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무원 감정노동 '위험' 수준…46% "그냥 참고 만다"

인사처, 공무원 1만명 감정노동 첫 조사

감정규제·감정부조화 등 '정상' 벗어나

61% 신체·정신 질병 발현돼도 조치 無

[세종=뉴시스] 인사혁신처 공무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감정노동에 대한 실태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한 결과 감정노동 원인으로는 장시간 응대, 무리한 요구로 업무 방해가 31.7%로 가장 많았다. (자료=인사처 제공) 2023.12.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국가공무원의 감정노동 수준이 '위험' 수준이라는 첫 진단이 나왔다.

무리한 요구, 폭언·협박 등에 주로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절반 가까이는 혼자 참는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6명은 신체·정신적 질병으로 발현되더라도 적극 대응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감정노동에 대한 실태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한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9월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1만98명을 대상으로 한국형 감정노동평가도구를 참고해 공무원인사관리시스템(e사람) 등을 활용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 ▲감정규제 ▲감정 부조화 ▲조직 점검(모니터링) ▲보호체계 등 각 진단 영역에서 공무원들의 감정노동 수준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 '위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규제는 응대 과정에서 얼마 만큼의 감정조절 노력이 따르는지, 감정부조화는 정서적 손상 및 감정적 어려움의 정도를 뜻한다. 조직모니터링은 외부인 응대를 인사고과나 평가에 적용하는지에 대한 정도를, 감정노동 보호체계는 문제 발생 시 조직 차원의 관리 방안이나 조치가 이뤄지는 정도를 뜻한다.

남성은 모든 영역에서, 여성은 감정규제를 제외한 3개 영역에서 위험 범주로 나왔다.

감정노동 원인으로는 장시간 응대, 무리한 요구로 인한 업무 방해가 31.7%로 가장 많았고, 이어 폭언·협박(29.3%), 보복성 행정제보·신고(20.5%)가 뒤를 이었다. 감정노동 영향으로 직무스트레스 증가 및 자존감 하락(33.5%)이나 업무 몰입·효율성 저해(27.1%)를 겪는 등 조직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종=뉴시스] 인사혁신처 공무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감정노동에 대한 실태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한 결과 46.2%가 개인적으로 참아서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인사처 제공) 2023.12.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감정노동을 겪더라도 국가공무원 46.2%는 외부 지원을 받아 해결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참는 것으로 집계됐고, 조직 내 상사에게 도움을 요청(16.4%)하거나, 동료와 상담(21.5%)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61.1%는 감정노동이 신체·심리적 질병으로 발현되더라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어 건강관리에 취약한 상황임을 나타냈다. 11.3%는 병가를 사용했고 8.4%는 전문 심리상담을 받았다.

응답자 65.4%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제도로 '기관의 적극 보호'를 꼽았다. 복수응답으로 민원수당 등 인센티브 강화는 35%, 법률상담 지원 확대는 23.8%로 나타났다.

인사처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기관과 협업해 ▲심리적 고위험군에 대한 치료 지원 ▲기관 차원의 법적보호 강화 ▲건강 검진비 지원 확대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승호 인사처장은 "최근 특이 민원 증가 등으로 공무원의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이라며 "공무원이 건강해야 정부의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공무원이 건강하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혁신적으로 실효성 있는 지원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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