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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앞두고 롯데·신세계 쇼핑몰, 이례적 공개 설전 "결국 사과했지만…"

등록 2024.10.25 13:03:18수정 2024.10.25 14: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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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 롯데百 대표 '친정' 신세계에 "대규모 프로젝트 실현 가능성 의문" 도발

김민규 신세계그룹 부사장 "노하우 충분히 내재화 돼, 우려 안해도" 공개 반박

결국 정 대표 사과의 뜻…신경전 일단락 됐지만 향후 시장 주도권 경쟁 심화할 듯

[서울=뉴시스]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2024.10.24.(사진=롯데백화점 제공)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2024.10.24.(사진=롯데백화점 제공)[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유통 맞수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미래 쇼핑 시장 주도권을 두고 공개 설전을 벌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욱이 각자 연말 임원 인사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양측이 발언 수위를 높이면서 신경전을 벌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다.

먼저 경쟁사의 경기 남부권 쇼핑 사업과 관련해 도발을 한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결국 신세계 측에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신경전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업계에선 앞으로 향후 '유통 미래 먹거리'인 복합쇼핑몰 등 시장 주도권을 두고 양측이 격전을 벌이게 될 것임을 시사하는 장면으로 보고 있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 대표는 공개 간담회에서 경쟁사의 화성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스타베이 시티)과 스타필드를 언급한 데 대해 신세계그룹 측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양사 경영진이 소통했고,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를 산 표현들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지난 2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타임빌라스 수원 오픈 및 쇼핑몰 중장기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신세계가 준비하는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당시 정 대표는 "경쟁사가 화성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한다고 발표했지만, 우리 사업에서 재무적 역량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경쟁사가 100만평 규모를 개발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고 말했다.

해당 대규모 프로젝트는 신세계그룹의 추진하는 화성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으로 경기도 화성시 송산 그린시티 내 127만평 규모 부지에 테마파크·워터파크 등 36만평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시설 및 스타필드·골프장·호텔·리조트·공동주택 등을 집약한 복합단지를 건립하는 내용이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어 국가 관광 산업과 지역 경제에 기여하겠다"며 화성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정 대표의 발언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한 사업비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과거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조선호텔 면세사업부 부사장을 지낸 정 대표가 자신의 친정을 향해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에 전날 김민규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은 직접 전면에 나서 정 대표의 발언을 반박했다.

그는 입장을 내고 "롯데백화점이 이런 대규모 글로벌 합작 개발 사업 경험이 없어서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며"사업 규모에 따라 자본 조달 방식은 다르며 스타필드의 경험을 통해 그 정도 노하우는 충분히 내재화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의 재무 상황을 걱정할 만큼 시장에서 (롯데를) 여유롭게 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부사장은 또 정 대표의 스타필드 수원 객단가 5만원, 타임빌라스 수원 객단가 12만원 언급을 두고 "심지어 스타필드 수원의 객단가는 5만원이 아니라 12만5000원이다"며 "정보가 유출 안되고 잘 관리 되는 것 같아 기쁘지만 한 번 와 보고 말하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롯데의 리뉴얼에서 폐점한 240개 브랜드 상당 수가 스타필드로 가서 다행스러워할 게 아니라 아쉬워 하시는 게 맞을 것 같다"며 "지금 그 240개 브랜드들이 매우 다행스러워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부사장은 정 대표의 건물이 단조롭다는 취지에 대해서도 "스타필드 디자인은 동선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다"며 "획일적이 아니라 효율적인 디자인과 가장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디자인이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보기좋고 아름답기만 하다고 편한 옷은 아니다"며 "자사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건강한 사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후 정 대표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신세계 측에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양측의 신경전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다만 업계에서는 연말 임원인사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같은 신경전을 벌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수원을 경기 남부권 사업의 중요한 거점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향후 양측의 쇼핑 사업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롯데백화점은 수원점을 대규모 리뉴얼해 '타임빌라스 수원'으로 재탄생시켰다. 기존 면적의 약 70%를 바꾸는 롯데백화점 역사상 최대 규모의 리뉴얼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2030년까지 국내외 쇼핑몰 사업에 약 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타임빌라스 수원은 롯데의 '미래형 쇼핑몰 전략'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실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롯데가 오너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도 전날 타임빌라스 수원 그랜드 오픈 현장을 찾아 직접 점검했다.

신 전무의 방문은 그만큼 쇼핑몰을 그룹의 미래 유통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신세계는 지난 1월 '스타필드 수원'을 열고 운영 중이다. MZ세대를 겨냥한 특화매장을 강화해 기존 가족 중심의 1세대 스타필드에서 진화한 '스타필드 2.0'을 표방한다.

스타필드 수원은 지하 8층부터 지상 8층 규모로, 전체 면적 약 10만평(33만1000㎡)에 달하는 수원 지역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이다.

그 외에도 수원에는 기존 AK플라자 수원과 갤러리아 백화점 광교 등이 자리하고 있어 유통 패권을 두고 경쟁이 치열한 상권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연말 인사 전에는 전문경영인들이 드러나게 활동하지 않는 편"이라며 "이번 공개 설전은 그만큼 각사가 쇼핑몰을 어느정도로 비중있게 보는 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롯데 챔피언십 이후인 11월 말이나 늦어도 12월, 신세계그룹은 빠르면 10월 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시스] 롯데백화점은 롯데몰 수원점이 '타임빌라스(TIMEVILLAS) 수원'의 이름으로 새롭게 도약한다고 30일 밝혔다. (사진=롯데백화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롯데백화점은 롯데몰 수원점이 '타임빌라스(TIMEVILLAS) 수원'의 이름으로 새롭게 도약한다고 30일 밝혔다. (사진=롯데백화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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