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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인싸 격전지]용산, '서울시 행정 두루 섭렵' 강태웅 vs '3선에 주중대사 경륜' 권영세

등록 2020.04.01 19: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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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민주당 강태웅-통합당 권영세 격돌

강태웅 "서울 부시장 경력으로 현안 해결하겠다"

권영세 "경제적인 측면에서 정권심판론 통한다"

시민들 민심 "정부 여당 실망" vs "힘 실어주자"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용산구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강태웅 후보와 미래통합당 권영세 후보가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역 앞에서 각각 거리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4.01.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용산구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강태웅 후보와 미래통합당 권영세 후보가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역 앞에서 각각 거리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4.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은 안채원 기자 = 4·15총선을 앞두고 서울 용산구도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에서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히지만 현역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어서 여야 모두 전력을 다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지낸 바 있는 강태웅 후보가 나섰고, 미래통합당에서는 영등포을에서 3선을 하고 주중대사를 역임한 권영세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1일 오전 오전 7시께부터 이촌역 4번 출구 앞에 자리를 잡아 서로 멀찍이 거리를 두고 열띤 선거운동을 펼치는 두 사람을 만났다.

◇30년 행정가에서 정치 신인으로…"상대 후보와 달리 학창시절 모두 용산에서 보내"

강태웅 민주당 후보는 정통 관료다. 1989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서울시 행정국장으로 입직했다. 이후 대변인과 경제진흥본부장,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차관급인 행정1부시장까지 두루 요직을 거쳤다. 점퍼보다는 정장이, 운동화보다는 구두가 어울리는 삶을 살았던 셈이다.

이날 오전 7시40분 이촌역 4번 출구에서 만난 강 후보는 파란 점퍼에 검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목에 걸 수도 있는 대형 피켓은 직접 양손으로 들었다. 강 후보는 마스크를 조금 내린 채 지나가는 시민들을 향해 구호를 외치듯 인사말을 건넸다. 지나가는 차량에도 허리를 숙이고 인사했다. 출근길치고는 다소 한적한 이촌역에 '안녕하십니까 강태웅입니다'라는 우렁찬 목소리가 퍼졌다. "용산고 시절 학도 호국단 중대장을 지내며 단련시켰다"는 그 목소리다.

정치신인으로 대중 앞에 선 그에게 목소리는 중요한 자산이다. 강 후보는 선거 90일 전 부시장직을 내려놓으며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인지도 측면에서 열세인 만큼,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게 급선무였다. 강 후보는 "행정가로서 여러 차례 대중 앞에서 강연과 연설도 했지만, 현장에서 나를 알리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고 말했다.

생각이 다른 시민들로부터 종종 무안도 겪었다는 강 후보는 특유의 시원한 목소리에 가볍고 편안한 옷차림으로 부지런히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용산에 도전장을 내민 지 60여일 만에 '민주당이 용산에 제대로 된 사람을 보내줬다'는 덕담까지 듣고 있다.

강 후보는 자신감 있는 태도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자신의 인사에 미소로 화답한 유권자들에게는 "확실히 키워주십시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나가는 차량의 열린 창문 너머로도 운전자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강 후보 측 관계자는 "접전을 벌이고 있지만 분위기가 좋다"고 전했다.

서울 행정을 두루 경험한 30년의 경력은 강 후보 자신감의 근원이다. 용산은 한남동과 동부이촌동 등의 재건축·재개발 문제에서부터, 미군기지 철수에 따른 용산공원 조성 문제까지 이른바 '개발 수요'가 많은 곳이다. 강 후보는 "궁극적으로 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청과 시청, 중앙정부가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며 "서울 부시장 경력을 가진 내가 유권자들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상대 후보인 미래통합당 권영세 후보와 달리 용산에 직접 연고가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영등포 을에서 내리 3선을 한 권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출마지를 바꿨다. 강 후보는 용산중학교와 용산고등학교를 다니며 학창시절을 모두 용산에서 보냈다. 강 후보는 "어렸을 적 친구들과 뛰놀던 곳이라 용산 구석구석 뒷골목까지 꿰뚫고 있다"며 지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물론 과거 선거에서 대체로 보수 후보들이 선전했다는 점은 부담이다. 강 후보는 이에 대해 "용산이 보수세가 강하다고 하지만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며 "진영 장관이 (보수당 소속으로) 3선을 할 동안 다른 당적을 지닌 성장현 구청장도 내리 3선을 했다"고 설명했다. 용산 유권자들은 당이 아니라 인물을 본다는 판단이다. 강 후보는 "용산의 현명한 유권자들이 당이 아니라 일 잘하는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권 후보가 내세우는 정권심판론도 한계가 있다고 봤다. 그는 "권 후보는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거치신 분"이라며 "그런 분이 정권 심판에 대해서 말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실제 국가와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용산구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강태웅 후보가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역 앞에서 거리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4.01.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용산구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강태웅 후보가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역 앞에서 거리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4.01. [email protected]

재개발 문제 관련해 권 후보의 '고도제한 완화' 주장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논의는 해야한다"면서도 "재산권과 관련된 문제이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어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하는 부분이라 함부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유권자들에게 이름을 각인시키기 시작한 강 후보에게 선거는 이제부터다. 강 후보는 "나를 알리는 과정이 어려웠지만, 당에서 전략공천을 받고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면서 유권자들이 내 경력을 알아주니까 힘이 난다"며 "늦게 출발을 했지만 끝까지 열심히 할 것"이라고 선거 승리를 다짐했다.

