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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and]투표하려다 구금?…총선 재외 투표 초비상

등록 2020.03.29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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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17개국 23개 재외공관 선거사무 중단

재외국민 10명 중 1명 코로나19에 참정권 제동

美동부 등 코로나19 확산지역 투표도 불투명

하늘길 끊긴 상황서 투표함 이송이 최대 관건

현지 개표까지 검토…투표율 하락은 불가피

[쿠알라룸푸르=AP/뉴시스]19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경찰이 시민들이 이동 통제 명령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8일부터 31일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외국인의 입국 금지와 자국민 해외여행 금지 등 이동 제한 명령을 내렸다. 무히딘 야신 총리는 18일 TV 연설을 통해 "2주간 놀러다니라고 휴가를 준 것이 아니다"라며 "집에 있어야 코로나19 확산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0.03.19.

[쿠알라룸푸르=AP/뉴시스]19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경찰이 시민들이 이동 통제 명령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8일부터 31일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외국인의 입국 금지와 자국민 해외여행 금지 등 이동 제한 명령을 내렸다. 무히딘 야신 총리는 18일 TV 연설을 통해 "2주간 놀러다니라고 휴가를 준 것이 아니다"라며 "집에 있어야 코로나19 확산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0.03.19.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17개국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에 제동을 걸었다. 국가간 왕래는커녕 집 밖 출입이 어려워지면서다. 추가적으로 선거가 중단되는 국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곳곳에서 하늘길이 끊기며 투표함 이송을 놓고 막판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초로 해외 현지 개표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지난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1대 국회의원 재외선거에서 주이탈리아대사관 등 17개 국가 23개 재외공관의 재외선거사무를 중지키로 결정했다. 참정권이 제한된 선거인수는 1만8392명으로 전체 재외선거 유권자(17만1959명)의 1.7%에 달한다. 재외국민 10명 중에 1명이 자의가 아닌 전염병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투표를 못하는 것이다.

선관위는 17개국에서 자가 격리와 전면 통행금지, 외출 제한 등 조치가 시행되고 위반 시 벌금이나 구금 등으로 처벌된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외선거 사무 중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관 폐쇄와 투표관리 인력의 재택근무로 재외투표소 운영이 어려운 것은 물론 투표를 강행했다가는 국민의 안전마저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동 제한령이 내려진 독일(5939명), 프랑스(2839명), 영국(2270명), 이탈리아(1026명), 스페인(733명), 아일랜드(349명) 등 주요 유럽국가가 대표적이다. 대부분 의약품 구매와 출·퇴근 등 사유를 제외하고 주거지를 벗어날 수 없도록 했고 일각에서는 위반시 벌금을 부과하는 초강도 조치를 발표했다. 일각선 거리에 군인을 배치해 감시에 나섰다.

국경을 봉쇄하고 항공기 운항을 중단한 중남미 지역에선 에콰도르(224명), 온두라스(59명), 콜롬비아(240명) 등도 선거가 불가능하다. 섬 전체가 봉쇄된 필리핀(3286명)은 물론 가나(107명), 남아프리카공화국(189명), 네팔(286명), 인도(185명), 파푸아뉴기니(47명), 미국령 괌의 주하갓냐대한민국출장소(255명), 키르기즈(258명)도 포함됐다.

[서울=뉴시스]26일 (현지시간) 기준 이탈리아의 코로나1 누적 사망자가 8000명을 넘었다. 확진자 수도 8만명을 돌파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26일 (현지시간) 기준 이탈리아의 코로나1 누적 사망자가 8000명을 넘었다. 확진자 수도 8만명을 돌파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재외선거는 국내 대통령 선거 또는 국회의원 선거기간 동안 국외에 거주하거나 체류 중인 대한민국 국민이 해외에서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로 지난 2012년 4월11일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 실시됐다. 선관위는 코로나19 최초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에 이어 유럽 지역까지 재외선거 사무를 중지하는 사상 초유의 결단을 내렸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투표권 행사라는 점에서 각국과 예외적 이동 협의를 할 수 있지만 위험 부담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우리 국민의 이동 과정에서 구금, 구류, 벌금 등 사태가 발생한다면 국민의 안전은 물론 주재국과의 관계에서도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재외선거 중단 지역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선관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미국 동부 지역을 제외했다. 안전을 우선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재외국민의 과반수가 미국에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선관위는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재외 선거 중단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외교 소식통은 "참정권을 보장하면서 주재국의 조치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 또 우리 국민을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지켜야 한다는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미국은 재외동포 숫자도 많고 교민 사회의 핵심이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사실상 천재지변에 준하는 것으로 양해가 될 만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찬반 양론이 있다"고 밝혔다.

최대 관건은 투표함 이송이다. 재외투표지는 투표가 끝나고 외교 행낭을 통해 국내로 회송된다. 이후 인천공항에서 국회 교섭단체 구성 정당이 추천한 참관인이 입회한 가운데 중앙선관위에 인계된 후 등기우편으로 관할 구·시·군선관위에 보내 국내 투표와 함께 개표한다.

직항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하늘길이 끊긴 상황이라면 제3국을 거쳐 이송할 수 있는 갖가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마저도 불가능하다면 선관위는 유례 없이 현지 공관에서 개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에서 열린 19대 대선 재외 선거관 실무교육에서 참석자들이 투표용지 발급기 설치 실습을 하고 있다 .2017.04.05.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에서 열린 19대 대선 재외 선거관 실무교육에서 참석자들이 투표용지 발급기 설치 실습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공직선거법에는 '천재지변 또는 전쟁·폭동,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재외투표가 선거일 오후 6시까지 관할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에 도착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때는 해당 재외선거관리위원회로 하여금 재외투표를 보관했다가 개표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현지 개표가 이뤄진 점이 없다는 점에서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선거 지역구 등이 겉봉투에 공개된 상황에서 개표가 이뤄질 경우 '무기명 비밀투표'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이다. 선관위는 다음 달 11일까지 공관 개표 대상을 결정해 선거에 차질이 없도록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느 때보다 힘들게 재외선거가 진행되더라도 투표율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통은 "과거에는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교통편도 준비하고 간담회 개최, 팸플릿 배포 등 홍보 활동을 활발히 벌였다"며 "올해는 주재국에서 모임을 자제하고 집에서 나오지 말라고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투표를 진행하더라도 조용히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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