럼 투명한 색이었는데, 철을 포함하고 있어 공기에 오래 닿을수록 붉어진다고 한다.

이 물은 정화 작업을 위해 폭기조로 넘어갔다. 여기선 물에 공기를 주입하는데 철은 공기와 만나면 수산화철이 된다. 이온을 입자 상태로 바꾸어 침전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마찬가지로 pH조정조로 유입수가 보내진다. 소석회를 첨가해 pH를 9까지 올린다. 중금속은 pH가 9 이상은 돼야 이온에서 입자인 수산화망간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다음 작업은 응집조에서 이루어진다. 입자 상태인 중금속에 약품을 넣어 플럭(덩어리)으로 만든다. 약품을 넣고 천천히 돌리면 서서히 입자들이 합쳐져서 플럭이 된다. 마치 두부를 만들 때 간수를 넣어 덩어리를 만드는 것과 유사해 보였다. 시설을 들어설 때부터 눈에 띄었던 2개의 원형 거대 수조가 다음 작업장인 침전조다. 응집조에서 만들어진 일정 크기의 플럭을 가라앉히는 곳이다. 지름만 30m에 달하는데 육안으론 보이지 않지만 깊이는 45m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모인 플럭은 탈수 과정을 거쳐 '슬러지 케이크'가 된다. 연간 생산되는 슬러지 양만 6000t에 달한다고 한다. 물속에서 이를 제거하는 게 역할이지만, 함태 정화시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슬러지를 인근 시멘트 공장으로 보내 시멘트의 부원료로 재활용한다.

아직도 물속에 남아 있을지 모를 미세한 중금속 덩어리를 제거하기 위해 모래 필터를 통과시킨다. 지난 6일 유입된 물은 이 과정을 거쳐 철 0.01ppm, 망간 0.04ppm으로 수질이 깨끗해졌다.

정화수는 바로 옆 소도천으로 방류된다. 소도천은 낙동강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를 묻는 질의에 현장을 안내하던 박용훈 엠제이테크 관리소장은 "지난 2021년 11월 1급수에만 사는 천연기념물 수달도 함태 정화시설을 찾을 정도 (깨끗하다)"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광해광업공단은 59개 시설을 설치해 광산 48곳의 광해를 관리 중이다. 앞으로 광산 141곳의 광해 방지를 위해 사업 추진을 살펴보고 있다.

[태백=뉴시스]손차민 기자 = 함태 수질정화시설의 유입수가 시간이 지나 붉은 색을 띠고 있다. 2023.12.07 charmi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태백=뉴시스]손차민 기자 = 함태 수질정화시설의 유입수가 시간이 지나 붉은 색을 띠고 있다. 2023.12.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버려진 광부의 공간이 문화 전시장으로…6.5만점 유물 '현장감↑'

광산이 문을 닫은 이후 남겨진 공간에 당시 광부들의 역사를 전시하는 문화 조성 산업도 한창이다. 이날 이어서 강원랜드가 조성 중인 탄광문화공원(가칭)을 둘러봤다.

탄광문화공원은 오는 2025년 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문화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 중이다. 광산업이 번창했을 당시 광부들의 역사를 보존하고 알리기 위해 전시장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아직 외부 공사가 한창이었으며 내부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상태였다.

해당 부지는 과거 최대 민영 탄광인 동원탄좌 사북광업소가 있던 곳이다. 특히 전시장은 원래 광부들의 목욕탕과 라커룸 등이 있는 건물이다. 광부들의 삶과 애환이 담긴 손때 묻은 공간인 셈이다.

강원랜드는 광부들의 실제 공간은 그대로 두고, 대신 전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건물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전시관에는 강원랜드에 기증된 소장품 6만5000여점을 활용한 상설 전시 공간이 마련되고, 현대의 예술인들과 협업해 기획전도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다.

공사 중인 건물 내부로 들어가니 긴 복도를 먼저 만났다. 관람객은 로비를 지나 이곳에 처음 들어서게 되는데, 진입로를 길게 구축해 전이공간을 둔 것이다. 새롭게 의미가 부여된 공간이지만, 반대로 당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살리기 위해 깨진 유리창을 비롯한 흔적들을 보수하지 않을 예정이다.

아직 전시장이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전인 만큼 실제 광부들의 생활을 상상할 수 있을 만한 공간이 나왔다. 출근하는 광부들에게 작업복을 나눠주던 곳부터, 사복을 갈아입는 락커룸, 샤워실까지 당시의 생활상이 모두 녹아있었다.

강원랜드는 원래의 건물을 보수하지 않고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예컨대 낡아서 타일이 떨어진 샤워실의 벽도 수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코팅해 오래도록 당시의 모습이 이어질 수 있도록 처리한다. 반대로 전시 공간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화장실의 경우 출입문이 관람 동선과 반대로 나 있었다. 이에 문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고 반대편의 벽을 과감하게 텄다.

2층으로 올라가던 중 유리창을 통해 특이한 산이 눈에 띄었다. 돌이 쌓여 나무가 듬성듬성 자라난 산이었다. 갱도를 파기 위해 터널에서 나온 돌을 쌓아놓다 보니 조성된 인공산 즉 '폐석산'이라고 한다. 유리창과 어우러지니 액자 속 그림 같은 모습이었다. 보통 방치된 폐석산은 흙으로 매립해 복구하곤 하는데, 여기선 폐석산도 문화 자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전시장에 활용될 6만5000여점의 유물은 현재 탄광문화공원 자문위원으로 있는 위원들이 직접 수집한 것이다. 폐광을 앞두고 탄광에서 일하던 광부들이 역사를 보존하겠다는 일념하에서 동원탄좌와 협상을 해 겨우 유물을 지켜냈다. 실제 현장에서 쓰이던 장비부터 옷가지 등 다양한 물건이 모아져 있었다. 지난 2008년 강원랜드는 부지, 건물, 유물을 모두 기증받았다. 현재 탄광문화공원의 시발점이다.

신성일 강원랜드 지역사업팀장은 "수갱 케이지로 가는 통로엔 '오늘 살아돌아올 수 있을까'하는 출근하는 분의 우려와 '무사히 살았다'는 퇴근하는 분들의 안도가 담겨있다"며 "그 당시의 모습을 현세대도 와닿을 수 있게끔 공간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뉴시스]손차민 기자 = 강원랜드가 조성 중인 탄광문화공원 내부 모습이다. 깨진 유리창. 2023.12.07 charmi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정선=뉴시스]손차민 기자 = 강원랜드가 조성 중인 탄광문화공원 내부 모습이다. 깨진 유리창. 2023.12.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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