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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자랑인가…벚꽃샷 SNS 올린 뒤 '#거리두기실패'

등록 2020.04.08 11:54:34수정 2020.04.09 13: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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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2주 연장

주말 벚꽃 놀이 인증샷 찍고 SNS에 게시

"단조로운 생활 속 '나는 특별하다'는 과시"

"지키는 이들 박탈감 느끼고 따라할 수도"

[대구=뉴시스] 이윤청 기자 = 시민들이 지난 2일 대구 수성구 수성못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2020.04.02. radiohead@newsis.com

[대구=뉴시스] 이윤청 기자 = 시민들이 지난 2일 대구 수성구 수성못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2020.04.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강조했지만, SNS 등에는 가족·친구 등과 함께 벚꽃 구경을 간 뒤 찍은 인증샷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런 사진들 중에는 '#사회적거리두기실패'와 '#눈치게임실패' 등의 해시태그가 버젓이 달려있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정부 권고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사회적거리두기실패, #눈치게임실패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있는 사진들이 다수 올라왔다.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사회적거리두기실패'를 검색한 결과 1000여개의 게시물이, '#눈치게임실패'를 검색한 결과 3만여개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들 사진 대부분은 벚꽃이 핀 공원 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오거나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 등이 찍힌 사진들 중에는 아이들이 마스크 조차 쓰지 않은 상태인 것도 다수 눈에 띄었다.

아이와 함께 찍힌 사진에는 "날씨 좋은 주말에 집 탈출", "집콕하다 용기내서 나온 꽃 구경", "오랜만에 나들이 나와서 김밥 먹고 밖에서 노니까 좋다" 등의 설명이 달렸다.

주말을 맞아 놀이공원에 다녀왔다고 사진을 올린 한 SNS 이용자는 "집에만 있기 너무 답답해서 놀이공원에 다녀왔다"며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많았다. 다음에 코로나19가 끝나면 다시 가야겠다. 눈치게임 실패했다"는 글을 적기도 했다.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서면서 정부는 지난달 22일 첫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는 19일까지 2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타인과의 접촉이나 비말 등을 통해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 특성상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당분간 출퇴근과 식료품 구입 등 꼭 필요한 외출 외에는 집 밖으로 나서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라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지난 7일 오후 서울 하늘에 올해 뜨는 가장 큰 달(슈퍼문)이 벚꽃 사이로 떠 있다. 2020.04.07.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지난 7일 오후 서울 하늘에 올해 뜨는 가장 큰 달(슈퍼문)이 벚꽃 사이로 떠 있다. 2020.04.07. [email protected]

이처럼 외출을 하며 "#사회적거리두기실패' 같은 태그까지 버젓이 내보이는 모습에 반감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한 SNS 이용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실패 해시태그에 참담함을 느낀다. 출퇴근길에 잠깐 벚꽃 사진을 찍는 것은 몰라도 대놓고 돗자리 펴고 앉아서 노는 것은 제정신인 거냐. 코로나19가 더 퍼지면 이런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집에만 있다보니 답답하고 불편해 잠깐 외출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를 SNS에까지 올리는 이유는 '그만큼 특별해야 다른 사람들이 자기 게시물을 본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생활이 너무 단조로워져서 SNS에 올릴 것이 없는데, '나는 특별하다'는 과시욕을 보이기 위해 이같은 해시태그와 함께 외출 사진을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같은 게시물들이 계속 올라오면 거리두기를 잘 지키는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고 결국 따라하게 될 수도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실천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양극화로 인해 부가적인 사회적 갈등이나 불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확산 속도를 봤을 때 코로나19 사태가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대로 안 지키면 다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라며, "주변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방심하지 말고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본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는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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