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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정상화 합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네타냐후 "서안합병 계속"

등록 2020.08.14 08: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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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연기에 동의했을 뿐"

"우리 땅에 대한 권리 결코 포기안해"

[예루살렘=AP/뉴시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완전한 외교 관계가 수립될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UAE와의 '완전하고 공식적인 평화' 협정은 양국 간 많은 분야에서 협력과 원대한 미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0.08.14.

[예루살렘=AP/뉴시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완전한 외교 관계가 수립될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UAE와의 '완전하고 공식적인 평화' 협정은 양국 간 많은 분야에서 협력과 원대한 미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0.08.14.


[서울=뉴시스] 오애리 기자 =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간의 '외교정상화' 합의가 공식발표된지 몇시간도 채지나지 않아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알자지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3일(현지시간) UAE와의 합의를 TV 연설로 발표하면서 "서안합병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합의문에는 "이스라엘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비전'에 거론돼있는 다른 지역들에 대한 주권 선언을 중단할 것(Israel will suspend declaring sovereignty over other areas outlined in the President's Wision Fore Peace)"라고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른 지역들'이란 네타냐후 정부가 끊임없이 정착촌을 확대해 갈등을 일으켜온 요르단강 서안지구(West Bank)와 가자지구를 가르킨다.

서안지구는 국제법 상으로는 팔레스타인의 행정 구역이지만 사실상 이스라엘의 군사통제 하에 있다. 서안지구 내부에는 동예루살렘·베들레헴·예리코주 등을 중심으로 이스라엘 정착촌이 여러 군데 산재해 있으며, 수십만명의 유대인이 거주하고 있는 이들 정착촌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이스라엘군이 곳곳에 상주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 정부는 유대인 정착촌 확대와 8m 높이의 분리 장벽 설치를 강행해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대국민 TV 연설에서 이번 합의를 설명하면서 "UAE와의 (외교관계) 정상화 일부분으로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의 합병을 연기( to delay annexation in the occupied West Bank)하는데 동의했다"며 "하지만 (합병)계획들은 테이블 위에 남아있다(the plans remain on the table)"고 말했다.

즉 서안 합병계획은 여전히 살아있으며, 다만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이야기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나는 합병을 늦추기로(delay) 합의했을 뿐이다. 우리 땅에 대한 우리 권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never give up our rights to our land)"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완전한 협력 속에서 유대와 사마리아(땅)에서의 우리 주권을 확대하겠다는 나의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유대와 사마리아'땅은 서안지구를 가르키는 성서 속 명칭이다.

합의문에 나와있는 영어단어 '서스펜드(suspend)'는 '중단' '연기' '유예'란 뜻으로, 네타냐후 총리가 "합병을 늦추는데 합의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네타냐후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우리 땅'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이번 합의의 한계가 벌써부터 드러난 셈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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