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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AI 의사, 실수는 줄겠지만…의사의 사명감은?

등록 2020.01.03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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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인영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조인영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 김경원 기자 = 인공지능(AI)이 미래 의학 기술 및 진료의 패턴을 바꾸리라는 기대가 높다. 진단의 정확성이나 엑스레이(X-ray),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 영상장치(MRI)의 판독에 있어 수십 년간 수련해온 전문의보다 AI가 더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는 것이 여러 신문에 보도된 실험들의 요점이다.

무엇보다 AI 의사는 피로와 스트레스의 문제에서 자유롭기에, 과로나 피로로 인한 실수 가능성이 있는 전문의에 비해 환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인간 의사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게 될까?

필자는 얼마 전 매우 슬픈 부고를 들었다. 한국에서 결핵 및 비결핵 항산균 치료의 최고 권위자였던 고원중 교수가 하늘의 별이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과로 및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활기차게 웃으며 늘 환자들을 위해 연구와 진료에 최선을 다하던 진정한 명의였는데 유족은 물론 그분의 진료를 받아온 환자들의 깊은 슬픔은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결핵 및 비결핵 항산균은 세계 11대 경제 대국으로 당당히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자평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으로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질병이다.

결핵이란 못 먹고 못 살던 후진국 시절에나 유행하던 질병이 아닌가 하는 일반인들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결핵 발병률 1위라는 오명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도 75세 이상 고령층의 결핵 유병률이 심지어 에티오피아, 베트남, 인도 같은 나라와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보도된 바 있다.

결핵균은 공기 중에 존재하기에 호흡기로 전파되며 사람 대 사람으로도 전파 가능하며 치료에도 최소 6개월에서 심한 경우 몇 년이 소요된다. 최근에는 특히 여러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다제내성균 감염이 증가하고 있어 국가의 환자 관리 및 치료비 지원이 특히 중요한 감염병이기도 하다.

일반인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비결핵 항산균의 경우 일상생활, 특히 샤워 중에 쉽게 노출될 수 있으며 감염되면 치료가 어렵고 재발률이 높아 환자들의 고통이 심한 난치병이다.

고 교수는 소위 돈이 안되고 연구 실적을 내기 어려운 이 질환의 연구와 치료에 평생을 바쳐왔다. 그는 SCI(E)급 저널에 게재한 1저자 및 교신저자급 논문이 180여편에 이를 정도로 탁월한 연구자였고 정부의 결핵 관리 제도 및 인식 개선에도 크게 기여한, 진실로 한국의 결핵 및 비결핵 항산균 유병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온 실천가였다.

현 세태에 비추어 볼 때 매력없는 전염성 질환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고 교수와 같은 의학자를 잃었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이다. 고 교수의 추모식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앞으로도 고 교수와 같은 사명감 깊은 의학자는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내비친 바 있다.

의사, 특히 대학병원 의사는 진료와 연구, 교육이라는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의사직과 교수직을 겸하고 있는 의사들은 진료 틈틈이 연구와 교육에도 매진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직업군에 비해 더 많은 근로시간과 스트레스에 노출되나 그와 동시에 병원의 실적 압박에도 시달린다는 조사가 있다.

결국 많은 대학병원에서는 3분 진료가 성행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환자의 불만도 높다. 돈이 되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를 차별하고 실적을 압박하는 병원 경영진의 태도도 문제이지만 의사들의 과로와 스트레스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며 제도의 개선에는 큰 관심이 없는 정부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대학병원의 연구진은 많은 경우 한국 의학의 최전선에 서 있기에 이는 한국의 미래 의료의 질과도 크게 관련되어 있다. 낮은 의료 수가로 인해 위에서는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거나 소위 돈이 되는 질환을 담당해야 병원 내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압박과 아래로부터는 3분 의료에 대한 환자들의 원성을 감내해야 하는 의사들의 고충에 대해, 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 및 정치권의 진지한 고찰이 필요하다.

미래 의학의 판도가 AI로 인해 크게 바뀌게 되더라도 AI 의사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것은 환자의 슬픔과 어려움에 공감하고 어려운 치료 과정에서도 환자가 힘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는 의사의 따뜻한 마음,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는 의학 연구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사의 사명감일 것이다.

고 교수는 3분 진료와 실적의 압박 속에서도 환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의사이자, 동시에 환자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치료법 발견을 위해 평생을 바친 진정한 학자였다. 언제나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최선의 진료와 동시에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격려와 위로를 주셨던, 그분이 평생 치료해왔을 수천의 환자들을 생각하며 다시금 고원중 교수의 명복을 빈다.

조인영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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