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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블랙박스]"많이 못 만든다면 '비싼차' 만들자"…車업계의 코로나19 돌파법

등록 2020.04.28 07: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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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블랙박스]"많이 못 만든다면 '비싼차' 만들자"…車업계의 코로나19 돌파법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자동차공장 10곳 중 7곳이 멈춰섰다. 유가와 환율이 요동치고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며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의 소비심리도 악화일로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세계 각국의 조치로 전세계 판매망도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바야흐로 '카마겟돈(Car-mageddon)'이다.

카마겟돈은 자동차(car)와 대혼란을 뜻하는 아마겟돈(armageddon)의 합성어다. 대혼란 국면에 처한 자동차 산업을 비유하는 말이다. 완성차업체들은 이같은 상황에 대처하고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차량의 생산과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전세계 생산시설이 마비되고 해외발 부품 부족으로 국내공장 가동도 원활치 않은 상황에서 수요가 살아있는 고급차량의 생산과 판매에 공을 들이겠다는 '생존전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소비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국내 백화점 명품 매장 매출이 증가하는 등 고가 브랜드들은 여전히 선전하고 있다. 소비욕구가 억눌리며 명품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가의 프리미엄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 역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급차 소비가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는 '카-플렉스(Car-Flex)'라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프리미엄 자동차 선호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생산 자체가 위축된 만큼 업계 역시 고부가가치 차량을 최대한 생산, 판매해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 23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코로나가 장기화하면 어떤 신차 판매전략을 추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비우호적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고수익 모델 중심으로 생산, 수익성을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와 미국에 출시된 그랜저와 팰리세이드, 제네시스 GV80과 G80은 판매단가 대비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모델로,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현대차가 2015년 '제네시스(Genesis)'라는 이름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를 공식 출범했다. 제네시스가 선보인 G70, G80, G90 등 세 종류의 세단은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Power)의 신차품질조사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부문 3년 연속 1위 및 전체 브랜드 2년 연속 1위를 달성하는 등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지난달 30일 시장에 나온 신형 G80은 출시 하루 만에 2만2000대의 주문이 몰리며 프리미엄 세단 시장 경쟁에 불을 붙였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계약하면 내년에나 차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기물량이 밀렸다. G80은 최근 각종 시승기를 통해 E-클래스(메르세데스-벤츠), 5시리즈(BMW), A6(아우디) 등 독일 3사 프리미엄 세단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車블랙박스]"많이 못 만든다면 '비싼차' 만들자"…車업계의 코로나19 돌파법

제네시스 최초의 SUV인 GV80는 시장의 큰 호응을 받으며 1만5000대 계약을 달성했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제네시스 브랜드의 GV80을 올해 첫 출시 차량으로 낙점하면서 국내 프리미엄 SUV 시장을 정조준했다. GV80의 경쟁 모델로는 메르세데스-벤츠 GLE, BMW X5, 아우디 Q7 등이 꼽힌다. 디자인과 상품성,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현대차는 인도 프리미엄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프리미엄 사업부'라는 별도 전담팀을 최근 신설했다. 국내에서 일고 있는 프리미엄 열풍을 시장 잠재력이 큰 인도 등 해외 시장까지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기아자동차 역시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텔루라이드와 셀토스, 곧 투입을 앞둔 신형 쏘렌토 등 고수익 레저차량(RV) 차종 판매에 집중하고, 전방위적 딜러 지원으로 판매 차질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국내 시장에서 프리미엄 라인업을 월 구독형 프로그램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아 플렉스(KIA FLEX) 프리미엄'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트렌드 키워드로 꼽히고 있는 '스트리밍 라이프'에 착안한 '기아 플렉스'는 월 129만원에 기아차의 고급차 라인업인 K9, 스팅어,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매월 1회씩 교체해 이용할 수 있다.

기아차는 K9 셀렉션 구매 프로그램 '프리미엄 릴렉스'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K9 셀렉션 구매 시 특별 금리 혜택과 고급 안마의자 구독 서비스를 결합한 '프리미엄 릴렉스'는 총 36개월의 할부 기간에 1.0%의 특별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할부금 납입 기간에 최고급 안마의자를 무료로 구독할 수 있고, 36개월 무상 에프터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수입차들도 프리미엄 신차에 대한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한국이 코로나19 충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만큼 공격적 신차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대형 SUV GLS의 출시 초읽기에 돌입했다. GLS는 지난해 공개된 3세대 풀체인지 모델로,  메르세데스-벤츠 SUV 라인업 중 가장 고급스러운 플래그십이다.

[車블랙박스]"많이 못 만든다면 '비싼차' 만들자"…車업계의 코로나19 돌파법

BMW는 모터 스포츠 기술을 장착한 'M4 쿠페 컴페티션'을 출시하며 국내에서 65대 한정 판매하고 있으며, 미니는 최고출력 306마력의 고성능 라인 'MINI JCW 클럽맨'을 출시했다. 아우디 역시 4-도어 쿠페 '더 뉴 아우디 A7 55 TFSI 콰트로 프리미엄'을 지난달 국내시장에 내놨다.

프리미엄 중고차 브랜드에도 소비자의 수요가 몰리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이 커져가는 가운데 고급 신차 가격이 부담스러운 젊은 층이 자연스럽게 중고차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토플러스가 2018년 선보인 '리본카(Re:BORN Car)'는 국내 최초로 온라인 스토어에서 24시간 중고차 거래 전 과정이 가능한 신개념의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자동차 구매부터 처분까지 전 과정을 책임진다. 리본카는 133개 주요 항목을 진단하고 수준 높은 복원 작업을 통과한 최상의 중고차만을 엄선해 판매한다.

'출고 5년 미만, 주행거리 12만㎞ 미만, 무사고 차량' 중 엄선된 차량만이 특허받은 중고차 품질관리 프로세스 AQI133을 거쳐 판매된다는 것이 리본카 측의 설명이다. '리본카'는 최근 검색부터 결제 및 배송에 이르기까지 중고차 구매와 관련된 모든 과정을 온라인 비대면만으로 진행한 1호 고객을 국내 최초로 배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업계에 '프리미엄'와 '언택트' 바람이 불고 있다"며 "'리본카'를 비롯한 주요 수입차 브랜드의 인증 중고차 등 한층 높아진 소비자의 품질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프리미엄 중고차 시장도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자율주행과 이를 기반으로 한 카셰어링이 일상이 되면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수 밖에 없다"며 "이는 자동차업계가 고부가가치 차량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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