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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미세먼지 문제 해결 위한 국제환경협력의 오래된 미래

등록 2019.12.23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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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은아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 김은아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 김경원 기자 = 2019년 11월 중국은 한국의 초미세먼지의 중국 기여도를 최초로 인정하였다. 우리나라가 1995년 동북아 장거리 대기오염물질 공동조사사업(LTP)을 제안한 이후 최초 인정이라는 측면에서 성과로 인정할 수 있으나 발표된 중국의 기여도가 32%로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낮은 수치라는 점과 중국이 실제로 인정한 기여도는 23%로 여전히 한국 미세먼지에 대한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자세를 취한다는 점에서 만족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1% 증가에 따라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3.32%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주는데 이는 중국 경제성장에 따라 국내 대기질 악화가 심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렇듯 중국발 국내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더해질 수 있는 미래에 대비하여 동북아에서 실효성 있는 국제환경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국민건강권 보장과 관련한 매우 중요한 현안이다.

'동북아 역내 대기오염물질 국경이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성공적인 환경협력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에 대답하기 위하여 과거 유사한 문제를 해결했던 해외 사례와 동북아의 상황을 비교하여 동북아의 어떤 특수성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지를 알아보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생각해보았다.

유럽에서는 1960년대에 이미 지금의 중국발 미세먼지의 문제와 유사한 대기오염물질의 국경이동에 의한 산성비 문제를 겪었다. 북유럽 지역의 산성비 문제는 1960년대부터 이슈가 되어 스웨덴을 중심으로 한 과학적인 원인규명 노력 및 국제연합(UN)을 통한 공론화 노력을 통하여 1979년 11월 13일 Convention on Long-Range Transboundary Air Pollution (CLRTAP) 협약이 체결되었는데 이는 협정을 통하여 국제환경분쟁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대표 사례이다.

유럽과 동북아 사례 모두 오염물 배출국가의 급속한 산업화와 그를 뒷받침하는 주요 에너지원으로서 석탄화력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이 공통적이며 두 사례 모두 총 GDP와 무역량 면에서 열세인 북유럽국가 또는 한국이 경제 규모가 큰 서유럽 국가 또는 중국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면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유럽의 CLRTAP 협정이 체결되기까지의 과정은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방식과 유사하면서도 매우 큰 차이점을 보여준다. 동북아지역의 LTP는 국가 간 대기오염물질 이동 현상 규명을 위한 과학적 분석 연구라는 점에서 유럽감시평가프로그램(EMEP)과 내용상으로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 그러나 LTP가 당사국인 한·중·일 3국만 참여하는 것과 달리 EMEP의 경우 1979년 CLRTAP가 체결될 당시 서명한 31개 국가 모두 참여할 의무가 있었다는 점이 다르다.

가해국과 피해국 이외의 제3국 참여 여부는 두 사례의 큰 차이점 중의 하나이며 과학적 연구의 결과에 객관성을 높여 가해국이 분석 결과를 수용할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차이점의 배경에는 유럽공동체(EC) 등 유럽 역내 다자협력의 토대가 존재했다는 점과 여러 인접 국가로부터 환경오염물질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유럽의 지리적인 특성상 대기오염물질의 국가 간 이동 문제에 관하여 국가 간에 공감대가 쉽게 형성될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CLRTAP의 성공에는 포스트 냉전 시대에 주도권을 노렸던 구소련의 역할이 중요했는데 이점이 현재 동북아 국제질서와 매우 다르다. 구소련은 환경보호를 위한 협력 내용을 포함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합의안의 실행을 촉진하였고 그러한 활동은 EMEP로 이어지게 된다. 1972년 유엔환경회의에서 서유럽은 북유럽국가의 문제의식에 동의하지 않았으나 1978년 EMEP를 통하여 서유럽 국가로부터 북유럽국가로 이동한 대기오염물질의 영향이 드러났고 결과적으로 오염 유발자로 지목되었던 서유럽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었다.

한편 국가 간의 환경협약은 개별 국에 법적 강제력을 가질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오염물 발생국의 자발적인 감축 노력이 가능한 여건에서만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오염물 배출국의 환경권에 대한 인식의 개선과 같은 국내여건 또한 문제 해결의 중요한 변수이다.

과거 선진국의 발전과정을 보면 1인당 GDP가 5000달러에 도달한 시점을 기준으로 국민이 삶의 질 향상을 요구하고 환경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는데 과거 유럽 사례에서 대표 배출국이었던 영국과 독일의 1인당 GDP가 처음으로 5000달러를 초과한 연도가 각각 1973년과 1978년으로 CLRTAP이 체결된 1979년 인근이었던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의 GDP가 처음으로 5000달러를 넘었던 2011년 즈음부터 중국 국내 친환경 정책 관련 여건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2018년부터 대외적으로 내건 '생태문명'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중국과의 환경협력의 양상이 달라질 여지가 있으며 5~10년 전 연구결과에 기반하여 도출된 동북아지역 환경분쟁 해결 전략은 지금 환경에서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상의 환경 분석을 통해 유럽의 CLRTAP의 성공 사례와 비교했을 때 동북아에 부족한 점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유럽공동체와 같은 공고한 지역 기반 다자협력체이고 다른 하나는 구소련과 같은 ‘큰 형님’의 영향력이다. 전자는 공동체 인식에 기반한 호혜적 협력관계 정립에, 후자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지역 갈등 해소의 물꼬를 트는 리더십 형성에 중요한 요소이다.

현재 동북아지역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국가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데 이러한 리더십의 결핍을 극복하기 위하여 동북아 국제환경협력의 범위를 한·중·일에 국한하지 않고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로 넓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002년 체결된 ASEAN Agreement on Transboundary Haze Pollution (AATHP) 협정은 기존 지역협력체를 활용하여 역내 환경갈등을 해결한 예이다. Haze Technical Task Force를 발족하고 지역연무행동계획을 실행에도 해결이 되지 않았던 문제가 ASEAN 회의 때마다 가해졌던 국가들의 외교적 압력이 인도네시아의 AATHP 비준을 이끌어냈던 사실은 동북아 환경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다자협력기반의 확대는 중국 관점에서 한·중·일로 국한한 동북아 협력관계보다 실익을 줄 여지가 크므로 중국이 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동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중·일 3국의 협력의 경우 중국이 주요 가해국임이 자명하나 APEC 또는 ESCAP 회원국으로 지역적 범위를 넓히는 경우 중국 또한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인접 국가로부터의 오염물질 이동에 의한 피해국일 수 있으므로 중국과 호혜적 관계를 정립함으로써 협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은아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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