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탁 의존도 높은 운용사, 내년부터 국내주식 위탁운용 제한
자금회수시 타격 우려…일임 수탁고 90% 증발 사례도
장기적으로 국내주식 비중 축소 방침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국민연금 의존도가 65%가 넘는 자산운용사는 내년부터 국내주식 위탁운용사 지원이 제한된다. 그간 일부 운용사들의 높은 국민연금 의존도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단 지적이 있어 왔는데 지원 제한 요건에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는 약 3년 만에 국내주식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을 새로 발표했다.
지원 자격, 선정 기준, 평가 배점 등에서 달라진 건 없지만 공단 수탁고 의존도가 65% 이상인 운용사는 위탁 운용사 지원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 제한 요건은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주식, 채권 등 자산을 통틀어 전체 운용자산(AUM)에서 국민연금 위탁 자금이 65%가 넘는 운용사는 앞으로 위탁운용사에 들어갈 수 없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 지원 자격에 이러한 제한을 둔 것은 그간 일부 운용사들의 높은 국민연금 의존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AUM이 크지 않은 중소형 운용사의 경우 국민연금 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갑작스런 자금 회수가 발생했을 경우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난 2023년엔 국민연금이 가치투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한 운용사 위탁 자금을 모두 회수하면서 해당 운용사 투자일임 잔고가 하루 만에 90%가 증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되면서 국민연금은 자금을 신규 배정할 때 의존율을 감안해 운용사를 관리하려 했지만 위탁운용사 지원 제한 요건에 명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장기적으로 국내주식 비중을 줄여나가야 하는 상황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장기적으로 국내주식 비중을 줄여가고 있으며, 특히 연금 지급이 수입보다 많아지는 성숙기 시기가 오면 국내주식을 연간 수십조원씩 매도해야 한다. 이 경우 국민연금 의존도가 높은 운용사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국내주식 위탁운용사 수는 2014년 38개에서 점차 감소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7개사까지 줄었다. 국내주식 투자 규모는 2020년 176조7000억원에서 현재 145조8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외부 운용사에 맡기는 위탁 비중은 절반이 조금 넘는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공단 의존도가 65%가 넘는 곳은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단 자금 비중이 많은데 이를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운용사 측에 리스크가 생기니 사전에 규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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