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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연예인 사생활 폭로가 '알 권리'?

등록 2021.11.03 11: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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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연예인 사생활 폭로가 '알 권리'?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연예인들의 사생활 폭로는 핵폭탄급이다.  진위 여부와는 무관하게 온라인에 터지는 순간 연예인들의 생명줄은 바로 끊어진다.

최근 논란이 된 배우 김선호 역시 전 여자친구의 사생활 폭로로 한 순간에 '냉혈한에 인간 쓰레기'가 됐다. 바로 방송 하차와  CF 퇴출이 이어졌다. 하지만 다른 연예인들과 달리 급반전 사태를 보이고 있다. 언론을 통해 여러 증언이 터져 나오면서 여론이 뒤집혔다. 사라졌던 광고계에 다시 김선호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하고 촬영이 불투명해졌던 영화 출연이 재확정됐다. 이례적인 일이다.

연예인들에 대한 사생활 폭로. "대중이 이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권리가 있냐?"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국민의 알 권리'라고 주장한다. 대중에 노출이 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인 만큼 대중이 이를 알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 사법체계에서 볼 때 연예인들의 내밀한 사생활 부분은 '국민의 알 권리'에 해당하지 않는다.

국내 사법 체계에서는 '사생활 침해'와 '알 권리'가 충돌할 경우 '공익'을 기준으로 이를 판단해 왔다.

먼저 '사생활 침해'와 관련해서는 헌법 제17조에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알 권리'는 비교적 최근에 논의되기 시작한 기본권이기 때문에 헌법상 직접 명문으로 보장하고 있는 않다. 이 때문에 판례를 통해 정의에 접근할 수 있다.

연예인과 관련한 판례를 보면, 연예인은 정치인이나 공무원처럼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공인'은 아니지만 대중의 관심을 통해 이익을 얻는다는 점에서 '공적 관심의 대상'으로 본다. 따라서 연예인들은 어느 정도 사생활 공개를 감수해야 된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실제 판례에서 2001년 가수 신해철의 결혼 예정 보도와 관련해 해당 연예인을 '공적 인물'로 정의하고 '유명 연예인의 결혼 예정일은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고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봤다.

다만 공적 인물이라도 극히 '내밀한 사적 영역'에 관한 사항이나 일반에 노출돼서는 안 될 개인적인 비밀까지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판례다. 예를 들어 연예인이 과거 앓았던 병, 밝히고 싶지 않은 가족 관계, 수영복 사진 등을 은밀하게 찍어서 공개한 경우 등은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예인들이 폭로가 있을 때마다 해당 폭로자에 바로, 쉽게 송사로 대응하지 않는 이유는 '이미지'에 있을 것이다.

'연예인은 이미지로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진실이 어떻든 법적 대응은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 악화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또 송사를 통해 (폭로가 거짓이라는 가정 하에) 진실이 밝혀진다한들 대중의 관심이 멀어진 지 이미 몇 년후라 그는 이미 낙인이 찍힌 한참 후고 한물간 연예인이 된 후이기 십상이다.

떄문에 연예인들과 그의 소속사는 해당 폭로자와 대화와 합의를 통해 여론을 잠재우는 방식을 최우선으로 택한다.

사법체계에서도 연예인을 '공적 인물'이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그들의 '내밀한 사적 영역'까지 알 권리라는 이유로 깊이 파고들 수 있는 권한은 대중에게 없다. 가십에서 벗어나 무차별 신상공개와 인신공격으로까지 이어지는 '알 권리'는 이제 피로감이 더 높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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