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이란 보복에 국제사회 온도차…서방 "자위권" vs 아랍 "주권 침해"(종합2보)
美 "자기방어 차원 공격"…EU "양측 최대한 자제해야"
사우디, 이스라엘 언급 없이 규탄…이란 대리 "확전 행위"
유엔 "모든 확전 행위는 비난 대상"…러도 자제 촉구
[AP/뉴시스] 이스라엘이 이란의 군사 시설을 표적으로 재보복 공격을 단행한 데 대해 국제사회가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이스라엘군 제공으로, 26일(현지시각)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가 이란을 공습하기 위해 미상의 위치에서 출발하는 모습. 2024.10.27.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이스라엘이 이란의 군사 시설을 표적으로 재보복 공격을 단행한 데 대해 국제사회가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서방은 이스라엘의 정당한 자위권이라고 두둔하는 반면, 아랍 국가들은 주권 침해라며 규탄했다. 다만 모두 양측에 자제를 촉구하며 확전을 경계했다.
美 "자기방어 차원 공격"…EU "양측 최대한 자제해야"
앞서 숀 사벳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린 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대응과 자기방어 차원에서 이란 내 군 시설을 공격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었다.
그러면서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해 추가 확전 없이 이 전투의 순환이 끝날 수 있도록 촉구한다"며 이란에 대응 자제를 압박했다.
[필라델피아=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미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 공항에 도착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0.27.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이스라엘에 이란의 '침략'에 맞서 자위권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알고 있다"며 두둔했다. 다만 "긴장 고조를 피하고 모든 측에 자제를 촉구해야 한다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다"며 "이란은 대응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이란에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대규모 확전 대응이 계속돼선 안 된다"며 "그래야만 중동에서 평화적 발전 가능성을 열 수 있다"고 촉구했다.
프랑스 외교부는 이스라엘에 "이 지역에서 극도의 긴장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떠한 확전이나 행동도 자제하라"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은 성명에서 "공격과 보복의 위험한 순환은 지역 분쟁을 더욱 확대시킬 위험이 있다"며 "EU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모든 당사자가 통제할 수 없는 확전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우디 등, 이스라엘 언급 없이 비판…이라크 등은 강력 규탄
모든 당사자가 최대한 자제를 유지하라며, 중동 지역 긴장을 완화하고 갈등을 종식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각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맹주인 사우디와 이란은 오랜 앙숙이었지만, 지난해 3월 중국의 중재로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었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중동 긴장 완화라는 공동의 목표로 대화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UAE) 외무부도 이스라엘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며 규탄 목소리를 냈다.
UAE 외무부는 "이란에 대한 군사적 표적을 강력 규탄하며, 계속되는 확전과 역내 안보 및 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험과 분쟁 확대를 피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자제력과 지혜를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카타르 외무부도 이번 공격이 "이란 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자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모든 당사자는 자제력을 발휘하고 대화와 평화적 수단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며, 지역 안보와 안정을 불안정하게 만들 어떤 것도 피하라"고 주문했다.
이집트 외교부는 성명에서 "역내 안보와 안정을 위협하는 모든 행동을 규탄한다"며 "가자지구 휴전이 확전을 완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인질 석방 협상 틀 내에서 신속하게 휴전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헤란=AP/뉴시스] 26일(현지시각) 새벽 이란 수도 테헤란 모습. 2024.10.27.
가자지구 하마스도 강력 규탄에 나섰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이란에 대한 침략과 여러 군사 시설을 표적으로 삼은 데 대해 가장 강력한 용어로 비난한다"며 "이란 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자 역내 안보를 위협하는 확전 행위"라고 했다.
이란의 가장 강력한 대리 단체인 레바논 헤즈볼라도 성명을 내 "위험한 확전"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튀르키예 외교부는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으로 우리 지역을 더 큰 전쟁 직전으로 몰아넣었다"며 "이스라엘의 테러를 종식시키는 게 국제 안보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역사적 과제가 됐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비난했다.
이라크는 정부 대변인 성명에서 "이스라엘 행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침묵을 비난한다"며 "점령 시오니스트(이스라엘) 단체는 이란 목표물을 포함 노골적인 공격을 통해 공격적인 정책을 계속하며 역내 분쟁을 키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오만 외무부도 이스라엘의 공습이 "폭력의 순환을 부추기고 긴장 완화 노력을 약화시키는 확전"이라며 "국제사회는 이웃 국가 영토에 대한 침략을 종식시키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촉구했다.
[텔아비브=신화/뉴시스]이스라엘이 26일(현지시각) 이란을 상대로 재보복 공격을 감행한 가운데 텔아비브 키리아 군사기지 지하벙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이 회의를 하는 모습. 2024.10.27.
유엔 "모든 확전 행위는 비난 대상"…러 "재앙적 시나리오 막아야"
모든 당사자가 중동 전역에서 군사 행동을 중단하고 외교로 복귀해야 한다고도 호소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중동에서 계속되는 폭발적 확대에 우려하고 있다"며 "모든 당사자가 자제력을 발휘하고 폭력을 멈추며, 사건이 재앙적 시나리오로 발전하는 걸 막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을 보복 행동으로 자극하는 걸 멈추고, 통제할 수 없는 확전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테헤란=신화/뉴시스] 26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 상공에 조명탄으로 추정되는 불빛이 반짝이고 있다. 2024.10.27.
이스라엘은 이날 새벽 이란을 향해 3차례에 걸쳐 공습을 단행했다. 방공 시스템과 드론, 미사일 생산 현장 등 군사 시설 20곳가량을 표적으로 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헤즈볼라 지도자 등을 사살하자 이란이 지난 1일 이스라엘로 탄도 미사일 등 180여발을 발사한 데 따른 재보복 차원이다.
이란은 이번 공격을 성공적으로 대응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은 당초 군인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IRNA는 이후 사망자 수를 4명으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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