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의장·원내대표 선출에 당원의사 20% 반영…'당내 민주주의 왜곡' 우려
'당원권 강화'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 최고위 보고
시·도당 위원장 선출 시 권리당원 비율도 확대
강성 팬덤 영향력 극대화에 당내 민주주의 왜곡 우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초선 당선자 워크숍에서 장경태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4.05.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은 신재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후보 경선에 권리당원의 의견을 20% 반영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국회의장 경선을 계기로 '당원권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셈인데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물론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극대화되면 당내 민주주의도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헌당규개정TF(태스크포스) 단장인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에 당원권 강화를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을 보고했다.
개정안엔 국회의장단 후보자 및 원내대표 선출 선거에 권리당원 유효 투표 결과 20% 반영, 시·도당위원장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반영 비율 20대 1 미만으로 제한, 전국대의원대회를 전국당원대회로 명칭 개정, 중앙당 사무처에 당원주권국 신설 등이 포함됐다.
장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장 및 원대대표 선출 규정과 관련 "내일 의원총회 보고 후에 최고위를 거쳐 다음 주 당무위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라며 "발 빠르게 국민과 당원께 나아가는 민주당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장단 선출 규정은 당규 규정이라서 당무위 의결로 결정되고, 원내대표 선출 방식은 당헌 사항으로 중앙위원회 개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장 최고위원은 '의장과 원내대표 선거에 당원 비율을 반영하는 게 국회법 위반은 아니냐'는 물음에는 "전혀 저촉되지 않는다"며 "예를 들어 상임위원장 선정 방식도 국민의힘은 선출직이고 우린 지명직이다. 각 정당이 자율투표를 보장해 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방선거 공천권을 쥔 시도당 위원장도 권리당원 표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현재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비중은 50대 50인데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을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수준까지 높여 20대 1 미만으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적어도 권리당원 20표가 대의원 1표와 같게 하겠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지난 16일 명심(明心·이재명 대표의 의중)과 당심이 반영된 추미애 당선인이 국회의장 경선에서 떨어지자 강성 지지층의 동요를 막기 위해 '당원권 강화' 작업에 속도를 냈다. 지난 22일부터 1박 2일간 열린 당선인 워크숍에서도 당선자 난상토론 끝에 '당원 중심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결의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후보 경선과 관련 권리당원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4선의 김민석 의원이 10%룰을 제시하며 운을 띄웠고, 장 최고위원은 20%, 강성 친명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소속의 양문석 당선인은 권리당원 비율 50% 안을 내놓았다.
장 최고위원은 당원 비율을 20%로 정한 배경과 관련해 "실제 그동안의 원내대표 선거 득표율 등을 계산했다"며 "득표율 차이가 크지 않았을 때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로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당헌·당규 개정은 명심이 크게 작용했다. 이 대표는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며 당원 중심의 대중정당을 강조해왔다. 당원의 목소리를 크게 반영해 정치 효능감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당원 다수가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개정안이 시행되면 내부 권력 지형에서 친명(친이재명)계의 장악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자연스럽게 이 대표의 연임 분위기도 굳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강성 팬덤에 의존하는 '홍위병 정치'가 짙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창환 장안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이나 당이 당원의 컨트롤을 받고, 당원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대해 원론적으로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문제는 당원들의 목소리가 일반 국민 여론과 다를 때다.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를 당심이라고 여기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 내에서는 마치 이제 당원들의 뜻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냐는 식으로 나가버리니 그런 말도 못 꺼내는 분위기가 됐다"며 "일부 강성 당원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전체 당원의 목소리 또 국민 여론을 같이 아우를 수 있는 정치를 고민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소신을 가지고 당원들을 설득하거나 또는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는 그런 여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더욱이 원내대표는 차치하더라도 입법부 전체를 대표하는 수장인 국회의장마저 특정 정당 당원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은 다른 유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당내에서 반기를 드는 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날 퇴임하는 김진표 국회의장이나 4·10 총선에 불출마한 우상호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을 뿐이다.
김 의장은 퇴임 간담회에서 "당원이 아주 많은 지역이라야 한 1만 명 될 것이다. 국회의원이 얻은 득표 중에 나머지 90~95% 정도는 당원도 아니고 팬덤도 아닌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서 당선된 것 아니겠습니까"며 "왜 국회의원을 보고 헌법기관이라고 하는지, 누가 뽑은 국회의원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우 의원은 "어떤 선거에 몇 퍼센트를 더 반영한다는 식이 아니라 상시로 당원 의견이 수렴될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며 "당대표, 최고위원 등 당직 선거는 당원에게, 선출직 공직자는 민심을 반영해 국민에게, 원내직은 국회의원에게 주는 것이 민주당 전통"이라고 강조했다.
한 낙선 의원은 "분명히 뜨거운 논쟁이 있는 상황인데 더 이상 누구도 '문제가 있다'고 말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온 것 아닌가 싶다"며 "이미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진 비정상 정당이 됐다"고 한탄했다. 장 최고위원은 "오늘 지도부 회의서 이견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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