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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 절반은 취업전선 나선다…결국 이유는 '돈' [세쓸통]

등록 2022.09.25 12:00:00수정 2022.09.25 12: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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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높아지는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

노인이 일하는 이유 73.9%는 생활비 마련

한국 노인 빈곤율 43.4%…OECD 평균 3배

'자산불평등 확대'도 노인 취업 원인 분석

정부는 노인일자리 인원 축소…우려 확산

"민간·사회서비스형 일자리로 전환" 해명


노인들 절반은 취업전선 나선다…결국 이유는 '돈' [세쓸통]

[세종=뉴시스]옥성구 기자 = 최근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며 노인 일자리의 상당수를 차지했던 직접 일자리 규모를 크게 축소하면서 고령층의 취업 기회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민간과 연계되는 일자리를 늘리고 취업이 힘든 고령자들에게는 직접 일자리를 계속 제공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과거 은퇴한 후에는 평화로운 노후생활을 보내던 것과 달리 이제는 퇴직 후에도 마음껏 쉬지 못하고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노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배에 달하는 등 돈이 부족한 고령층이 많은데다가, 노인은 많아지는데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 한국 사회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25일 통계청의 '2022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6.7%입니다. 이는 2012년 8월 40.2%였던 것에 비해 6.5%포인트(p) 높아진 수치입니다.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노인들이 취업시장에 나서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통계청이 '노인의 현재 일을 하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3712명 중에 73.9%가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그 뒤로 건강 유지(8.3%), 용돈 마련(7.9%), 시간 보내기(3.9%), 능력 발휘(3.6%), 친교·사교(1.7%), 사회 기여(0.5%) 등 순이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입니다. 이는 곧 노인 빈곤율과도 연결됩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지난해 43.4%입니다. 이는 OECD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OECD의 평균 노인 빈곤율 15.3%에 비해서는 약 3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최근 빈센트 코엔 OECD 경제검토국 부국장은 '2022년 OECD 한국경제보고서' 브리핑에서 한국의 높은 노인 빈곤율에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코엔 부국장은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굉장히 놀라운 수치다. OECD 국가 중에 예외적으로 높은 수치"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한국은행은 '자산불평등 확대'를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 이유로 분석했습니다. 한국은행은 '노동공급 확대 요인 분석: 청년층과 고령층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고령층 노동공급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자산불평등 확대를 지목했습니다.

고령층 가구의 순자산을 3분위로 나눠 보면 2017년 대비 지난해 모든 분위에서 순자산이 증가했으나, 증가 폭은 순자산이 많을수록 크게 나타나 자산불평등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많이 상승했던 이 시기에 3분위보다 자산이 적은 1분위의 고령층 가구주 취업 비율이 높게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4월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어르신들이 길을 걷고 있다. 2022.04.14.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4월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어르신들이 길을 걷고 있다. 2022.04.14. [email protected]


문제는 한국의 '인구절벽'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출산율은 급격히 쪼그라드는 데 고령화 속도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구성비는 올해 17.5%에서 2070년 46.4%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약 50년 후에는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노인인 셈입니다.

반면 전체 인구 중에서 경제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생산연령인구(15~65세) 구성비는 올해 71.0%에서 2070년 46.1%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고령 인구는 늘고 생산연령인구는 줄면서 노년 부양비는 올해 24.6명에서 2070년 100.6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생산연령인구 1명이 노인 1명 이상을 부양해야 되는 것입니다.

결국 돈이라는 이유로, 또한 인구구조 변화의 이유로 노인들의 경제활동참가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65세인 노인연령을 상향 조정해 실효은퇴연령을 늦춰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OECD도 한국의 퇴직연령 상향 조정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노인 일자리 목표 인원을 기존 84만5000명에서 82만2000명으로 오히려 낮추고, 공공형 일자리는 60만8000개에서 54만7000개로 줄인다고 발표했기에 생계를 위한 노인들의 일자리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에서 환경정화·공공근로 등은 단기 아르바이트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이보다는 공익 가치가 높거나 민간·사회서비스형 일자리로 전환해 일자리의 질적 수준을 높이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노인들의 경제활동참가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부디 정부의 해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6월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한 어르신이 방 안에서 TV를 보고 있다. 2022.06.29.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6월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한 어르신이 방 안에서 TV를 보고 있다. 2022.06.29.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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