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드 주미 호주 대사 트럼프 비난글 삭제[트럼프 시대]
"파괴적 대통령" "미국 민주주의 진흙탕 빠트렸다" 등
트럼프, 1기 취임 직후 호주 총리와 통화 도중 설전
핵잠수함 지원 AUKUS 동맹 조약 등 재고할 지 촉각
[서울=뉴시스]호주 총리를 지낸 케빈 러드 주미 호주 대사. (출처=러드 대사 개인 홈페이지) 2024.11.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총리 출신인 케빈 러드 주미 호주 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를 비난하는 내용의 글들을 자신의 X 계정에서 내렸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러드 대사가 “대통령직 존중을 위해” 글을 삭제한 것으로 밝혔으나 트럼프 복귀로 인한 불안이 크다는 징후라고 지적했다.
러드 대사는 2020년 당시 트위터에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대통령”이라며 “그(트럼프)가 미국과 민주주의를 진흙탕에 빠트렸다”고 썼다.
러드 대사는 미 대선 결과가 나온 지난 6일 이 글을 비롯한 트럼프 비난 글을 삭제했다.
러드 대사는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자신이 올렸던 글들이 미국 정치에 대한 논평으로 올린 것이며 “미국 대통령에 대한 존중을 위해”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삭제된 글들이 호주 정부의 견해로 해석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러드 대사의 과거 발언이 긴밀한 동맹인 미국과 호주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트럼프는 지난 3월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러드 대사가 올린 글에 대해 처음 알게 된 뒤 “사실이라면 (대사)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러드 대사의 글 삭제는 미국 동맹의 근간인 나라들에 대한 트럼프의 반감에 대처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호주 로위연구소 국제안보프로그램 책임자 샘 로지빈은 “트럼프는 동맹국에 대한 회의, 미국이 동맹에 착취당한다는 생각을 계속 밝혀왔다”고 지적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현 호주 총리는 러드 대사 임명을 옹호하면서 그를 교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 정부는 러드 대사가 미국 정계 양 진영과 성공적으로 관계를 구축해 호주의 이익을 증진시켜왔다고 말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7일 트럼프와 통화해 당선 축하를 전했다면 호주 정부가 미 정권 교체에 대비돼 있다고 밝혔다.
호주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과 관계가 긴밀해졌다. 2021년 양국은 영국과 함께 오커스(AUKUS) 동맹 조약을 체결했다.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맞서 호주에 핵잠수함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 조약에 대해 트럼프 당선자가 다시 검토할 수 있으며 호주 최대의 교역국인 중국과 미국이 무역전쟁을 일으키면 호주가 입을 피해도 커진다.
트럼프는 첫 대통령 취임 직후 말콤 턴불 당시 호주 총리와 첫 통화를 하면서 난민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인 끝에 일방적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 적이 있다.
이 일로 미국의 동맹국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려가 극대화됐었다. 당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주미 호주대사와 통화했으며 “미-호주 동맹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지”를 표명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해 상황을 수습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매케인 상원의원과 같은 방패막이가 사라졌다.
서호주대 퍼스 미아시아센터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미 의회에 도널드 트럼프의 뜻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시드니대 미국연구센터 브루스 월프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가 오커스(AUKUS) 동맹을 비즈니스 관점, 미국 우선 관점에서 점검하려들 경우 돈과 일자리부터 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전문가인 러드 대사는 2007~2010년과 2013년 총리를 지냈다. 그는 트럼프 전 정부의 무역정책을 비난했으며 미국이 코로나 팬데믹 대처에서 국제사회를 이끌기를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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