◇3선 경륜으로 자신감과 여유…"서울시 책임자였던 사람이 용산 주거 개선 어폐"

검사 출신인 권영세 통합당 후보는 스스로 "용산에서는 정치 신인"이라고 말하지만, 이미 영등포을에서 16·17·18대까지 3선을 했고 주중대사까지 지냈다. 사실상 인지도와 정치 연륜에서 우위를 점한 만큼 이날 선거운동에서도 여유와 자신감이 보였다.

통합당의 색깔인 '해피핑크'를 상징하는 분홍색 마스크를 착용한 권 후보는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연신 "권영세입니다. 건강한 하루 되십시오"라고 인사를 건넸다. 긍정적으로 인사를 받아주는 시민들과는 주먹인사를 나누고, 중간중간 목이 마르면 텀블러에 준비해 온 따뜻한 물을 마시는 그에게서 '선거 프로'의 면모가 엿보였다.

스스로도 "제가 이런 얘기하기 그렇지만 경륜이 있고 여러가지 일을 해 본 사람"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친 권 후보는 "이번에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괜찮은 편이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정권심판론이 통한다고 본다. 조국 사태도 영향이 있었다"고 자체 평가했다.

그는 용산구가 보수 텃밭이라는 판단을 바탕으로 상대 후보보다 폭넓은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권 후보는 "특히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용산구나 서울시 외에도 중앙정부 부처라든지, 심지어 민간과도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저는 그런 일을 해 본 사람이기에 훨씬 강점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권 후보가 든 피켓에는 '이촌 파출소 존치, 치안 강화', '주민 편의시설 확충', '신분당선 이촌역 추진' 세 개의 공약이 적혔다. 첫 번째로 적힌 이촌 파출소 현안의 경우 이촌동 시민들의 직접적인 안전과 편의를 고려한 공약이다. 이촌역 앞 선거전을 펼치면서 권 후보가 더 주안점을 둔 부분이다.

그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파출소가 축소 이전하게 돼 있다. 이 곳 인구가 3만명 가까운데 현 파출소도 부족함에도 절반 이하로 줄이면 이촌동에 치안 문제가 생긴다"면서 "지금은 야당 후보라 경찰서장도 통화를 안 해주는 상황이기에, 주민들에게는 (임기 시작인) 5월30일까지만 버텨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산 재개발 이슈와 관련해 중심에 있는 '고도제한 완화'도 권 후보가 적극 내세우는 정책이다. 그는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가 해놓은 게 고도제한"이라며 "그런데 박원순 사람인 후보(강태웅 후보)가 그 문제를 어떻게 풀겠냐. 못 푼다"고 강 후보를 저격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용산구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권영세 후보가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역 앞에서 거리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4.01.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용산구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권영세 후보가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역 앞에서 거리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4.01. [email protected]

그러면서 "용산은 주거 개선이 서울시 때문에 가장 막혀있는 곳인데 서울시에서 그 책임자였던 사람이 여기서 주거 개선을 하겠다는 건 어폐가 있다"며 "남산은 동서남북에서 다 봐야 되는데 왜 남쪽에서 보는 것만 생각하나. 일부 사람들은 사실은 아니겠지만 강남구민을 위해 용산구민이 희생해야 되냐는 이야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 경험이 많은 그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와 같은 예외적 상황에서 선거를 치러보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권 후보는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니까 대수롭지 않다.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 아니냐"며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출근길 인사를 마치고 바쁜 발걸음을 옮긴 권 후보는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고 하듯, 선거운동에도 왕도가 없다"며 "많이 다니고 많이 접촉하는 것에 따라 결국 결과가 달라진다. 아무리 새로운 SNS 등의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그것이 정석"이라고 자신의 선거운동 신조를 설명했다.

◇용산, 전통적으로 보수 약진…"지역 표심 변화" 분석도

용산은 후암동, 용산2가동, 남영동, 청파동, 원효로1동·2동, 효창동, 용문동, 한강로동, 이촌1동·2동, 이태원1동·2동, 한남동, 서빙고동, 보광동으로 구성된 선거구로 보수 지역세가 센 곳이다.

보수 당적을 가지고 있던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2004년 제17대 총선부터 2012년 제19대 총선 때까지 내리 3선을 했다. 다만 진 장관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꿔 2016년 20대 총선에서 당선되면서 지역 표심에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 시민들은 현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촌동에서 15년을 산 박모(66)씨는 "(보수당으로) 바꿔야한다"면서 '경제'를 그 이유로 들었다. 박씨는 "진보가 집권해 지금 경제가 다 망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못하다"고 주장했다.

심모(38)씨도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다. 심씨는 "이번 정권과 집권여당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크다"며 "야당이 하면 비난했던 것들을 집권여당이 그대로 하는 '내로남불' 사건이 많았다"고 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젊은 유권자 중에서는 현 정권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배모(25)씨는 "공약도 공약이지만, 무엇보다 대통령이 소속된 집권여당이니까 힘을 실어주자는 차원에서 1번을 뽑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후보 모두의 명함을 받아들고 출근길에 나선 김모(35)씨는 "원래 용산이 보수세가 강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보수당이 대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공약을 더 찬찬히 살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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